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관리, 당뇨약 '메트포르민' 주목하는 이유?
알츠하이머 치매 관리, 당뇨약 '메트포르민' 주목하는 이유?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7.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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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만명 전장유전체 분석 이어, 11만명 대상 약제별 개선결과 추적관찰  

제2형 당뇨병에 1차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는 '메트포르민' 성분에서 신경보호효과가 두드러지며, 치매의 예방 가능성에도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최근 50세 이상 11만 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약제별 신경퇴행 개선혜택을 저울질한 임상결과가 근거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게 됐다.

무엇보다 해당 환자들을 5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1차 약제로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에서는 '설폰요소제(sulfonylurea)'를 투약한 환자들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약 20% 낮게 보고됐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정신과 Danielle Newby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는 의학논문 사전인쇄 플랫폼인 'medRxiv.org' 최근호에 게재됐다(연구명: Comparative Effect of Metformin Versus Sulfonylureas With Dementia and Parkinson's Disease Risk in US Patients Over 50 with Type 2 Diabetes Mellitus).

연구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제2형 당뇨병을 처음으로 진단받고 최초의 약물 선택지로 메트포르민을 투약한 환자에서는 설폰요소제를 복용한 환자와 비교해 알츠하이머병 및 혈관성 치매 발생률이 20% 감소했다. 다만, 경도인지장애나 파킨슨병 발생을 놓고는 두 약제간 예방혜택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책임저자인 Newby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은 치매와 파킨슨병 발생에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로 언급된다"며 "1차 약제인 메트포르민에서 퇴행성 신경질환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지금껏 공개된 연구들에선 다소 상반된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어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규모 추적관찰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의 사용과 다양한 신경퇴행의 결과 개선에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 결과를 통해 메트포르민이 가진 신경보호효과(neuroprotective effect)를 설명하기 위한 무작위임상연구(RCT)와 유전자연구를 추가로 시행해 새로운 치료 전략이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트포르민 VS. 설폰요소제 저울질?…"알츠하이머병 및 혈관성 치매 20% 감소"

통상 학계에서는 당뇨병의 치료상태와 치매 발생이 일정 부분 연결고리를 가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실제로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의 경우,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치매 질환에 예방적 혜택이 보고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민간보험과 메디케어 등의 미국보험청구시스템(OPTUM Clinformatics)에 등록된 환자들의 의무기록지를 분석했다. 대상 인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50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었다.

출처: medRxiv.org 웹페이지.

메트포르민 치료군(9만 6,140명)과 설폰요소제 치료군(1만 6,451명)으로 분류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66세로, 평균 당화혈색소(HbA1c) 수치는 6.8%였다. 임상참가자의 성비는 남성이 48%였으며, 83%가 백인이었다.

여기서 1차 약제로 최소 2년 동안 메트포르민이나 설폰요소제를 투약한 환자들을 스크리닝했으며, 이들은 연구시작 당시 치매 및 경도인장애, 파킨슨병을 진단받지 않은 경우였다. 추적관찰기간 메트포르민이나 설폰요소제 이외의 병용약제를 투약한 환자들은 연구에서 제외시켰다. 

일차 평가변수는 모든 유형의 치매 및 파킨슨병 발생이었으며, 이차 평가변수로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경도인지장애 발생률이 설정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33개의 인구통계학 및 임상적 변수들을 통합한 성향점수조정분석(propensity score–adjusted analysis)을 시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5년 동안의 추적관찰기간 메트포르민 치료군에서는 2.3%, 설폰요소제 치료군에서는 5.8%가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가 발생했다. 또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치료군에서는 각각 0.7%, 0.8%의 비율로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더욱이 성향점수조정분석 결과, 메트포르민 치료군에서는 설폰요소제 치료군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위험도를 20% 감소시켰으나(hazard ratio [HR], 0.80), 파킨슨병에는 차이가 없었다(HR, 1.00).

주목할 점은, 메트포르민 치료군에서는 치매 유형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19%(HR, 0.81) 낮았으며, 혈관성 치매는 21% 감소됐다(HR, 0.79)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 발생에 있어서는 파킨슨병과 마찬가지로 유의한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아울러 ▲50~75세 미만 연령 ▲백인 ▲중등도의 신장기능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하위분석 결과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관성이 포착됐다. 

다만, 결과 해석을 놓고는 제한점도 언급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신체활동이나 교육수준, 식이습관, 기타 다른 변수들이 해당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미국 지역에 국한된 연구로 다른 국가와 인종에까지 일반화하기란 아직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52만명 전장유전체 분석 유럽 연구 어땠나…"NDUFA2 유전자 발현 연관성 주목" 

한편 메트포르민 약제를 두고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메트포르민 화학구조식.

지난 4월 동일 학술지에 공개된 최신 분석 결과에서도 메트포르민 약제가 표적으로 하는 '미토콘드리아 복합체-I(mitochondrial complex-I)'와 관련된 유전자 'NDUFA2'의 발현 정도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인지저하 감소와도 연관성을 보고했다는 대목이다(연구명: Evaluating the efficacy and mechanism of metformin targets on reducing Alzheimer’s disease risk in the general population: a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여기서 비구아니드(biguanide) 계열 당뇨약인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감소시켜 체내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시킨다. 세부적인 작용기전을 짚어보면, 간문맥을 통해 간세포로 흡수된 메트포르민 성분은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복합체-I를 억제하게 된다. 

그 결과로 ATP를 감소시키게 되고 AMP가 증가되며 'AMP-활성 단백질 인산화효소(AMP-activated protein kinase, 이하 AMPK)'가 활성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포도당 생성경로를 차단시키는 비교적 명확한 메커니즘을 가지는 것이다.

연구를 짚어보면, 멘델식 무작위분석(Mendelian randomization study)을 통해 일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평생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들에서의 알츠하이머병 및 인지 기능 변화를 파악하는 작업이 핵심으로 평가된다.

인지평가는 7만 1,880명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환자 등이 포함된 52만 7,138명의 중년 유럽인 전장유전체연관분석(Genome Wide association Study, 이하 GWAS) 자료를 근거로 시행됐다.

해당 결과는 어땠을까. 메트포르민의 사용은 당뇨병이 없는 인원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가능성을 4%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 있었다.

이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1.09% (6.75 mmol/mol) 줄이는 것에 상응하는 결과였다. 더불어 메트포르민이 타깃하는 미토콘드리아 복합체-I를 분석한 경우, AMPK 효소의 작용과 무관하게 알츠하이머병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부분이다.

멘델식 무작위 추출을 통해 뇌 피질 조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미토콘드리아 복합체-I 관련 유전자 NDUFA2의 발현 감소는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을 줄이고 인지저하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때 AMPK는 특히 뇌를 비롯한 간, 지방세포 및 골격근 등 조직 전체에 분포하면서 신체 에너지 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효소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메트포르민에서 관찰되는 이 같은 혜택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및 NDUFA2 유전자 발현과 관련한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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