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우울증 치매 전조증상인가요?
노년기 우울증 치매 전조증상인가요?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8.12 10: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병원 박지은 교수, 우울증과 관련된 치매 이야기 소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

고령화로 치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울증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실제 다수 환자들이 '치매가 온 것 같다' 혹은 '치매에 걸릴까봐 걱정 된다'라며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치매보다는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다수다.

그렇다면 치매는 우울증의 전조 증상일까? 전문가들은 어떤 우울증은 경우에 따라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요인 혹은 전조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과 치료방법 등에 대한 사전 파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2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는 환자들이 자주 질의하는 우울증 증상과 치료법, 그리고 치매와의 구분법에 대해 소개했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 그리고 다양한 정신 및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진 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증상은 '기억력이 나빠졌다'가 대표적이다. 

또한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 기능의 문제를 심하게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가성 치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진짜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인지 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입맛이 줄고 수면에 대한 불편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몸이 아프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노년층에게 요즘 기분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 혹은 '그냥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본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층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우울증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좋아질 수 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다. 고령 환자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 가능한 수준이다.

더불어 앓고 있는 신체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 최근의 스트레스 사건, 불안정한 환경요인 등도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개입하는 것 또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65세 이상 10명 중 2~3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노년기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의 진행 가능성' 때문이다.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은 인지 기능의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그룹은 20~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조발성 우울증'이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만발성 우울증'이다. 이 경우에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또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기능의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에 호전이 없는 경우, 그리고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을 시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이 필요하고 인지 기능 검사나 MRI와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현재의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작년과 올해의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한다.

결국,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와 우울증이 동반될 경우 치매의 진행이 더욱 빠르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박지은 교수는 "나이가 들어 우울증이 발생했다면 꼭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매가 진행될 가능성에 관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곽용태 2022-08-14 10:41:32
간단한 룰을 하나 소개하면, 젊어서 없었던 증상이 노인에서 생기면 무조건 의심해보아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