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소체·알츠하이머 치매 감별 전략, '시지각검사' 새로운 대안될까
루이소체·알츠하이머 치매 감별 전략, '시지각검사' 새로운 대안될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9.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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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특징 상당수 공유, 오진율 높아…FLT 검사 가능성 시사
출처: Neurology 홈페이지.

'시지각검사(Visual Perception Test)'를 이용한 치매 감별진단 전략이 전문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다양한 치매 유형 가운데서도 주요 임상적 특징들을 공유하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를 놓고서다.

최신 연구 결과 시지각검사를 활용할 경우, 루이소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증에서 중등도의 치매를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제시된 것이다. 일단 검사가 빠르고 판독이 쉽다는 점에서 추후 진료현장에 활용 가능성을 놓고는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연구비를 지원한 해당 대규모 종단연구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Neurology' 2022년 8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경도에서 중등도 단계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문자식별검사법인 'FLT (Fragmented Letters Test)'를 진행했을 때 루이소체병을 단독으로 가진 환자와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구별했다는 대목이다.

책임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과 David Salmon 교수는 "이번 결과를 근거로 FLT 검사법이 단순히 알츠하이머 병리를 가진 치매 환자와 루이소체병을 동반한 치매 환자를 구별하는 데 효율적인 감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두 치매 질환은 상당한 유사점을 가진다. 루이소체병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경우도 많다"며 "문제는 루이소체병을 가진 환자들은 일반적인 치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감별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진료현장, 감별 오진율 문제 지적…FLT 검사 "민감도 73%·특이도 87%" 평가

통상 루이소체 치매(전체 치매의 약 10%)는 알츠하이머병(전체 치매의 약 70%)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진행성 치매 유형으로 알려졌다. 

뇌에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를 비롯해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증상, 환시, 이상행동 등 다양한 증상이 유발된다. 특히 시각적 환상 및 각성, 주의력 등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며 근육의 경직을 비롯한 느린 움직임, 보행장애, 떨림 등 파킨슨병 환자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근육 및 운동증상들도 발생한다.

실제 루이소체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는 일부 증세적인 차이를 보이기는 한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기억력 감퇴가 두드러지지만, 루이소체 치매는 시공간 능력 및 집행기능의 저하가 보다 뚜렷하고 인지적 기복(혼돈 증상)이 자주 관찰된다. 또한 루이소체 치매에서 비교적 초기에 동반되는 운동속도 저하, 보폭 감소, 보행장애 등 일부 운동증상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선 중증으로 진행돼야 확인된다는 부분이다.

이렇듯 두 개 질환의 감별과 관련한 문제는, 지난 2017년 루이소체 치매 컨소시엄(Dementia with Lewy Bodies Consortium)을 통해 만들어진 전문가 합의문(consensus report)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루이소체 치매의 임상 양상이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며 "관건은 진료현장에서 알츠하이머병 감별률이 낮고 진단을 놓치거나 오진을 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VOSP (Visual Object Space Perception) 검사의 일환으로 FLT를 이용했다. 이는 물체의 형태나 패턴, 색상 등을 기반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지각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를 지칭한다.

대규모 종단분석 평가가 진행된 연구에는 환자 부검을 통해 루이소체병(19명) 또는 알츠하이머병(23명)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들과 일반 건강한 대조군 11명이 포함됐다. 이들에는 시각적으로 알파벳 문자를 식별하는 FLT 검사 및 추가적인 시공간검사, 삽화성 기억력검사 등을 실시해 매년 신체적, 신경심리학적 평가를 시행토록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팀은 시지각검사법을 활용한 감별진단 결과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FLT 점수는 일반 건강한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루이소체 치매 환자군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던 것이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들은 대조군 및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에 비해 더 나쁜 FLT 점수 분포를 보였다. 

아울러 루이소체 치매 환자군에서는 시각적 개체 인식 및 시각적 검색, 시각적 동작 식별, 시각적 질감 인식, 2차원 그림 복사 또는 그리기, 3차원 개체 구성 검사 등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보다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해당 검사법은 루이소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구별하는 데 있어 민감도 73%, 특이도 87%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 눈에 띄게 시공간 판단 능력이 저하된다면 인지저하와 시각적 환각 발생에 전조증상일 수 있다"며 "FLT가 포착한 시지각 능력의 손실도 같은 이유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경우 시각적 환각 증상이 빠르게 줄거나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상태에 따라 질병의 예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명확한 구별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Salmon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에 한계점을 지목했다. 그는 "본 연구의 경우 모집단의 규모가 작고 실제 임상환경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제한점을 가진다"며 "진료현장에 접목 가능한 FLT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추가 대규모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치매 치료 분야 표적 항체의약품 사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아두카누맙 등과 같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치료제의 경우 하나의 특이적인 병리현상만을 타깃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병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Perception of Fragmented Letters by Patients With Pathologically Confirmed Dementia With Lewy Bodies or Alzheimer Disease. David P. Salmon, Denis S Smirnov, David G. Coughlin, Joanne M. Hamilton, Kelly M. Landy, J. Vincent Filoteo, Annie Hiniker, Lawrence A. Hansen, Douglas Galasko. Neurology Aug 2022, 10.1212/WNL.0000000000201068; DOI: 10.1212/WNL.000000000020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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