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 '피부 생검법' 시장진입 숙제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 '피부 생검법' 시장진입 숙제는?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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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 디엑스 개발, DISCERN 검사법 논의…학계 "대규모 임상검증 필요"
출처: 시냅스 디엑스(SYNAPS Dx) 홈페이지.

'간단한 피부 생검을 통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검사가 가능할까.'

이 같은 물음을 놓고, 가능성에는 방점이 찍혔다. 피부 조직을 채취해 뇌 신경 시냅스 연결 이상과 독성 단백 바이오마커의 축적 정도를 잡아내는 차세대 '알츠하이머병 진단검사법'이 최신 임상평가 결과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타 다른 유형의 치매 등 동반질환을 가진 인원에서도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가 관찰되며 알츠하이머병의 식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일단 판단을 유보하는 모양새다. 해당 피부 조직 검사법이 타깃으로 잡은 '세포 형태학적 영상분석' 기술이나 'PKC (protein kinase C) 신호전달 마커 분석법'이 대규모 임상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과, 허가당국의 공식적인 인증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소재 알츠하이머병 진단 전문업체인 시냅스 디엑스(SYNAPS Dx)가 개발한 진단검사기 'DISCERN 검사'의 연구 데이터는 올해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2) 석상에서 공개됐다(초록번호: Abstract 63141).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피부 펀치 생검(Punch biopsy)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특이도와 민감도가 각각 95% 이상으로 높게 보고됐다는 것. 무엇보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용도로 개발된 DISCERN 검사법이 기타 다른 유형의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감별해내는 진단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대목이다.

발표를 진행한 시냅스 디엑스의 수석 과학고문인 Daniel Alkon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은 질병이 발생하고 4년에서 5년 동안은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며 "뇌의 시냅스 연결과 관련된 위험인자들을 측정하는 해당 검사법은 알츠하이머병에 진단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해당 검사법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료검사(Breakthrough Designation) 지정을 받았으며 PLA (Proprietary Laboratory Analysis) 코드 206U 및 207U를 획득한 상태로, 허가당국의 인증을 별도로 신청 중인 상황이다.

회사는 "질병이 가진 복잡성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에 간편 검사법은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환자에서 관련 병력이나 징후, 증상, 뇌영상검사, 인지 기능 등을 평가하게 된다"며 "환자에 침습적인 피해를 최소화해 질병 초기에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면 치료계획을 잡고 안정적인 관리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DISCERN 검사법에서는 뇌의 시냅스 연결 형성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들을 평가한다"며 "시냅스가 인지 기능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시냅스 손실은 인지 기능 저하를 평가하는 확립된 지표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PKC 신호전달 마커 분석, 대규모 임상검증 필요"…美FDA 미인증 상태도 지적

통상 알츠하이머병 진단 분야는 베타 아밀로이드반과 타우 단백의 축적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뇌척수액(CSF)이나 혈액검사, MRI 및 PET 영상스캔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AAIC 2022.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현행 진단검사법의 정확성을 두고 여전히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기존 진단검사의 경우도 환자 부검(autopsy)을 통한 확실한 검증작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동 검사법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50% 이상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파킨슨병이나 전두엽 치매, 다발성 뇌경색 치매 등과 같은 전혀 다른 병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Alkon 박사는 발표를 통해 "결국 알츠하이머병 진단법은 다른 유형의 치매와 구별할 수 있어야 가치를 가지게 된다"며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 검사가 알츠하이머병을 감별하기 위한 병리학적 위험신호로 사용되고 있으나, 인지 결손과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질병을 확진하는 전략으로는 좋지 않다"고 의견을 전했다.

따라서 회사는 DISCERN 검사법이 가진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 뇌 신경세포의 시냅스 손실 및 사멸, 염증반응을 필두로 아밀로이드 침착과 타우 단백의 과인산화에 주목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해당 검사법은 세포의 형태학적 영상분석(morphometric Imaging assay, 이하 MI assay)에 초점을 맞춘 진단검사 전략으로, 피부 조직의 세포 이상이 추후 전체 치매 및 알츠하이머 병리 변화에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병리적 변화는 전신적 발현을 유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해당 질병이 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학회에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총 74명의 임상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피부 생검을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군 26명(부검 통해 확인)과 알츠하이머 치매 비진단군 21명, 치매가 없는 대조군 27명으로 분류됐다. 검증작업은 부검검증(autopsy-validated) 및 맹검 임상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피부 조직을 분석한 결과는 어땠을까.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의 경우엔 세포주(cell line)가 큰 응집체(덩어리)를 형성한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 비진단군에서는 더 작고 많은 양의 응집체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팀은 이 같은 관찰 결과를 근거로 응집체의 수와 평균 면적을 측정했다. 형태학적 영상분석을 추가로 시행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군과 알츠하이머 치매 비진단군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포착됐다. MI assay의 민감도는 100% (95% CI, 86% - 100%), 특이도 100% (95% CI, 84% - 100%)로 높게 분석된 것이다.

연구팀은 "임상참가자 피부 샘플의 연령은 55세 이상으로 맹검 부검(blinded autopsy)을 시행한 경우였다"며 "특히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특이도와 관련해 파킨슨병 및 전두엽 치매 등과 같은 다른 유형의 치매를 동반한 환자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한편 학회 전문가 패널논의에선 DISCERN 검사법의 실효성을 놓고 다소 부정적인 입장도 견지됐다. 

전문가들은 "DISCERN 검사법이 PKC 신호전달 마커를 분석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진단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 검증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라면서 "아직 FDA 인증(clearance)을 받지 못했고 광범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되짚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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