항생제 사용 치매 위험 늘릴까? "장내 미생물 불균형 초래"
항생제 사용 치매 위험 늘릴까? "장내 미생물 불균형 초래"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4.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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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최소 2개월 이상 항생제 복용 '인지저하 위험' 관찰
출처:
출처: PLOS ONE 학술지.

항생제 장기복용에 따른 안전성 관리명단을 놓고 인지저하 발생 이슈가 다시금 주목받을 전망이다.
  
항생제가 뇌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microbiota dysbiosis)'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뇌의 인지 기능 변화 및 세균 내독소에 의한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장기간 항생제 사용에 따른 인지 및 기능저하 발생 이슈를 파악한 최신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PLOS ONE 2022년 3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한 중년층의 경우 향후 몇 년간 인지 및 기능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련성을 보고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평가 결과를 통해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인지 영역에서 관찰되는 부정적인 여파는 뇌의 노화가 3년에서 4년 진행된 결과와도 비교될 만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해당 연구는 2009년 실시된 '간호사 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 II)' 자료를 토대로 분석이 진행됐다. 1만4,000여 명의 중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 경험을 스스로 보고토록 했으며,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4년 동안 최소 2개월 이상의 항생제를 복용한 경험을 가진 간호사들의 경우 기억력 및 주의력, 학습, 정신운동 속도 등과 관련한 작업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저자인 하버드의대 소화기내과 Andrew Chan 박사는 "항생제가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지만, 핵심은 약물이 장내 미생물총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마이스(쥐) 모델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결과에서도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의 사용은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 및 인지장애 발생과도 주요한 연관성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암피실린(ampicillin)은 광범위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로, 60년 넘게 박테리아성 감염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상황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장내 "그람음성균 박테로이데스 多분포"…"내독소 염증반응 촉발 주목"  

관전 포인트는 최근 학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뇌-장-미생물 축(microbiota-gut-brain axis) 가설'은 뇌와 장내 미생물총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이다. 뇌의 기능장애가 장내 미생물 분포에 영향을 주는 한편, 미생물총의 상태 변화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앞선 연구들에서도 건강한 인원과 비교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총에는 변화가 큰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이를 테면,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경우 그람음성균인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속(genus) 세균의 분포가 더 많았고, 그람양성균인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의 분포는 더 적은 것으로 관찰된 것이다.

이 밖에도 크론병 및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뇌신경질환에서 장내 미생물총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Chan 박사는 논문을 통해 "장기간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총의 파괴는 만성 염증상태를 유발해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장에 풍부하게 분포하는 박테로이데스 등 그람음성균에 의해 방출되는 박테리아 내독소(endotoxin)에 의해서도 이러한 염증반응이 촉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근거는 비교적 명확하다. 연구에 의하면, 실험용 쥐에 내독소를 주입할 경우 뇌 신경세포 사이에 형성되는 불용성 덩어리인 '잘못접힘 단백질(misfolded protein)'이 대량으로 쌓이게 된다. 즉, 이러한 베타 아밀로이드반이 더 많이 형성될수록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직접적으로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치류 연구에서도 항생제의 사용은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미 여러 비임상 및 임상연구에서도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이 인지장애 및 뇌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들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장기간 항생제의 사용은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미생물 군집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장에 위치한 엄청난 양의 미생물들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며 "일례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침범하거나 뇌로 흐르는 혈액에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고 각종 면역세포들과도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문에서는 제한점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항생제 사용을 전적으로 삼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항생제 사용에 있어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임상근거들을 추가적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병원 외래를 통한 항생제 처방의 최소 30% 수준을 불필요한 사례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부작용 발생과 관련해 짚어봐야할 부분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 Mehta RS, Lochhead P, Wang Y, Ma W, Nguyen LH, Kochar B, et al. (2022) Association of midlife antibiotic use with subsequent cognitive function in women. PLoS ONE 17(3): e0264649.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6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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