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신약 공동개발 중단 애브비 "전략적 판단" 잡음 솔솔
파킨슨병 신약 공동개발 중단 애브비 "전략적 판단" 잡음 솔솔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4.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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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신약 '레카네맙' 원개발사 바이오아크틱과 파트너십 돌연 철회  
출처: 바이오아크틱 홈페이지.
출처: 바이오아크틱 홈페이지.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기대감을 키웠던 글로벌 빅파마 '애브비'와 신경 전문개발사 '바이오아크틱'의 6년 유대관계가 결국 깨졌다.

이들 두 회사가 공동개발을 담당했던 신약 후보물질의 내약성과 안전성은 초기 임상평가를 통해 합격점을 받아들며 잠재적 가능성에 많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순항하는 듯 보였던 이들의 협력관계도 애브비의 일방적 결렬 통보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전략적 판단"을 고려해 임상 개발계획을 중단한다는 것이 애브비가 내린 입장이지만, 후보물질의 검증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징후가 보고되지 않은 터라 잡음은 한동안 지속될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제약기업 애브비가 파킨슨병 및 기타 운동장애 치료 신약 개발에 대한 공동협력 관계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질환의 주요 병인으로 알려진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응집체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 신약 개발과 관련해, 스웨덴 소재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아크틱(BioArctic)과 연구협력을 종료한 것이다.

애브비 본사는 아직 별다른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지만, 계약사인 바이오아크틱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식을 공유했다.

일단 주목할 점은 애브비가 공동협력을 철회한 해당 바이오업체의 입지가 작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바이오아크틱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에는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을 통해 제품의 상업화를 목전에 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 최초의 표적 항체약으로 등장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공동 개발했다. 이들 두 회사가 후속 타선으로 준비 중인 동일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레카네맙(lecanemab)'이 바이오아크틱이 개발을 주도한 주요 작품으로 평가된다. 

바이오아크틱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후보물질 레카네맙의 권한을 에자이제약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현재 레카네맙은 작년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신청 절차를 시작으로 상업화 작업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아크틱은 기술계약 이후에도 여전히 에자이가 시행하는 공동임상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임상진행 순항, 바이오아크틱 "실망감 크다" vs. 애브비 "전략적 판단"  

애브비와 바이오아크틱의 관계는 지난 2016년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연구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특히, 바이오아크틱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가운데 알파-시뉴클레인 항체약의 공동개발 및 상업화 단계까지의 지속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여기서 애브비는 후보물질의 임상개발 관리 및 자금 지원을 담당했다.

공동협력 이후 'ABBV-0805(실험물질명, 이전 BAN0805 명명)'로 이름붙은 해당 후보물질의 개발 행보에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2019년 1상임상을 시작해 2년 뒤, 국제 파킨슨병학회에선 주요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결과를 보면 2상임상 진입을 놓고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2021년 11월 공개된 1상임상 업데이트에 의하면, 가용성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ABBV-0805 후보물질의 유효성은 확인됐다. 후보물질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에는 이견이 달리지 않은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FDA는 해당 후보물질의 신약임상신청(Investigational New Drug, 이하 IND)을 승인했다.

그런데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해당 후보물질의 원개발사인 바이오아크틱이 입장문을 통해 애브비를 비판한 이유기도 했다. 바이오아크틱 Gunilla Osswald 대표는 "애브비의 이번 결정에 실망감이 크다"면서 "지금껏 조사된 ABBV-0805 임상자료를 보면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높은 선택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1상임상에서 분석된 ABBV-0805의 데이터는 2상 진입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질병조절제로의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믿는다"면서 "지속 개발을 위한 자산투자 옵션들을 계속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애브비의 해당 결정이 이미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부분이다. 애브비는 2020년 3월 특발성 및 경도~중등도 파킨슨병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상임상에 돌연 제동을 걸었다.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1상임상 진행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을 고려했다"며 연구를 중단한 것이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조치에 "이유가 명확해 보이질 않는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에 바이오아크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ABBV-0805 후보물질을 기존 파킨슨병에서 다계통위축(Multiple system atrophy) 및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 등과 같은 다양한 운동장애 적응증으로 연구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은 것.

바이오아크틱은 "에자이와 진행하는 레카네맙 관련 두 건의 3상임상을 포함해 다른 임상프로그램들은 유지되고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 등 기타 중추신경계질환에 대한 후보물질 탐색과 비임상연구들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계약종료와 관련한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28일(현지시간) 바이오아크틱은 1분기 기업보고서 발표를 통해 애브비와의 계약 종료건을 공지할 전망이다.

애브비의 경우 앞서 3월, 벨기에 소재 바이오테크 신데시 테라퓨틱스(Syndesi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알츠하이머병 및 주요우울장애 등 중추신경계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바 있다. 해당 인수 결정에 따라 애브비는 신데시가 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병과 주요우울장애 등의 후보물질을 손에 넣게 됐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은 1b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저분자화합물인 SDI-118 및 시냅스 소포단백질 2A(SV2A) 조절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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