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미래는 지역 중심 치매 가족 지원제도"
"치매의 미래는 지역 중심 치매 가족 지원제도"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5.3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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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벤져스 1편]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치벤져스(치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싸우는 우리들의 영웅).

치매가 무서운 이유는 치료제의 부재(不在)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든 추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라 불리게 된 이유다. 대중에게 치매는 희망이 없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증상의 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이 절망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치매 현장에서 묵묵히 싸움을 이어가는 영웅들은 존재한다. 

디멘시아뉴스는 이런 영웅(Hero)들을 치벤져스라 명명했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던 영화 어벤져스에서 빌려온 명칭이다. 디멘시아뉴스가 치벤져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나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 본다.

과거 치매의 경우 항상 의료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치매국가책임제 이후 많은 의료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급한 불은 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지원 영역은 어디일까? 바로 치매환자 가족 지원이다. 그동안 국가는 치매환자 돌봄을 사적(私的)영역으로 치부하며, 치매환자 돌봄과 가족 지원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금도 수많은 치매환자 가족들이 돌봄에 의한 피로와 지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라도 치매 가족 지원은 시급한 문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수치로도 감지된다. 치매환자 한 명당 연간 돌봄 비용은 약 2,072만원으로 추산되며, 국가에서 지출되는 금액은 연간 16.3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큰 사회적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치매 환자와 함께 가족 지원도 주목할 시점이다. 

디멘시아뉴스(Demetianews)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을 만나 향후 치매 가족 지원제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청취해봤다. 

▲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먼저 한국치매가족협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치매가족협회는 국제알츠하이머협회에 등록된 한국 지부다. 지난 1989년부터 노인종합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재가 서비스인 가정봉사원 파견 사업을 실시하며 탄생했다. 과거 노망, 망령 등으로 불리며 편견이 많던 '치매'를 '뇌의 질병'으로 인식시키고자 가족 모임도 함께 시작했다. 

이후 인도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 국제알츠하이머협회의 정회원이 됐고, 복지부 정식 등록 단체로 치매 인식개선 교육과 치매의 날 행사 등을 실시했다. 

지난 2006년 치매가족협회는 '제9회 아시아 오세아니아 치매 대회'를 개최했고, 국가 차원의 치매 문제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해 국가치매관리 종합대책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ADI)는 전 세계 알츠하이머 및 치매 협회의 국제 연맹이다. 세계 보건 기구와 공식적인 협력을 통해 치매위험 감소, 치매예방, 진단, 관리 등 모든 분야를 연구 활동을 펼친다. 

◆ 치매가족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 내 숙제는?

치매는 누구나 발병할 우려가 있어 지역주민 모두가 치매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사회 전체에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쉽게 말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역자원의 네트워크 활용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단계적으로는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지역에 없는 기능은 보충하고 작은 단위부터 점진적으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치매 과제의 발견, 정리, 공유 ▲치매에 관한 계몽 활동 ▲지역주민 지원 ▲의료적 지원 ▲가족 지원 등의 요소가 함께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주민 중심'으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의 구축이 바람직하다. 

즉, 민관의 협조를 통해 치매예방, 조기발견, 조기 치료와 대응, 재가 서비스 확충, 치매 주치의 제도를 활용한 치매 종말기 체제 대응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치매환자 가족 지원 중 가장 시급한 부분은?

무엇보다도 현재 사업의 내실화가 중요하다. 치매는 의료 중심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치매예방, 진단, 치료의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2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치매 단계에 따라 보건과 복지, 의료가 통합된 다양한 서비스 종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데이케어에서 65세 이전의 초로기 치매 환자를 많이 접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나 서비스 프로그램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 추가적인 치매가족 지원책을 살펴본다면?

먼저 방문 요양서비스는 케어에 대한 전문직으로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단기보호 제도는 치매환자의 일시보호 정책으로 사용 일수나 단가 책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초로기 치매환자를 위한 주간보호 신설, 자조 모임, 생계비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의 총체적 점검도 필요하다. 

현재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 서포터즈 양성은 활발하지만, 이를 주도할 리더의 양성도 부족하다. 그들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서 다양한 직종 그룹에게 치매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한다면 환자와 가족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체제 구축을 앞당길 수 있다. 

특히 치매전문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일본은 전문 인력의 양성에서 치매개호 실천자 연수(현장경험 2년), 치매개호 실천리더 연수(치매케어 5년이상 경험), 치매개호 지도자 연수(치매케어 10년 유경험자)의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치매전문교육만으로는 치매케어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어려운 구조다. 

치매가족 자조모임의 리더 육성도 필요하다. 전국 안심센터의 자조모임을 통해 다른 경험자와 정보를 공유하고, 케어기술의 지원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조호 물품의 배급 문제도 있다. 복지 용구 코디네이터에 의해 환자에게 적절한 품목과 수량을 지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치매국가책임제를 평가한다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확충과 의료비용의 부담 경감, 장기요양서비스 인지지원등급 신설, 치매공공후견제도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올렸다. 하지만 인지지원등급의 신설에도 서비스 취지의 명확성 부족, 이용자 서비스 인식 부족으로 서비스 선택이 저조한 부분은 아쉽다. 

치매가족휴가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기존 1년에 6일에 그치던 것이 8일로 변경됐지만, 일시 보호가 필요할 때 적절한 이용이 어렵다는 점은 여전하다. 

이외에도 방문요양과 단기보호서비스 제공처 확대에 따라 이를 지원할 통합지원프로그램의 확산도 필요하다. 또 요양시설의 치매 전담형 시설 확충에 맞춰 가정과 유사한 분위기를 주는 유니트케어 개념의 정착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해 하고픈 말이 있다면?

치매는 걸리고 싶어 걸린 병이 아닌 만큼 인간의 존엄성 보존이 중요하다. 치매환자는 지적 능력 저하에도 감정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어 어린아이 취급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 존중하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보통 가족의 심리적인 단계는 부정, 화, 단념, 수용의 4단계를 거친다. 단념의 단계에 빠르게 도달해 문제 행동이 환자 의지와 상관없는 질병에 따른 행동임을 인식해야 한다. 해당 과정이 너무 늦거나 이뤄지지 않으면 주 보호자가 제2의 환자가 될 수 있다. 

케어자의 건강 관리도 강조하고 싶다. 몸이 피곤한 상태로 환자를 돌볼 경우 치매 환자도 그 점을 즉시 인지하고 거울과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양자 모두를 위해 케어자의 건강 관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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