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복합제 신약 처방권 정조준 '엑사노멜라인·트로스피움'
조현병 복합제 신약 처방권 정조준 '엑사노멜라인·트로스피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0.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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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P 2022| 3상임상 'EMERGENT-2 연구' 풀데이터 전격 공개

조현병 증상의 개선혜택을 앞세운 '신약(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 표적치료제)'의 최종 임상성적표가 국제학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무엇보다 계열 약제 사용에 문제로 지목되는 부작용 발생 이슈를 해결했다는 데 이목이 쏠린다.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인 '엑사노멜라인(xanomeline)'과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길항작용(항콜린제)을 나타내는 '트로스피움(trospium)'을 결합한 신약 후보물질로, 처방권 진입 가능성을 한껏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성인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 'KarXT (후보물질명·성분명 엑사노멜라인/트로스피움)'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3상임상 'EMERGENT-2 연구'의 풀데이터가 제35차 유럽신경정신약리학회(ECNP) 연례 학술대회 석상에서 구두발표됐다(초록번호 P.0193 및 S07.05). 앞서 8월 해당 연구의 톱라인 결과 일부가 선공개되며 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250명 이상의 성인 조현병 환자가 등록된 이번 임상 결과, 5주 동안 엑사노멜라인/트로스피움 복합제를 투여받은 인원들의 경우 주요 평가변수로 잡힌 PANSS (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총점을 9점 이상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는 대목이다. 특히 위약군과의 비교에서 개선효과는 치료 2주차부터 발현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조현병의 양성 및 음성 증상 모두를 상당히 개선시킨 것과 함께 약물의 내약성 및 안전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임상에서 보고된 치료 관련 응급이상반응(treatment-emergent adverse events, 이하 TEAEs) 대부분이 경증~중등도 수준에 일시적으로 관찰됐기 때문이다.

책임저자인 미국 뉴욕 호프스트라대학 주커의대 정신과 Christoph U. Correll 박사는 학회 발표를 통해 "도파민성 또는 세로토닌성 경로 차단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항정신병약물로 혜택과 안전성에 기대가 크다"며 "추후 분석이 이뤄질 EMERGENT-3 연구에는 유럽 인종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될 예정이다. 결과는 내년 1분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997년 말초신경계 중증 부작용 문제 '임상 중단'…"트로스피움 추가로 해결"

해당 복합제 신약의 개발사인 바이오테크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는 2009년에 설립됐다. 회사는 설립 이후부터 엑사노멜라인과 트로스피움의 약물 조합에 주목해왔다.

출처: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엑사노멜라인의 경우 다국적제약기업인 일라이 릴리가 먼저 개발한 조현병 치료제 후보물질로, M1 및 M4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약효를 나타낸다. 그러나, 탁월한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와 달리 1997년 말초신경계통에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며 임상이 중단된 바 있다. 

여기서 카루나가 가진 생각은 달랐다. 해당 약물을 도입해 무스카린 길항제인 트로스피움과 병용투여할 경우 해당 부작용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트로스피움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하기에 무스칼린 작용제 엑사노멜라인이 중추신경계에서만 작용을 하게 만들고, 말초신경계 부작용은 약물 길항작용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KarXT는 도파민성 또는 세로토닌성 경로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무스카린 작용제 엑사노멜라인과 무스카린 길항제 트로스피움 조합은 중추신경계의 무스카린 수용체를 우선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작년에 공개된 2상임상 결과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약 200명의 조현병 환자들이 참가한 해당 임상의 경우, KarXT 치료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정신병 증상 개선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최종 임상 발표와 동시에 카루나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많은 환자들이 항정신병 약물로 평생 관리를 받고 있음에도 기능적 상태나 삶의 질이 개선되질 못하고 있다"며 "실제 조현병 환자의 20~33% 수준은 현행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2,100만명의 환자들에 성공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며 "KarXT는 독특한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로 이번 임상에서도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중반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조현병 외에도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여러 정신과 및 신경계 질환에 적응증 임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M1 및 M4 작용제 상보작용 '주효'…전문가들 "조현병 혁신 치료옵션으로 기대"

연구를 주도한 Correll 박사는 KarXT가 가진 복합제 작용기전에 시너지 효과를 지목했다. 

그는 "M4 작용제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등에서 아세틸콜린을 감소시켜 '아래에서 위로' 도파민 수준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가진 반면, M1 작용제는 GABA를 자극해 '위에서 아래로' 도파민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M1 작용제의 사용은 말초적으로 콜린성 시스템을 자극시켜 구역 및 구토, 혈압과 맥박 변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트로스피움의 추가를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다"며 "따라서 복합제의 내약성과 안전성, 혜택의 정도가 상당히 놀라운 수준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3상임상을 살펴보면, 연구에는 조현병을 진단받고 정신병 증상을 경험한 18세~65세 성인 252명이 등록됐다. 이들은 임상 시작 당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적 증상의 악화를 경험한 인원들로 선정됐다.

임상참가자들은 무작위 배정을 통해 KarXT와 위약을 각각 1일 2회 투약받도록 했다. 이때 사용된 복합제 투약용량은 엑사노멜라인/트로스피움 50 mg/20 mg 또는 125 mg/30 mg이었다.

여기서 연구의 일차 평가변수는 투약 5주차 PANSS 총 점수(시작시점과 비교)의 변화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KarXT 치료군에서는 위약군과 비교해 PANSS 총 점수가 9.6점 감소하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고했다(-21.2 vs -11.6, respectively; P < .0001; Cohen's d effect size, 0.61).

또한 PANSS 총점 변화와 마찬가지로 투약 2주차부터 조현병 증상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이 같은 감소효과는 연구기간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차 평가변수(PANSS 하위척도)와 관련해, 적극적인 치료군의 경우 환각이나 망상 등과 같은 조현병의 양성증상과 관계의 어려움 및 금단현상 등과 같은 음성증상 모두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약물 안전성 프로파일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치료 관련 응급이상반응(TEAEs) 발생 비율은 KarXT와 위약군에서 각각 75.4%, 58.4%로 보고됐다. KarXT 치료군의 경우, 해당 이상반응의 중증도가 모두 경도에서 중등도에 해당됐다.

실제로 변비(21.4%)를 비롯한 소화불량(19.0%), 구역(19.0%), 구토(14.3%), 두통(13.5%), 혈압 상승,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었다. 해당 부작용 발생으로 약물 투약을 중단한 전체 비율은 KarXT 치료군 25%, 위약군 21%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전 시험과 같이 일부 투약 환자에서 심박수 증가 소견은 관찰됐으나 연구 종료시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TEAE와 관련한 치료 중단 비율은 KarXT 치료군 7%, 위약 6%로 비슷했다. 중증 발생 비율도 2%로 동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점은 KarXT의 경우 현행 약물 옵션과 달리 환자의 체중 증가나 진정, 운동장애 등과 같은 일반적인 부작용 발생이 없었다는 대목"이라며 "다른 항정신병약물과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상발표 직후 진행된 전문가 패널논의에 좌장으로 자리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새클러의대 정신과 Mark Weiser 교수는 "해당 복합제 성분 조합은 혁신적으로 평가된다"며 "조현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 비도파민성 복합제로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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