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흔들리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찻잔속 태풍일까 
|포커스| 흔들리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찻잔속 태풍일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7.25 17: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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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임상 논문 이미지 조작 의혹 터져, 계열 신약 시장진입에 잡음 만드나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 '베타 아밀로이드' 지반(地盤)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작년 6월 최초 상업화에 성공한 표적 항체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은 처방권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실효성과 안전성 문제로 퇴출 분위기에 내몰렸고, 근간이 되는 아밀로이드 발병 가설조차 연구논문 조작 사건으로 지위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속 계열약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들의 시장 진입에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아두카누맙을 합작한 다국적제약기업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후속 신약 '레카네맙(lecanemab)'을 비롯해 글로벌 빅파마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일라이 릴리 '도나네맙(donanemab)' 등이 상용화 절차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 이들 항체의약품의 보험적용에 '제한' 입장을 밝힌 글로벌 보험가이드라인이 제정된 것부터, 알츠하이머 발생 병리에 있어 주요 지분을 담당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검증한 논문까지 신뢰성에 문제를 지적받는 이유에서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수립에 있어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한 비임상 연구 논문에 이미지 데이터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당 치료제 개발 분야에도 나비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발행한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보험당국은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한 항체치료제에는 일체의 비용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국가 적격 임상에 등록된 인원 외에는 해당 치료제 사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본지 2022년 4월 11일자 보도 : '보험적용 확대 거절한 미국'…아두카누맙 암울한 행보)

이 같은 기조를 세운 보험지침의 여파는 묵직했다. 미국 지역에 시판허가 결정이 내려진 아두카누맙 외에도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에 속한 후속 단일클론항체 약물들에는 모두 동일한 보험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후속 신약 레카네맙 외에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로슈 간테네루맙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해당 품목을 개발 중인 여러 기업들은 앞다퉈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기 바빴다. 이들은 메디케어 보장 제한에 대해 "불필요하고 제한적이며 다소 부적절한 조치"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로슈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연구들에서도 뇌 아밀로이드반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신경퇴행을 가속화하는 뇌기능장애의 전조(前兆) 신호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의 실효성을 여전히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는 이슈가 터져 나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검증 논문에 이미지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출처: 사이언스(Science) 웹페이지.

해당 문제를 지목한 미국 밴더빌트대학 신경과 Matthew Schrag 교수가 16년 전 발표된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을 대상으로 인지저하와 관련된 특정 유형의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을 측정해 비교 분석한 논문에서 웨스턴블롯(Western blots) 영상 이미지의 일부가 조작됐다는 근거를 들이민 게 화근이었다.

◆'아밀로이드 가설' 전환점 만든 2006년 논문 이미지 조작…"전체 가설 부정까지는 NO"

문제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2006년 3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연구 결과였다. 당시 논문의 제1저자로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신경과 Sylvain Lesné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이름을 올렸다(논문 링크)

통상 알츠하이머병은 노화와 관련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비가역적인 인지저하를 유발한다. 관건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기전으로 지목된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가설을 근거로 한 표적 치료제 개발에는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임상들이 속속 실패를 경험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였다.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해당 논문의 경우, 특정 유형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어린 쥐에게 주입했을 때 뇌조직에 침착해 기억력 장애를 유발하거나 뇌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면서 학계 다빈도 인용 논문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을 차단하거나 제거하는 신약 개발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근거가 되는 임상자료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작년 8월, Lesné 교수팀의 논문에서 이미지상의 문제점을 발견한 Schrag 교수는 동료 연구팀과의 장기간 조사를 진행해 "명백한 조작의 증거가 확인됐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게재된 논문에 사용된 이미지가 여러 다른 실험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연구 목적에 맞게 변경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은 것이다.

현재 학술지 사이언스는 제보자인 Schrag 교수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네이처 역시 문제의 논문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문가 실사에 착수한 상태로 알려졌다.

Schrag 교수는 논란에 대해 "알츠하이머 연구 분야 전체를 오도할 여지가 있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지연시킬 수 있는 사건이라 대대적으로 공개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단순히 학위를 얻거나 연구 지원금을 받기 위해 눈가림을 했을지 몰라도,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속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알츠하이머병에 가용성 베타 아밀로이드 저중합체를 찾는 일은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전체 아밀로이드 가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논문 조작 이슈는 2021년에도 학계와 업계를 달군 바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약물은 아니었지만, 작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물질(변형된 스캐폴드 단백질(Filamin A) 표적) '시무필람(simufilam)'을 개발 중인 카사바 사이언스(Cassava Sciences)가 임상연구 데이터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놓고 진상조사에 돌입했다(본지 2021년 11월 18일자 보도 : 필라민A 표적약 시뮤필람 임상 조작 논란, 사건 전말은?).

