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법, 의료윤리 문제 촉발…"치매 노인 등 대상 확대" 우려
조력존엄사법, 의료윤리 문제 촉발…"치매 노인 등 대상 확대" 우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7.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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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입법 철회 입장 공표 "의료진에 자살 위탁 및 존엄사 용어 사용 문제점" 비판
사진: 문지호 회장.
사진: 문지호 회장.

"생명을 의도한 법이 아닌, 죽음을 의도한 법은 국민의 살 권리를 위협한다."

최근 안락사 허용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의료윤리를 훼손하고 국민의 끝까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해당 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2일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사진)는 최근 국회 발의된 '조력존엄사 법안'과 관련해 이 같은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안락사 허용 법안인 조력존엄사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 중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엔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하자는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연구회는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위험한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서 안락사를 존엄사로 지칭하는 용어 사용의 문제점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진에 자살을 위탁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문 회장은 "의사 조력으로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해 자살시키는 안락사를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 한다"며 "법안에서도 이 행위는 '자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안 제20조의7).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의 일부에서 사용하는 법안 이름 'Death with Dignity Act'를 그대로 해석해 자살 대신 존엄(dignity)사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존엄사라는 단어는 의학계에서 정의되지 않았다. 의료에 집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존엄사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위적으로 안락사 시키는 것을 존엄사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며 "상반된 뜻으로 정의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살을 존엄사로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의학회 차원에서 용어 정의를 내리기 전까지는 존엄사라는 단어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들도 고통을 줄여준다는 선한 의도로 엄격하게 대상을 제한하여 안락사를 허용했다"며 "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주관적인 척도로 일단 죽음의 권리가 인정되면 기준은 무시되고 위반되다가 결국 폐기되고 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 실행 초기에는 말기환자의 신체적인 고통으로 제한했지만 곧 말기가 아닌 환자의 정신적인 고통을 포함시켰다"며 "처음에는 환자 본인의 의사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지만 곧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하는 치매 노인이나 식물인간 상태, 불치병에 걸린 영유아들에게까지 안락사 대상을 계속 넓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앞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에서 불거진 생명 경시 현상은,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것까지 허락하게 되는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의 실례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생명 경시를 불러오는 입법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문 회장은 "생명을 지키는 의사에게 자살을 위탁시켜서는 안 된다"며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고통을 없앤다는 목표가 아무리 명확해도 환자를 죽이는 일에 의사의 손을 빌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지침 제36조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들었다. 

끝으로 "의사들의 전문직 윤리를 위반하게 하는 법안은 의사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법안이 마련되면 의대생들에게 죽음의 기술을 강의할 수 밖에 없다. 죽음을 고통의 치료법으로 배우는 의사들이 많아질수록 국민들의 생명은 쉽게 포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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