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1편] 치매 간병, 간병인도 환자도 편치 않은 현실
[창간기획 1편] 치매 간병, 간병인도 환자도 편치 않은 현실
  • 최봉영 기자
  • 승인 2022.04.18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매국가책임제 있어도 간병은 민간의 몫"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치매와 관련한 의료나 서비스가 개선됐지만, 아직 손도 못 대는 영역이 있다. 바로 간병 분야다. 치매환자의 증가에 따라 간병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과거 발생하던 문제는 여전히 지속 중이다. 환자에 대한 학대나 방임, 간병인에 대한 폭언, 성희롱 등이 대표적이다. 디멘시아뉴스가 창간 5주년을 맞아 국내 간병의 열악한 현실과 향후 개선점에 대해 알아봤다. 

[사례1] 경기도 한 요양원에 입소한 80대 여성 치매환자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병인이 구타를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이 간병인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간병인은 해고를 당했지만, 치매환자와 가족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가족들이 간병을 할 상황이 아니라 다른 간병인를 구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또 발생할까 걱정만 깊어간다.

[사례2] 한국에서 10년째 간병일을 하고 있는 70대 A씨는 이 일을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식사나 운동, 배변 등 육체적인 일은 익숙해졌지만, 환자의 짜증이나 잔소리, 불평과 욕설, 환자 가족의 끊임없는 요구 등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스트레스다. 때로는 치매환자의 돌발적인 폭행에도 노출된 적이 있어 이 일이 무서울 때도 있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관둘 수는 없다.

[사례3] 수 년째 간병인을 고용해 치매 걸린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지만,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이제는 한계가 왔다. 남매들끼리 돈을 모아 병원비와 간병비를 냈지만, 빚만 늘어가고 있어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막내딸이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 흔히 말하는 영케어러가 된 셈이다. 치매환자 간병은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또 다른 고통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요양원 대기 신청을 했지만, 앞선 대기자가 워낙 많아 언제 입소할 지는 미지수다.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간병이 힘들다. 골절같은 신체 이상이 있는 경우 정신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간병은 육체적 노동이 주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경우 신체가 멀쩡하기 때문에 정신적 상태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24시간 돌봄이 필요해 식사나 운동, 배변 등과 함께 환자의 이상행동까지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치매환자에 있어 간병은 필수적이며, 어느 정도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치매환자에 있어 간병은 초기에는 보통 가족이 담당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이나 시설 등에서 맡게 된다. 병원이나 시설 또는 가정에 남더라도 가족이 간병을 맡지 않으면 보통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간병은 정부가 일부 담당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롯이 민간의 영역에 있다. 아직까지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치매환자의 경우 간병이 어렵기 때문에 기간이 늘어나고 환자 상태가 악화될수록 간병하는 이들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치매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은 특히 질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간병인으로 일하기 위해 별도 교육이나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험에 의한 전문성을 기대하는 게 전부다.

특히 일부 간병인에 의해 학대나 방임이 일어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간병인에만 모든 잘못을 떠넘길 수가 없다. 실제 간병인의 실상을 보면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시설 등에서 간병인 1명이 관리해야 하는 환자가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1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환자 식사와 배변 등만 관리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드는 데다 이상행동 등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간병이 더 힘들다. 돌봐야 할 환자가 많아 마음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간병인들은 폭력이나 성희롱 등에도 노출돼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3월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육체적·정신적 상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신적 상해 경험으로는 욕설을 들은 경험이 83.7%, 성희롱이 43.3%에 이르렀다.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지만, 환경이 더 열악한 간병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치매환자의 수는 늘어나고 이를 돌보는 간병인도 더 필요하지만, 간병인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다. 이 때문에 간병인과 관련해 명확한 통계 자료조차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가족 간병이다. 간병인을 구할 돈조차 없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이 그 모든 짐을 떠안게 된다. 정부에서는 가족 요양에 대해 일정 비용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간병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져야 할 경우 그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치매환자를 간병하다가 생활고에 못 이겨 환자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식의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치매환자를 학대하는 행위자의 절반은 친족이 차지한다. 학대는 잘못이지만, 그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오랜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치매환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간병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없다. 

현재 제도권 밖에서 간병을 받는 환자는 물론 가족과 간병인까지 그 누구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누구나 늙고 아플 수 있는 만큼 치매간병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