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 '크레네주맙' 우월성 검증 실패, 아밀로이드 가설 '흔들' 
항체약 '크레네주맙' 우월성 검증 실패, 아밀로이드 가설 '흔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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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IC 2022| 유전적 고위험군 대상 예방적 혜택 평가 'API-ADAD 연구' 공개
사진: AAIC 2022.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신약 후보물질 '크레네주맙(crenezumab)'이 위약을 넘어서는 우월성 검증작업에 결국 실패했다. 

최신 임상분석 결과, 크레네주맙을 투약한 환자군에서는 위약군과 비교해 인지 및 뇌영상, 주요 바이오마커(생물학적지표)를 개선하는 혜택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임상이 치료제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관련해 유전적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 환자군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였다는 데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동개발을 담당한 다국적제약기업 로슈와 제넨텍(Genentech)의 개발 노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크레네주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저울질한 'API-ADAD (Alzheimer's Prevention Initiative-Autosomal Dominant Alzheimer's Disease) 연구'의 중간분석 데이터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8월 4일까지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2) 석상에서 구두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된 전향적 임상평가 결과로, ADAD 가족력을 가진 총 252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등록됐다는 데 이목을 끌었다. 임상참가자들의 3분의 2 정도가 'PSEN1 (Presenilin 1) E280A' 유전자 변이 보인자(carrier)였다는 대목.

그런데 임상분석 결과, 크레네주맙은 ADAD 환자군을 대상으로 두 가지 복합 일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하며 유효성 검증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을 공동으로 진행한 베너 알츠하이머연구소(Banner Alzheimer's Institute) Eric Reiman 박사는 2일(현지시간) 학회 발표를 통해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비 인지 및 기억 기능 개선효과에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평가변수 달성을 놓고 부정적인 분석 결과가 나온 것에 적잖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임상 및 바이오마커 지표 변화와 관련해 일관되게 위약보다 크레네주맙 치료군에서 유효한 경향성이 관찰된 부분은 향후 API 연구 진행에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 결과는 2019년 1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임상 'CREAD-1' 및 'CREAD-2 연구'에 실패하며 임상중단을 선언한 지 정확히 3년 7개월 만에 공개가 결정됐다.

◆'PSEN1 E280A 유전자' 변이 환자 예방혜택 주목…"일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

크레네주맙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한 형태인 신경독성 올리고머(저중합체)를 중화시켜 염증성 뇌세포 반응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API-ADAD 연구를 살펴보면, 임상참가자들은 콜롬비아 지역에 거주하는 30세~60세 성인 252명으로 참가자의 약 3분의 2가 PSEN1 E280A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였다. 

이와 관련해 Reiman 박사는 "관련 보인자들은 평균 연령 44세에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고 약 49세에 치매, 약 59세에 사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며 "콜롬비아는 전 세계에서 조기 발병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 인구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지역"이라고 언급했다.

임상참가자들은 크레네주맙 치료군 85명(유전자 보인자) 및 위약군 84명(유전자 보인자), 위약군 83명(유전자 비보인자)로 각각 구분됐다.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크레네주맙의 용량을 증량해 5년에서 8년 동안 무작위 투약평가가 시행됐다. 

연구팀은 추가 정밀분석을 위해 매년 임상참가자들의 혈액샘플을 제공받았으며,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바이오마커 분석에 필요한 뇌척수액(CSF) 검체를 채취해 정기적으로 아밀로이드 PET 검사 및 타우 PET 평가, MRI 뇌영상검사 등을 진행했다.

여기서 복합 일차 평가변수는 ▲API-ADAD 복합 인지점수로 평가한 인지능 변화 ▲FCSRT (Free and Cued Selective Reminding Test)로 분석한 삽화성 기억 기능 변화 등으로 설정됐다. Reiman 박사는 "참가자의 94% 정도가 5년에서 8년 간 진행된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API-ADAD 복합 인지점수로 평가한 인지능 변화의 경우, 연간 변화율에 있어 크레네주맙 치료군과 위약군의 차이는 0.33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95% CI, -0.48~1.13, P = .43). 또 다른 복합 일차 평가변수인 FCSRT로 분석한 삽화성 기억 기능 변화 역시 연간 변화율 차이가 0.008로 분석되며, 위약 대비 우월한 개선혜택은 관찰되지 않았다(95% CI, -0.003~0.019, P = .16).

이들 일차 평가변수와 마찬가지로 연간 바이오마커의 평균 변화(mean annualized biomarker changes) 지표는 위약군보다 크레네주맙 치료군에서 긍정적인 경향성이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다만 크레네주맙 치료군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에 우수한 결과지가 나왔다"며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항체의약품에 대표적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미세출혈과 뇌부종, 표재성 철침착증(superficial siderosis)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발생 증가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물질의 표적능을 평가하기 위한 CSF 아밀로이드 올리고머 분석과 약물 노출과 관련한 약동학 및 약력학적 분석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추후 혈장 바이오마커 지표 변화에 있어 인산화된 타우(p-tau) 수치 측정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 Reiman 박사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근거한 치료제 개발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그는 "크레네주맙의 이번 연구는 해당 가설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다. 크레네주맙 치료는 아밀로이드반을 감소시키지 않지만 가용성 올리고머를 표적하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API-ADAD 연구에 대한 전문가 논평도 나왔다. 메이오클리닉 Gregory S. Day 교수는 임상 리뷰를 통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적 혜택을 파악한 결과"라며 "아밀로이드 PET 검사 데이터를 보면, 뇌에서 아밀로이드반의 감소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이는 크레레주맙이 가장 효과적인 옵션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지목했다.

그럼에도 "아직 혈액 바이오마커 연구와 CSF 추가분석 등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연구기간 상당한 인원에서 크레네주맙의 최대 유효용량을 충분히 오랜기간 투약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결과 판정은 이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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