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지페인 가설' 검증, 2세대 표적약 명운 달렸다
치매 '진지페인 가설' 검증, 2세대 표적약 명운 달렸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0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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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텍심, '퀸스 테라퓨틱스'로 사명 변경…COR588 개발에 사활
사진: COR588을 개발 중인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코르텍심이 8월부터 '퀸스 테라퓨틱스(Quince Therapeutics)'로 사명을 변경해 운영에 나선다.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있어 '치주질환 세균감염 기전(진지페인 가설, P. gingivalis 감염)'을 주목한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이 본격 임상평가에 돌입한다.

하루 한 번 경구 복용하는 캡슐 형태의 저분자화합물로 개발이 진행 중인 해당 2세대 진지페인 억제제(lysine gingipain inhibitor)의 경우, 1세대 억제제 대비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이고 간독성 이슈를 개선한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작년 9월 본격 임상평가에 진입한 2세대 억제제 'COR588(실험물질명)'의 초기 임상성적표가 공개되면서 향후 개발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타깃한 신약 후보물질(경구용 저분자화합물) COR588의 초기 1상임상 분석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에 있어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단일 및 다중용량증량평가 'MAD (multiple ascending dose)' 연구(NCT04920903)의 최종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대 10일 간 1일 1회 용법으로 COR588을 경구 투약한 55세 이하 64명의 건강한 성인에서는 위약 대비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관찰된 것이다.

앞서 개발사인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코르텍심(Cortexyme)은 올해 1월, 1세대 진지페인 억제제에 해당하는 '아투자진스타트(atuzaginstat, 실험물질명 COR388)'의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후 회사는 아투자진스타트의 후속작으로 평가되는 2세대 진지페인 억제제 COR588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한 데 이어, 지난 8월 1일부터 회사명을 '퀸스 테라퓨틱스(Quince Therapeutics)' 변경해 사세 확장에 나선 상황이기도 하다. 작년 9월 1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COR588은 COR388의 후속주자로, 1세대 계열약에 투입된 임상경험들이 다방면에 걸쳐 녹아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COR588은 1세대 아투자진스타트와 동일하게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Porphyromonas gingivalis, 이하 P. gingivalis)'이 생성하거나, 해당 균의 생존에 필요한 특정 독성물질(lysine gingipain)을 직접 억제하는 표적 작용기전을 골자로 한다.

알츠하이머의 병리적 특징과 관련해, 진지발리스균 감염이 질병 발생에 핵심적인 업스트림(upstream) 역할을 담당한다는 진지페인 가설에 기초한 신약 옵션으로 풀이된다.

통상 알츠하이머병은 노화와 관련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비가역적인 인지저하를 유발한다. 관건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기전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가설을 근거로 한 표적 치료제 개발에는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들은 다양한 임상에서 속속 실패를 경험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였다.

이를 놓고 지금껏 시행된 여러 연구들에선 진균 및 세균, 바이러스 등과 같은 다양한 감염원이 알츠하이머병 발생과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시사해왔다. 장내미생물총의 불균형 또는 독성 세균감염은 뇌 신경세포에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발하거나, 베타 아밀로이드 생산에 관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 발병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단서들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테면, 세균감염으로 인한 전신 염증반응이 지속될 시 신경세포 사멸을 비롯해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침착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및 진행에도 높은 연관성을 나타낸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건강한 인원보다 5~10배 많은 세균을 가지고 있고, 세균의 분포와 구성에도 차이를 보일 것이란 예상치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퀸스 테라퓨틱스는 입장문을 통해 "신경세포에 추가적인 손상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진지페인 억제제를 사용하는 전략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세대 표적약 좌초 이유?…"복합 평가변수 달성 실패, 부가적 혜택은 주목해야"

그럼에도 과정을 짚어보면, 진지페인 억제제 개발사는 순탄치 않았다는 대목이다.  

