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표적약' 잭팟 터질까, 전문가들 "결과 해석에 신중" 
'아밀로이드 표적약' 잭팟 터질까, 전문가들 "결과 해석에 신중"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9.3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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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카누맙 투자 실패 만회 가능성…도나네맙 및 간테네루맙 등 경쟁 약제도 재주목
의료계 "CDR-SB 지표 개선 대조군 대비 -0.45, 절대적 차이 작아 의문" 중립적 의견도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치매 신약 개발 분야에 '아밀로이드 표적약'의 진입 가능성을 놓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제약기업인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레카네맙(성분명 lecanemab)'이 이러한 분위기 전환을 주도할 것이란 시장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젠은 레카네맙의 3상임상 결과에 합격점을 받아들며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3,37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 시가총액에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허가에 핵심 축을 담당할 3상 확증임상 'Clarity AD 연구(NCT03887455)'의 톱라인 분석 결과,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는 임상치매척도(CDR-SB)를 27% 개선시키며 유효성 근거에 방점을 찍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밤 늦게 공개된 레카네맙의 해당 3상 결과의 경우, 지난 수년간 이어진 아밀로이드 표적약의 임상 실패 소식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기전으로 언급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가설을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제 개발 분야는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임상들이 돌연 중단되거나 실패를 경험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이번 레카네맙의 톱라인 결과를 계기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개발에는 성공과 가능성이란 화두가 다시금 부각됐다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바이오젠의 미국 나스닥 주가는 거래 당일 35.4%가 급등했으며, 선발품목인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 시장 퇴출 절차에 따른 손실금 전액을 회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동개발사인 일본 에자이의 주가 역시 17%가 급등했다.

이와 관련, 최초의 아밀로이드 표적약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된 아두카누맙의 실패 사례를 짚어볼 수 있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작년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심사과정에서 불거진 실효성과 안전성 잡음은 시판 이후 처방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제로 말미암아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에선 신약 신청에 퇴짜를 맞았고, 결국 개발사인 바이오젠의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아두카누맙의 마케팅과 영업을 맡은 회사 조직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뼈아픈 실패를 대내외적으로도 인정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이슈를 근거로 아두카누맙과 같은 표적 항체의약품의 보험적용에는 '제한' 입장을 밝힌 글로벌 보험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서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냉각됐다.

올해 4월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발행한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에서는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한 항체치료제에는 일체의 비용 지원을 하지 않겠다"면서 국가 적격 임상에 등록된 인원 외에는 해당 치료제 사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새롭게 견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이번 레카네맙의 임상데이터를 보면 수치적으로도 모호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개발사가 기대한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바이오젠과 에자이에게는 전작인 아두카누맙의 실패를 만회할 충분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전체 임상데이터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한 치매 전문의는 "CDR-SB 총점이 18점인 것을 고려하면 대조군에 비해 -0.45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며 "절대적인 차이가 작았다. 이것이 임상적으로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은 있다"고 지목했다.

때문에 오는 11월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에서 발표될 임상 풀데이터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여기서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APOE4 보인자 등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와 함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에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및 안전성 자료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한편 아두카누맙을 잇는 후속 신약 품목들에도 낙관적인 기류가 감지됐다. 레카네맙과 동일 계열 약제인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릴리 '도나네맙(donanemab)' 등이 임상 성공에 대한 희망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로슈와 릴리의 주가도 최근 6~7%가 상승했다.

시장 분석기관들은 "레카네맙은 가속승인 심사과정에 근거자료인 'Study 201 연구'와 이번 3상임상을 토대로 내년 3월 말까지 완전승인 신청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올 11월  CTAD 학회에서 공개될 레카네맙의 전체 임상 결과(Clarity AD 연구)를 비롯해 간테네루맙의 3상임상(Graduate I 및 II 연구) 자료, 내년에 나올 도나네맙의 3상 결과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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