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카누맙이 쏘아 올린 항체약 논란 '후발신약도 안갯길'
아두카누맙이 쏘아 올린 항체약 논란 '후발신약도 안갯길'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4.1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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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MS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보험지침 공개 직후 진통 지속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치매 표적 신약의 보장범위를 제한하는 미국 메디케어 보험가이드라인이 새롭게 제정·공표되며 업계에 상당한 진통을 야기시킬 전망이다.

최초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의약품으로 작년 6월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에서 실효성 부족 및 안전성 논란이 줄기차게 이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미국 보험당국은 해당 계열 치료제들의 보험적용 환자 수를 극도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아두카누맙의 치료적 혜택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 무분별한 처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이에 따른 후속 여파다. 무엇보다, 아두카누맙과 동일한 작용기전으로 처방권 진입을 노리는 후속 신약들이 여럿 대기 중이라는 데 제약산업계의 시름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발행한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이 공개된 직후 관련 업계도 잰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일단 다국적제약기업 바이오젠과 아두카누맙을 공동개발한 에자이제약은 동일 계열 후속 신약인 '레카네맙(lecanemab)'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속심사 신청을 강행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지난 7일(현지시간) CMS 보험가이드라인 최종본이 발표된 지 이틀만에 회사 측이 내놓은 답변이었다. 

글로벌 시판허가가 가장 빨랐던 미국지역에서 아두카누맙의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각종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신약 레카네맙의 신속 도입을 통해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심산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실제 미국 판권을 보유한 바이오젠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의 추가 임상데이터가 나오는 즉시 CMS에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레카네맙의 승인신청과 관련해 에자이제약은 "조만간 3상임상 분석결과를 근거로 허가당국에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혜택 검증이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회사는 "레카네맙의 미국FDA 신속심사 신청은 올해 중순경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오는 3분기 1,8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레카네맙 3상임상 분석 결과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임상은 레카네맙의 유효성 근거를 놓고,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인지 및 기능저하 속도를 최소 25% 가량 지연시킬 수 있는지가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로 잡혀있는 상황이다. 임상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CMS 보험지침이 제시한 "높은 수준의 임상적 근거 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에자이제약 미국지사 Ivan Cheung 대표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레카네맙은 질병조절제 개념의 치료제"라는 사실을 짚으며 "치료를 시행한 환자군에선 치료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명확한 질병 개선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MS "임상근거 확충시 보장범위 확대 고려"…릴리 및 로슈 등 임상작업 본격 시동

미국 CMS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항체치료제들의 보험적용 기준을 최종 공지하며 "정부기관이 인정한 적격 임상(무작위임상연구 등)에 등록된 환자들로 제한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당초 예정일인 4월 11일보다 앞당겨 발표된 이번 CMS 가이드라인은, 올해 1월 중순경 공개된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적 기조를 유지했다. 가이드라인의 초안이 공개된 직후 환자단체 및 알츠하이머협회 등 유관단체들로부터 해당 보험 보장정책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받았음에도,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한 항체치료제에는 일체 비용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미국 메디케어 보험의 경우, 65세 이상 미국인 중 약 6,400만명이 보장범위에 들어간다. 알츠하이머병 등의 퇴행성 뇌신경질환으로 항체치료제 사용 대상이 되는 85%의 인원들이 이번 보험지침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파악된다.

CMS는 "아두카누맙과 관련해 논의되는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에는 현재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된다"면서 "차후 대규모 시판후조사 등을 거쳐 정식승인을 이어가게 된다면 추후 보험 적용범위의 확대를 고려해보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보험지침의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에 속한 후속 단일클론항체 약물들에까지도 똑같은 보험기준이 적용되기 때문.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의 후속 신약 레카네맙 외에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로슈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등이 영향권에 들었다. 

릴리는 메디케어 보장 제한에 대해 "불필요하고 제한적이며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회사는 "2023년 중반에 도나네맙의 3상임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올해 말까지는 FDA 신속심사 신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에 비해 신약신청 속도가 느린 로슈의 간테네루맙은 올해 말 3상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로슈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연구들에서도 뇌 아밀로이드반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신경퇴행을 가속화하는 뇌기능장애의 전조(前兆)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의 실효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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