시무필람의 초기 임상연구 단계에서 진행한 유전자분석 이미지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인데, 해당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는 관련 민원을 접수받자 내부검토를 통해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공매도 건을 대리하는 미국 로펌 측이 제출한 해당 시민청원에는 "카사바가 2012년 7월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특정 단백질의 존재를 탐지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방법인 웨스턴블롯(Western blots) 검사상 일부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논란을 제보받은 학술지 측의 내부검토 결과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랐다. 민원이 제기된 이후 신경과학저널은 문제가 된 웨스턴블롯 이미지를 포함한 해당 논문의 원자료격인 미가공 데이터(raw data) 전부를 회사에 요청했다. 자료제출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나오기는 했으나, 학술지는 내부검토를 통해 시무필람의 웨스턴블롯 이미지상에 데이터 조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취한 것이다. 

의혹이 불거진 당시의 분위기와 달리, 최근 사태가 수습되는 절차를 밟아가는 모양새기는 하다. 카사바는 "두 건의 3상연구를 추가로 진행 중에 있다. 보다 멀리 보고 임상 프로그램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진행 중인 정부 조사에는 긴밀히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정리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3개 품목 영향권…"3상 결과 따라 산업계 지각변동" 

사진: 아두카누맙 제품.
사진: 아두카누맙 제품.

한편 아두카누맙의 실효성과 안전성 문제로 홍역을 크게 치른 제약업계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십수 년 간 개발을 지속해오던 후속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신약 개발을 단칼에 포기하기란 셈법에 맞지 않을 터.

최근 다양한 대정부 로비활동을 통해 미국 지역에 추가 임상허가를 받아내며 내년 상반기 시장진입에 기대감을 올렸으나 이번 논문 조작 이슈에 또 한 번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세 개의 주요 신약 후보물질들이 3상임상에 진입해 있다"며 "만일 해당 약물의 임상 결과가 모두 실패로 이어진다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은 결국 설자리를 잃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해당 표적약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먼저 로슈는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의 악성 종양(암)을 비롯한 천식, 대사질환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 5개 품목의 초기 및 중기 임상시험을 전격 중단했다. 

여기서 관건은, 대규모 3상임상을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 치매 표적 치료제 간테네루맙 또한 회사가 고위험 프로젝트로 평가하는 치료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대목이다.

최근 열린 로슈의 2분기 실적 발표(second-quarter earnings presentation) 석상에서 회사는 "글로벌 본사는 CEO 교체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며 "간테네루맙의 개발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위험 부담이 큰 약물이라는 데엔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일단 간테네루맙은 국내·외 지역 모두에서 대규모 3상임상에 돌입한 상태다. 아두카누맙과 동일하게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가설을 놓고 뇌에 독성작용을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을 제거하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잡은 첫 번째 피하주사제로, 아두카누맙의 경우 투약관리가 까다로운 정맥주사제였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간테네루맙의 시장 진입에는 차별점이 명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10월,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를 표적으로 한 최초의 피하주사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을 받기도 했다.

일단 로슈의 한국지사 닉 호리지(Nic Horridge) 대표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아두카누맙과는 같은 계열에 속하기는 했으나 세부 표적 부위에 차이가 있고 임상 디자인도 완전히 다르다"며 "오는 하반기 공개될 간테네루맙의 3상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 또한 아두카누맙을 시장에 내놓은 지 불과 1년 여 만에 동일 계열약 레카네맙의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및 조건부허가 프로그램을 요청한 뒤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pathway) 심사과정을 본격적으로 밟게 됐다.

에자이가 "미국 및 유럽연합, 일본 등 거점지역에서 레카네맙의 제조 및 판매 승인 일정을 내년 3월까지로 앞당기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검증 논문에 조작 이슈가 불거진 터라 진행 중인 3상임상 결과에 더 엄격한 검증의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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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2-07-27 14:53:07
치매 치료제 개발, 험난하군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