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 '미주신경자극술' 활용한다? 절반의 가능성 포착
파킨슨병 치료 '미주신경자극술' 활용한다? 절반의 가능성 포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0.0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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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S 2022| taVNS 시술 결과 공개
"운동 증상 개선 달리 일부 인지능 감소" 뇌심부자극술 대안 주목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증상 중재치료 전략으로 신경자극술이 가진 혜택이 새롭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최신 조사 결과,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귀 부위에 '경피적 미주신경자극술(Trans-auricular vagus nerve stimulation, 이하 taVNS)'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좋은 내약성과 함께 운동 증상 개선 혜택이 관찰된 것이다.

미주신경의 경우 신경면역 반응 조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추후 진료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놓고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열린 국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International Congress of Parkinson's Disease and Movement Disorders, MDS) 석상에서 공식 발표됐다(Abstract 727).

책임저자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MUSC) 신경과 Vanessa K. Hinson 교수는 학회 발표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에 비침습적 치료전략으로 평가되는 뇌신경 자극술 분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라며 "경구 약물 투여나 뇌심부자극술(DBS)과 같은 침습적 수술에 내성이 약한 환자에게는 효율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 증상 개선효과는 명확, 단어 생성 등 인지능은 저하…"taVNS 추가 임상 진행 예정"

통상 미주신경은 쌍으로 구성된 12개의 뇌신경(cranial nerve) 중 하나로, 10번째 뇌신경(cranial nerve X)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미주신경은 신경 생리학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대목이다. 특히 귀에 분포(auricular branch)하는 미주신경 가지의 경우 파킨슨병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청반(locus coeruleus), 흑질(substantia nigra), 해마(hippocampus), 시상(thalamus) 및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등의 뇌 부위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여기서 taVNS는 귀의 작은 신경가지들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개념으로 최근 들어 대두된 개념이다.

연구팀은 "앞서 파킨슨병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미주신경자극술(VNS)을 시행한 경우 운동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됐다"며 "해당 자극술은 신경화학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과 도파민(dopamine)을 증가시켰고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뇌 신경세포의 사멸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재술 후 동물 모델에서는 신경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반응도 감소했다"며 "이러한 결과가 발표된 뒤 신경자극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임상에는 40세에서 79세 연령의 참가자 30명(백인 100%)이 등록됐다. 이들은 경도에서 중등도의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Hoehn & Yahr 병기 2~3기, MoCA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점수가 24점 이상인 경우가 해당됐다.

임상참가자들에는 총 2주간에 걸쳐 taVNS 실시군과 대조군(가짜 자극술 시행)으로 나눠 중재요법을 각각 1시간씩 진행했다. taVNS 실시군의 경우 전극(electrodes)을 외이에 부착하고, 전류의 강도는 환자별 역치를 고려해 일정 부분 차등을 두었다. 대조군의 경우엔 전극을 환자의 귓불에 부착케 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자극술을 시행받은 환자군에서는 자극이 고통스럽다거나 불쾌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따끔거린다'는 감각을 표현했다"며 "이는 물리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경피신경자극(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TENS)과도 비슷한 정도였다. 자극술 평가에서도 혈압과 심박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taVNS 실시군에서는 대조군과 비교해 통합파킨슨질병등급척도(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ystem III) 점수가 3점 이상 개선됐다. 더욱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증상 가운데 움직임의 느려짐(bradykinesia)과 떨림(tremor) 등이 가장 많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인지 능력 평가에서는 반대의 결과도 연출됐다. 특정 기간, 주어진 범주에서 단어를 생성하는 의미 유창성(semantic fluency) 평가와 'F'로 시작하는 단어 말하기 등과 같은 음소 유창성(phonemic fluency) 평가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taVNS 실시군에서는 해당 결과가 감소한 반면 가짜 자극술 시행군에서는 일시적으로 개선됐기 때문.

그러나 의미 및 음소 유창성에 대한 일시적인 영향을 제외하고는 인지 기능 검사 지표, 피로, 보행 정지, 수면의 질 등에 대한 주관적인 측정에서는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자극술이 단어 찾기와 단어 생성을 감독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운동 증상 개선과 달리 신경이 과도하게 자극돼 인지 능력이 저하됐을 잠재적 가능성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임상참가자의 샘플 규모가 작아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면서 "추후 평가에서는 자극의 강도와 자극술 시행기간 등 자극 매개변수를 보다 다양화해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후속 임상 평가를 준비 중인 상황으로 전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연구에서는 가정용 기기를 사용해 6개월 동안의 자극술 혜택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치료에 내성이 생긴 우울증과 뇌전증 환자에 미주신경자극술을 시행한 결과 효과의 최대치가 나타나는 데엔 보통 수 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Hinson 박사는 "뇌의 기능성 영상을 분석하는 fMRI 검사를 통해 자극술을 시행한 환자에 어떠한 뇌 영역이 반응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taVNS 시술은 일부 고령 파킨슨병 환자에 혜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들은 우울증 및 불안 등과 같은 신경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고, 약물 치료나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침습적인 수술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초록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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