1세대 진지페인 억제제 아투자진스타트의 경우에도 간독성 등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임상평가가 수 차례 차질을 빚었다. 작년부터 고용량 투약 환자에서 간독성 및 빌리루빈 등의 간효소 상승 문제가 발생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중단 명령을 받은 뒤 회사는 올해 1월 아투자진스타트의 개발 계획을 돌연 중단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간효소 상승 이슈와 관련해, 아투자진스타트 40 mg 및 80 mg을 1일 2회 투약한 환자군의 각각 7%, 15%에서는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위약군 2%)에 달하는 간효소 상승이 확인된 것이 화근이었다. 다만, 아투자진스타트 치료군에서는 미세출혈과 뇌부종, 표재성 철침착증(superficial siderosis)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발생 증가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서도 주목할 점은 회사가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 아닌, 임상설계의 방향 전환을 택했다는 대목이다. 세균감염을 차단하는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인지저하를 늦추는 가능성만큼은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퀸스 테라퓨틱스(당시 코르텍심)는 진지발리스균을 고농도로 보유한 알츠하이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투자진스타트의 잠재적 혜택을 검증한 2/3상임상 'GAIN 연구(NCT03823404)' 결과를 국제학회에 당당히 공개한 바 있다.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컨퍼런스(CTAD)와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국제컨퍼런스(AD/PD 2022)에서 선보인 GAIN 연구의 추가분석 결과가 이를 정확히 대변한다.

48주간 진행된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경도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643명을 대상으로 아투자진스타트 치료를 통해 위약군과의 유효성을 저울질했다. 임상참가자들에 평가된 약물 용량은 아투자진스타트 40 mg 또는 80 mg(1일 2회)이었다.

톱라인 결과에 일차 평가변수는 치료 48주차 인지기능 변화로, 알츠하이머병평가척도(ADAS-cog11) 및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DCS-ADL)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복합 일차 평가변수 비교상 두 개의 지표 개선혜택에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침 등 타액에서 진지발리스균이 검출될 정도로 높은 세균 농도를 보인 환자 242명을 별도로 선정해 시행한 하위분석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아투자진스타트 고용량(80 mg 1일 2회)을 투약한 경우, ADAS-cog11 지표 기준 인지저하를 57% 지연시키는 결과가 관찰된 것이다.

더불어 추가 분석 결과에서도 ▲표적 작용기전(Mechanism of Action) 개선효과 및 ▲뇌척수액(CSF) 검사상 바이오마커 변화 ▲MRI 영상검사상 뇌용적 측정지표(Brain Volumetric Biomarker) 변화를 두고는 다양한 혜택이 관찰됐다.

특히 아투자진스타트의 표적 작용기전과 관련한 인지저하 개선효과는 비교적 명확하게 그려졌다. 아투자진스타트를 투약한 환자들의 경우,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균의 생존에 필요한 라이신 진지페인(lysine gingipain)이 효과적으로 억제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억제작용을 통해 진지발리스균을 고농도로 보유한 인원들에서는 인지저하의 진행을 30~50%까지 지연시킨다고 보고됐다. 

이 밖에도 CSF 바이오마커 측정지표와 관련, 뇌 타우엉킴 현상을 대변하는 지표인 인산화된 타우(phospho-tau 181, 이하 p-tau181)와 총 타우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일관된 경향성이 확인됐다. 또한 탐색적 변수로 사용된 MRI 영상검사상 뇌용적 측정 지표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양측 해마 용적 및 피질 두께, 전체 뇌용적 등이 비교됐는데, 세 가지 뇌용적 측정지표에 있어 모두 아투자진스타트 치료군에서 더 낮은 감소율이 관찰됐다.

◆COR588, 안전성 및 표적기전 업그레이드 관건…"세부 계획 업데이트 예정"

이제 퀸스 테라퓨틱스에게 남은 선택지는 2세대 계열약 COR588로 귀결된다. COR388과 비교해 약물의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징을 개선한 것이 핵심으로 풀이된다.

회사 의료총괄책임자인 Michael Detke 박사는 "신경퇴행을 비롯한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 영역에서 라이신 진지페인 억제제가 가진 영향력을 분석 중에 있다"며 "작용기전에 대한 임상적 근거들을 확장고 치료적 혜택이 기대되는 환자를 감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COR588은 1일 1회 경구용 캡슐로 강력하고 선택적인 표적작용을 하는 저분자물질로 설계됐다"며 "단일 및 다중용량증량평가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이 좋았다. 중증 부작용 발생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32명의 임상참가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단일용량증량평가 결과 COR588은 25~200 mg의 용량 범위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내약성을 보고했다. 반감기는 11~12시간으로 심각한 부작용 발생 사례는 없었다.

아울러 1일 1회 경구 투약의 다중용량증량평가 결과에서도 COR588은 50~200 mg의 용량 범위에서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중증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COR588의 뇌혈관장벽 투과능도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퀸스 테라퓨틱스는 COR588 관련 임상프로그램의 세부 계획을 조만간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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