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발병을 놓고 뇌와 장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뇌장관축(brain-gut axis)' 가설이 다시금 주목받을 전망이다.
궤양성대장염(ulcerative colitis)이나 크론병(Crohn's disease) 등의 염증성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이 치매 발생에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특히 치매 유형별로 궤양성대장염 환자에서는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크론병 환자의 경우 전두측두엽 치매 발생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8만 명 이상의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 발생의 영향력을 조사한 대규모 국가 코호트 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 '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덴마크 오르후스대학병원 임상역학과 Jakob Rønnow Sand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치매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임상적 근거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본 연구는 염증성장질환자에서 치매 위험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뇌장관축 가설 재주목 "궤양성대장염, 알츠하이머병 위험…크론병, 전두측두엽 치매 증가"
통상 학계 전문가들은 위장관 장애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놓고 어느 정도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을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는 염증 및 감염가설을 기반으로 한 장내 미생물과 대사산물의 조절에 초점을 잡은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확장된 '뇌·장·미생물 축(microbiota-gut-brain axis)' 가설의 경우 장관계 신경계통과 중추신경계(CNS) 사이에는 양방향 소통(bidirectional communication)을 주고받으며, 신경염증을 비롯한 뇌혈관장벽(BBB)의 기능,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기전에도 관여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시 말해 뇌의 기능장애가 장내 미생물 분포에 영향을 주는 것과 더불어 미생물총의 상태 변화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장의 운동이상을 비롯한 감각이상, 뇌-장관 상호작용, 감염 후에도 지속되는 염증, 면역체계 이상,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 유전적 소인,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덴마크 환자 레지스트리 자료를 기반으로 1977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염증성장질환 환자 코호트를 조사했다. 이들을 성별과 출생년도, 거주지역 등에 따라 염증성장질환이 없는 일반 대조군과 비교를 진행한 것이다.
연구에 등록된 염증성장질환 환자군은 총 8만 8,985명으로 이 가운데 궤양성대장염 69.6%, 크론병이 30.4%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대조군은 88만 4,108명으로 분류됐다.
연구는 염증성장질환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치매 누적발생률(cumulative incidence proportions, CIP)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설정됐다. 아울러 환자-대조군 사례분석(nested case–control analysis)을 통해 염증성장질환의 중증도 및 스테로이드 사용, 대장과 소장 수술 경험, 의료체계 이용빈도 등의 영향인자들이 치매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로 조사됐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염증성장질환 환자군에서 총 2,076명의 환자가 치매로 진행됐다. 먼저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와 관련, 40년간 치매 누적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궤양성대장염 환자에 7.2%, 크론병 환자에서 5.8%가 치매로 진행한 것이다.
더욱이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 위험도가 7% 증가했으며(HR = 1.07 [95% confidence interval (CI): 1.01;1.12]),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는 10%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HR = 1.10 [95% CI: 1.01–1.19]).
또한 크론병 환자에서는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 위험도가 15%(HR = 1.15 [95% CI: 1.05–1.27]) 상승했고, 치매 중에서도 전두측두엽 치매 발생 위험이 2.7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HR = 2.70 [95% CI: 1.44–5.05]).
이 밖에도 의료기관을 보다 빈번하게 이용한 염증성장질환 환자에서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 있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등의 염증성장질환은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 위험을 다소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크론병 환자에서 전두측두엽 치매 위험이 두드러진 것이나 의료기관을 자주 찾는 염증성장질환자에서 위험도가 상승한 것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논문> Rønnow Sand J, Troelsen FS, Horváth-Puhó E, Henderson VW, Sørensen HT, Erichsen R. Risk of dementia in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 a Danish population-based study. Aliment Pharmacol Ther. 2022 Sep;56(5):831-843. doi: 10.1111/apt.17119. Epub 2022 Jul 3. PMID: 3578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