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레카네맙' 유효성 확보, '아두카누맙' 허들 넘을까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레카네맙' 유효성 확보, '아두카누맙' 허들 넘을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9.2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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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임상 톱라인 결과 선공개 "11월 학회서 풀데이터 공유"
CDR-SB 지표 27% 개선 및 계열약 ARIA 부작용 발생 합격점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합작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레카네맙(성분명 lecanemab)'이 상용화 가능성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허가에 핵심 축을 담당할 3상 확증임상 'Clarity AD 연구(NCT03887455)' 결과,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는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를 27% 개선시키며 유효성 근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임상에 설정된 일차 및 이차 평가변수들을 차례로 충족시키며, 해당 계열약 성공에 포문을 열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온다.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선발품목인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유효성 논란과 부작용 이슈를 겪으며 시장 퇴출 절차를 밟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최근 개발사인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최종 임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공표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 발표에 앞서 주요 임상데이터를 선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레카네맙은 다국적제약기업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항체의약품으로, 아두카누맙과 동일한 정맥주사 제형으로 먼저 개발이 이뤄졌다.

작용기전의 경우, 문제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반에 결합한 뒤 체내 면역반응을 유도해 독성 응집체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약물 메커니즘을 가졌다. 따라서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이 레카네맙 치료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번 결과에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정리된다. 18개월에 걸친 임상기간 동안 레카네맙 치료군에서는 CDR-SB 지표와 관련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27%까지 감소시켰다는 대목.

특히 이러한 혜택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확인된 임상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레카네맙 정맥주사(10 mg/kg)를 2주 간격으로 1회 투여한 환자군에서 두드러졌다. 실제로 1,795명의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등록된 Clarity AD 연구 결과를 짚었을 때, 레카네맙 치료는 위약 대비 명확한 혜택을 보고한 것이다.

이를테면, 치료가 시작되고 6개월 시점부터는 레카네맙 치료군의 경우 위약과 비교해 연구시작 시점 대비 CDR-SB 지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화시켰다(all P < .01). 더욱이 CDR-SB 지표로 설정된 일차 평가변수 외에도, 주요 이차 평가변수 모두를 충족시켰다.

여기엔 치료 시작 후 18개월 동안 아밀로이드 PET 영상검사를 통한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 변화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Cog 14) ▲알츠하이머병복합점수(ADCOMS)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수행능력척도(ADCS MCI-ADL) 등이 평가기준으로 포함됐다.

◆"ARIA 부작용 발생 20% 수준, 아두카누맙과 비교돼"…학계 "고무적" 평가

레카네맙은 안전성 프로파일에 있어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가 나왔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치료제들에서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이슈가 예상보다는 낮게 관찰됐기 때문이다. 

관건이었던 뇌부종 등의 ARIA-E 발생 비율을 보면, 레카네맙 정맥주사 치료군에서는 해당 부작용 발생률이 12.5%(위약군 1.7%)로 집계됐다.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40%를 훌쩍 넘긴 아두카누맙과는 비교되는 수치였던 것.

또한 증상성 ARIA-E의 발생률의 경우 레카네맙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2.8%, 0.0%로 분석됐고, 뇌출혈 등의 ARIA-H 발생률은 17.0%, 8.7%로 집계됐다. ARIA-E와 ARIA-H를 포함한 총 ARIA 발생률은 레카네맙 치료군 21.3%, 위약군에서 9.3%로 보고됐다.

회사는 "해당 3상임상의 주요 결과들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두카누맙 사태와 관련해)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 ARIA 부작용도 레카네맙의 경우 우려되는 범위 안쪽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번 결과를 놓고 알츠하이머병 유관 단체들은 긍정적인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열렬히 환영한다(enthusiastically welcomes)"며 "지금껏 보고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가운데 가장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 레카네맙 치료는 질병 관리에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해당 결과는 환자들의 일상생활 복귀에 최대한의 시간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약물발견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인 Howard Fillit 박사는 성명서를 통해 "주요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수치 감소와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켰다는 임상데이터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전 세계 5,700만 명의 환자들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외에도 다른 기전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신약 개발의 필요성도 여전하다"며 "현재 개발 중인 약물 파이프라인의 75% 정도가 비아밀로이드 경로를 표적으로 잡고 있다는 점도 이를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5월 중순 개발사인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FDA 임상 순차제출(rolling submission) 신청을 끝마친 바 있다. 해당 신약 신청은 레카네맙이 항체 치료제인 만큼 생물의약품 품목허가신청서(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BLA) 접수를 통해 진행됐다. 이에 미국FDA는 레카네맙을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 약물로 지정했다.

미국FDA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에 따라 오는 2023년 1월 6일 내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다. 

에자이는 입장문을 통해 "미국 보험당국과의 논의를 통해 3상 확증임상 Clarity AD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카네맙에 대한 시장 진입시점을 신속하게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두카누맙 임상에서 경험한 실수들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아두카누맙은 허가 3상임상 자료의 공개가 늦어지며 비판을 받았고, 결국 승인 9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소규모 저널에 임상자료를 게재하며 또 한 번 이슈를 키웠다"며 "레카네맙은 적극적인 피어리뷰(동료평가)를 통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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