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지 사각지대 촉발한 '세모녀 사건'…치매 돌봄 영역 현주소
|기획| 복지 사각지대 촉발한 '세모녀 사건'…치매 돌봄 영역 현주소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8.2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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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체계 점검 반사이익 될까…간병 및 돌봄 문제 해소 지원 '절실'
출처. 복지부

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세모녀가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한 사건이 이슈화됐다. 이는 지난 2014년 발생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린 서울 송파 세모녀 사건과 상당히 닮았다.

2014년으로부터 9년이 지난 2022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복지는 좁게는 최소한의 생존 요건을 뜻하며, 넓게는 인간답게 살도록 돕는 안전장치다. 안전장치가 고장 나면 누구에게나 안전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바로 그렇다. 지난 송파 세모녀 사건을 통해 복지부는 복지 3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법)을 탄생시켰다. 흔히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지만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소는 아예 다시 키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치매 관리 영역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치매 고위험군인 고령자나 독거노인 등이 복지 사각지대에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했다. 치매 환자는 인지력 저하로 복지 서비스 신청을 통한 자력구제가 어렵고, 치매 당사자와 가족들까지 함께 결부돼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수원 세모녀는 생활고를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치매 가족들은 생활고와 돌봄 부담의 이중고로 극단적 선택이나 간병 살인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장기간 발생하면서 익숙해진 탓인지 이슈화까진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와 지자체 모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해당 시스템 점검을 통해 치매 복지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치매 질환의 특성상 현행 복지지원 내용과 방식에는 다수의 개선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사자 신청주의 탈피…복지 방안 새로운 바람불까?

우리나라의 복지는 당사자 신청주의에 근거해 진행된다. 결국, 대상자가 사전에 복지 정보를 알고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복지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수급 이력이 없는 주거지 미상 위기 가구도 관계 기관과 정보연계 등을 통해 추적 지원토록 협의한다는 계획을 구상했다. 

발굴 시스템 연계 주요 정보 참여 기관은 ▲한국전력공사 ▲상수도사업본부 ▲도시가스공사 ▲교육부 ▲건강보험공단 ▲복지부 ▲신용정보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소방청 ▲행안부 ▲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자살예방센터 ▲응급의료센터 ▲국세청 등이 대거 참여한다. 

최근 복지부는 전국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를 개최해 현행 사회보장시스템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올해 9월부터 빅데이터 활용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서 입수하는 위기정보를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 후 전기료 장기연체자 등을 발굴해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적용된다.

추가된 위기정보는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주민등록 세대원이다.

특히 위 요건들 대부분 치매 환자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복지 서비스로 치매 관리 현실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즉, 치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긍정 요인이다.

◆치매 영역 반사이익 기대…'사각지대 해소' 시급

복지부는 이미 2022년부터 치매 사각지대 발굴에 정책적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동안 치매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발굴되지 않은 치매 환자로 여겨졌다.

현재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 환자 조기 발굴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 현장 관계자도 미검사 대상자를 찾는 게 더욱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치매 환자 돌봄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지자체들은 맞춤형 사례관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맞춤형 사례관리 대상자는 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 중 돌봄 사각지대에 있거나 기타 문제가 복합된 경우로 치매사례관리위원회가 선정한다. 

이외에도 지자체는 사물인터넷(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ICT)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로 치매 관리의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치매 위험도가 높은 독거노인이나 노노케어 가정 등을 대상으로 관리 효율성이 높은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돌봄 사각지대 해소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치매 복지 핫스팟, '간병 및 돌봄 영역' 주목 

그렇다면 향후 가장 많은 치매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곳은 어디일까? 바로 간병과 돌봄 영역이다. 치매 환자 조기 발굴은 초기 발굴로 대상자를 자료화할 시 관리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중증화 된 치매 환자의 간병은 인력과 재정이 집약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간병비 급여화와 돌봄 종사자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고령 및 치매 간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돌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간병 살인과 치매 노인에 대한 폭행 및 학대로 이어진다. 또 간병 퇴직도 마찬가지다. 제2 제3의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사회 문제인 셈이다.

실제 지난 2019년에는 치매 환자인 아내를 돌보던 80대 A 씨가 아내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아내를 살해 후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아내 간호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3년간 직접 아내를 간호했다. 요양 시설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은 이미 간병 부담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후생노동성에서 '개호' 관련 통계 발간을 시작했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2019년 매년 평균 20여 명의 고령자가 간병 가족에 의해 사망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가 발표한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 논문은 한국의 연간 사적 간병비 규모를 지난 2018년 8조 원 규모로 추계했다. 본격적인 고령화에 접어든 최근 변화를 반영하면 비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국가적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는 부재한 상태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치매 환자의 돌봄을 위해 퇴직하는 간병 퇴직 등 사회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즉, 해당 사안과 유사한 통계 시스템의 국내 도입을 통해 치매 간병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산출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 세모녀 사건으로 촉발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시책의 대대적 개편이 치매 복지문제의 해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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