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당뇨약 주목 이유? "인슐린 수용체 분포"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당뇨약 주목 이유? "인슐린 수용체 분포"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1.0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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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미세혈관 인슐린 수용체 발견 "인슐린 저항성, 알츠하이머병 발생 촉진" 
"알츠하이머병 환자, 특정 유형 수용체 더 적게 분포"…GLP-1 계열 긍정 평가
출처: 국제학술지 'Brain'.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당뇨약을 활용하는 관리전략을 놓고 일부 과학적 근거가 포착돼 눈길을 끈다.

환자들의 뇌 부검 조직을 분석한 결과, 대뇌의 미세혈관에서 인슐린 수용체가 관찰됐으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에서는 '알파-베타 인슐린 수용체' 유형이 더 적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수용체의 분포가 적은 인원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생과 관련된 베타 아밀로이드반이 뇌에 더 많이 쌓이게 되며 인지검사에서도 나쁜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라발대학과 미국 러쉬의과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최신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rain' 2022년 10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근들어 학계에서도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촉진한다는 임상적 근거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는 혈당강하제 사용과 관련,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의 개선혜택을 조사하는 임상시험들도 여럿 진행되고 있다.

이번 결과에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뇌혈관장벽(BBB) 외부의 대뇌 미세혈관에서 인슐린 수용체를 발견했다는 부분.

책임저자인 라발대학 신경과학센터 Frederic Calon 교수는 "기존 연구들에서도 인슐린이 뇌혈관장벽을 넘어 뉴런과 성상세포(astrocyte)에 작용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왔다"며 "분석 결과 아주 적은 양의 인슐린이 뇌혈관장벽을 통해 운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기반이 된 데이터는 'ROS (Religious Orders Study) 연구'였다. 노화가 뇌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러쉬대학 알츠하이머병센터 주도로 1994년부터 시행된 연구였다. 

해당 연구는 최대 22년 동안 1,100명의 사제 및 수녀, 기타 성직자를 추적한 결과로, 여기에 등록된 60명의 사망한 개인의 뇌 조직을 분석해 인슐린 수용체 분포 여부를 식별했다.

그 결과, 뇌의 인슐린 수용체는 주로 대뇌의 미세혈관에서 관찰됐으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에서는 알파-베타 인슐린 수용체 유형이 더 적게 확인됐다.

더불어 이 같은 수용체 유형이 적을수록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베타 아밀로이드반이 뇌에 더 많이 축적됐으며, 인지검사 결과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슐린 수용체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유사한 상태가 확인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며 "일단 뇌의 미세혈관에 알파-베타 인슐린 수용체가 포함돼 있고, 해당 수용체가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않고도 순환하는 인슐린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가 실험에서도 실험용 쥐들에 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모델이 대조군보다 알파-베타 인슐린 수용체의 분포가 점점 더 감소하는 경향성을 발견했다"며 "또한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을 유도하는 BACE1 효소의 발현도 더 많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앞선 연구들에선 BACE1 효소의 활성화는 근육과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의 진행에 관여하고, 뇌 혈관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인지장애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는 BACE1 효소가 뇌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알츠하이머 발생병리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다만, 과거에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목적으로 BACE1 억제제를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나 유효성이 낮고 약물 독성반응이 높은 것으로 판명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

Calon 교수는 "이번 결과는 당뇨병 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에 개선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며 "알츠하이머병 임상에서 평가 중인 인슐린 저항성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결과들은 유망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인슐린이 뇌 미세혈관 수용체에 결합할 때 일어나는 반응들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논문에 언급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과 관련,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시장에 선두권 기업으로 평가되는 글로벌 빅파마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알츠하이머병 시장 진입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기도 하다.

계열 약에 속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활용한 경구용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4년 뒤 최종 분석 결과에 따라 가능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임상에 자신감을 피력하는 모양새다.

회사는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작용제 계열약으로 당뇨병과 비만약 시장 외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및 대표적 신경퇴행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분야에도 연구개발을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가장 위험한 도전이 될 수도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엔 상당한 혜택을 안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회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활용한 치료제 파이프라인 두 개 품목을 보유한 상황이다. 투약용량을 각각 달리해 당뇨병 치료제로는 '오젬픽'을, 비만 주사제 시장에선 '웨고비'로 처방약 시장에 진입해 있다.

회사는 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14 mg' 용량을 사용하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에도 착수한 상황.

노보 노디스크는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후기임상은 작년 5월에 첫 삽을 떴다"며 "해당 임상은 2024년 8월까지 연구의 주요 평가지표들을 분석하고, 2026년 4월 임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 Leclerc M, Bourassa P, Tremblay C, Caron V, Sugère C, Emond V, Bennett DA, Calon F. Cerebrovascular insulin receptors are defective in Alzheimer's disease. Brain. 2022 Oct 25:awac309. doi: 10.1093/brain/awac309. Epub ahead of print. PMID: 3628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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