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극복의 날| 멀티비타민 먹는 노인, 인지저하 막는다? '진실 혹은 거짓'
|치매극복의 날| 멀티비타민 먹는 노인, 인지저하 막는다? '진실 혹은 거짓'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9.2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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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대상 RCT 분석 결과 최초 공개, 학계 "권장사항 아냐, 의료진과 상담 전제"
사진: 디멘시아뉴스 촬영

'매일 먹는 종합비타민제가 노년기 인지저하의 발생을 늦출 수 있을까?'

'멀티비타민(종합비타민 영양제)'을 꾸준히 섭취하는 노인의 경우 인지 기능 개선에 긍정적인 혜택이 기대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상적으로도 근거수준이 높은 대규모 무작위대조군(RCT) 연구를 분석한 결과, 멀티비타민을 3년간 꾸준히 복용한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기억력을 관장하는 광범위한 정신능력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과 인지능이 확연히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확증적 결론이 아닌, 이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다만 뇌의 인지 기능 및 인슐린 저항성, 혈압 개선 등에 다양한 혜택이 기대됐던 '코코아 플라바놀(cocoa flavanols)' 추출물의 경우엔 인지 기능 개선 혜택을 놓고 어떠한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인지 기능 개선 영역에서 멀티비타민이 가진 영향력을 평가한 'COSMOS-Mind 연구'의 최종 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2022년 9월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연구명: Effects of cocoa extract and a multivitamin on cognitive functio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해당 결과는 작년 11월 열린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 석상에서도 주요 데이터가 선공개된 바 있다.

책임저자인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의대 노인의학과 Laura D. Baker 교수는 "멀티비타민과 미네랄 영양제의 접근성과 저렴한 비용, 안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결과는 뇌건강을 놓고 공중보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알츠하이머협회 최고과학책임자(CSO)인 Maria Carrillo 박사는 논평을 통해 "이번 자료는 노인을 위한 종합비타민, 미네랄 보충제가 뇌의 인지노화(cognitive aging)를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제시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인지 기능 저하가 진행된 인원에서의 혜택을 판단하기 위해선 추가 확장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종합비타민을 포함한 모든 건강보조식품의 이점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기 위해선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대규모 연구가 주목한 멀티비타민 효과…"인지 및 실행기능 개선에 혜택 확인한 첫 자료"

통상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가진다. 발병 초기에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다가,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 기능에 이상을 동반하게 된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은 진행과정에 있어 인지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변화 및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장애 등의 정신행동증상이 흔하게 동반된다. 또 말기에는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여러 합병증까지 발생한다. 때문에 환자들의 인지 기능을 보조하기 위한 치료적 개입이 일차적 목표로 설정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이번 'COSMOS-Mind (COcoa Supplement and Multivitamin Outcomes Study of the Mind) 연구(NCT03035201)'에서는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종합비타민 영양제(multivitamin-mineral)와 코코아 추출물 보충제를 사용해 노인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했다.

출처: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본 임상프로그램은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의대와 하버드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코코아는 높은 수준의 항산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일부 연구에서는 고용량의 코코아 플라바놀이 인지 개선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며 "멀티비타민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아직 공인된 임상적 근거자료는 제한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COSMOS-Mind 연구는 2만 1,000명 이상의 고령 참가자를 대상으로 코코아 추출물(500 mg/일, 코코아 플라바놀 성분)과 멀티비타민-미네랄 영양제가 심혈관 및 암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한 대규모 COSMOS 연구(NCT02422745)의 하위분석 데이터로 평가된다.

이번 COSMOS-Mind 연구에는 65세 이상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2,262명의 고령 인원들이 평가 대상으로 설정됐으며, 이들에 3년 동안 정기적으로 인지검사를 시행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73세였으며 남성 914명, 여성 1,348명의 성비 분포를 보였다.

더불어 위약군과 코코아 추출물 복용군, 멀티비타민 복용군에는 심혈관질환 병력을 비롯한 당뇨병, 우울증, 흡연상태, 알코올 섭취, 초콜릿 및 멀티비타민 사용 경험 등과 관련해 균형을 맞췄다. 세 개 그룹에 포함된 참여자들의 인지점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 이들은 멀티비타민+코코아 추출물 복용군(571명), 멀티비타민+코코아 위약(551명), 코코아 추출물+멀티비타민 위약(553명), 위약+위약(587명)군으로 분류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코코아 추출물이 위약과 비교해 인지기능종합점수(Global Cognitive Function composite score) 개선에 미치는 효과였으며, 2차 평가변수로 동일하게 멀티비타민의 혜택이 평가됐다. 또한 추가 평가변수로 심혈관질환 병력을 가진 환자에서 기억 및 실행기능 등에 개선 혜택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코코아 추출물의 경우, 위약군과 비교해 인지 기능 개선에 유의한 혜택이 보고되지 않았다(effect: 0.03; 95% CI, -0.02 to 0.08; P=0.28).

코코아 추출물을 복용한 인원들과 코코아 위약을 복용한 경우 전반적인 인지점수는 처음 2년 동안 증가했다가 다시 낮아져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코코아 추출물은 삽화성 기억(일상사건)이나 계획 및 주의력, 멀티태스킹 작업 등의 실행기능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관건은, 멀티비타민 보충제 복용군에선 얘기가 달랐다는 대목이다. 복용 3년 후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점수가 상당히 개선됐으며, 위약군 대비 인지 기능 개선에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effect: 0.07; 95% CI, 0.02 to 0.12; P=0.007).

아울러 멀티비타민 보충제 복용군에선 삽화성 기억과 실행기능을 개선시켰다. 이러한 혜택을 놓고 코코아 추출물과 멀티비타민 보충제 사이엔 어떠한 상호작용도 없었으며, 코코아 추출물을 첨가한다고 해도 인지 기능 개선에 대한 멀티비타민의 이점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3년간 연구를 최종적으로 끝마친 비율은 참가자에 77%(1,732명) 수준이었지만, 중간 탈락자 비율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구기간 해당 보충제 사용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석 결과 멀티비타민의 긍정적인 효과는 위약과 비교해 투약 2년째 시점에서 정점에 도달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번 결과에 대한 논평을 전했다. Carillo 박사는 "뇌 건강과 인지저하 문제는 전 세계 공중보건에 주요 이슈 중 하나"라며 "결국 예방과 치료전략은 전체 인구집단에 효과적인 방편인지가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물론 식이요법과 신체활동 교정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확증연구가 추가적으로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논문> BakerLD, Manson JE, Rapp SR, et al. Effects of cocoa extract and a multivitamin on cognitive functio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Alzheimer’s Dement. 2022;1-12. https://doi.org/10.1002/alz.12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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