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표적기전 활용 치매 신약 '분타네탭' 가능성 쏘아 올렸다
삼중 표적기전 활용 치매 신약 '분타네탭' 가능성 쏘아 올렸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1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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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IC 2022| 2a상임상 결과 발표 "두 건 연구 모두 평가지표 달성" 
사진: AAIC 2022.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동시 타깃하는 경구용 저분자화합물이 최종 3상임상 진입에 성공 가능성을 키웠다.

해당 후보물질은 앞서 '포시펜(Posiphen)'으로도 언급된 신약 후보물질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주요 바이오마커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알파 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등을 모두 타깃하는 삼중 표적기전이 눈길을 잡아끈다.

해당 독성 단백질들의 mRNA에 작용해 비정상적인 단백 덩어리의 형성과정을 차단하는 독특한 약물 메커니즘이 핵심으로 평가되는데, 최근 분석 결과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들을 모두 충족시키며 3상임상 성공에도 파란불을 켠 것이다.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애노비스 바이오(Annovis Bio)가 개발 중인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후보물질 'ANVS401(실험물질명·Posiphen)'의 최신 연구 결과(NCT04524351)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8월 4일까지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2) 석상에서 구두발표됐다(연구명: Translational Inhibition of Multiple Neurotoxic Proteins Leads to Improved Cognition in Alzheimer’s Disease).

'분타네탭(Buntanetap)'이란 이름이 붙은 ANVS401의 2a상임상 결과는 이렇게 정리된다. 분타네탭을 투약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서는 안전성을 필두로 독성 단백질의 축적 및 체내 염증반응을 감소시키고 인지 개선효과가 확인됐다는 대목이다.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축적을 줄이고, 해당 환자의 인지 상태를 유의하게 개선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연구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5명이 등록됐으며, 회사는 이번 임상 결과를 근거로 경증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약물용량탐색임상(3개월 진행)과 각각 12개월 및 18개월 간 시행되는 장기간 임상프로그램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애노비스 바이오는 입장문을 통해 "경구용 후보물질인 분타네탭은 현재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적응증으로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전자 DNA 정보가 기능적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변환되는 '번역(translation)' 과정을 억제해 해당 독성 단백이 신경세포에서 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을 차단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진행한 비임상 결과에서도 염증반응을 감소시키고 신경세포 사멸을 막았다. 이러한 혜택은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을 포함한 7가지 다른 신경퇴행 모델에서 확인됐다"며 "더불어 분타네탭을 투약한 건강한 인원 및 퇴행성 신경질환자 등 200명 이상의 임상참가자들에서도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환자 개선혜택 주목…"3상 두 건 진행 중·FDA 신약 신청 요청"

통상 독성 단백질의 축적과 응집체의 형성은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의 공통된 특징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해당 독성 단백질이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으로 구성되는 반면 파킨슨병에서는 알파 시뉴클레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형성된 독성 단백 덩어리들이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손상시키고, 뇌에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분타네탭이 가진 작용기전이다.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높은 저분자화합물로 개발 중인 분타네탭은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알파 시뉴클레인 세 가지 단백의 형성을 모두 표적으로 삼고 있다. 

출처: 애노비스 바이오(Annovis Bio) 홈페이지.

메커니즘을 짚어보면,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의 mRN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번역 과정을 저해하는 동시에 동일한 기전으로 알파 시뉴클레인의 mRNA에도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파킨슨병에 잠재적 치료물질로 유효성을 기대하는 이유였다. 

이번 학회기간에 발표된 분타네탭의 2a상임상을 살펴보면, 연구는 초기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주요 목표는 25일간의 치료를 통해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관찰하고, 뇌 내 바이오마커와 인지 상태의 변화를 측정했다는 부분. 

먼저 연구는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구분됐다. '파트-1' 연구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15명과 파킨슨병 환자 14명을 무작위로 할당해 25일 동안 매일 분타네탭 80 mg 또는 위약을 투약했다.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환자 10명에게는 분타네탭을 투약했고, 5명은 위약이 투여됐다. 이어 '파트-2' 연구에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분타네탭의 다중 용량을 저울질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파트-1 연구의 주요 결과, 일단 분타네탭을 사용한 치료군에서는 내약성과 안전성이 우수했다. 유효성 평가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분타네탭은 위약 대비 독성 형태의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의 축적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에선 알파 시뉴클레인 단백의 축적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전반적으로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환자군 모두에서 염증지표의 감소를 비롯한 신경세포 전달(축삭 및 시냅스)에도 상당한 개선혜택을 보고한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인지기능평가지표(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11, 이하 ADAS-Cog11) 및 웩슬러 성인지능검사(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 이하 WAIS) 지표를 모두 달성했다는 대목이었다.

세부 결과를 보면, ADAS-Cog11 점수의 경우 연구시작 시점과 비교해 치료 25일 이후 분타네탭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4.4점이 개선됐다. 이는 통계적으로 30%의 개선혜택을 의미한다. 더불어 위약군과 치료 성적을 비교했을 때에도, 분타네탭 치료군이 3.3점 더 우수했으며 22%의 개선혜택을 보고했다.

이 밖에도 움직임 및 사고의 속도를 측정하는 WAIS 검사 결과, 분타네탭 치료를 받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연구시작 시점 대비 통계적으로 23%의 개선혜택이 관찰됐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운동 기능과 사고 속도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혜택이 확인된 것으로 분석됐다.

애노비스는 "분석을 통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효과 및 독성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는 캐스케이드 현상(toxic cascade)을 역전시키는 결과들을 확인했다"며 "이를 토대로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관련 논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 3상임상을 각각 두 건씩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회사는 55세~89세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잡은 분타네탭 약물 다회 투약 임상연구인 'DISCOVER 연구(NCT02925650)'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해당 임상에는 분타네탭 60 및 120, 180 mg 등 세가지 용량이 사용되며, 경구요법으로 하루 3회 투약이 이뤄진다. 연구는 오는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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