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 "글리아티린은 효과 없는 약" 주장…정말 쓸모없을까?
건약, "글리아티린은 효과 없는 약" 주장…정말 쓸모없을까?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7.11.0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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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체 측, "국내서 적법한 허가 절차 거친 엄연한 전문약의약품"

뇌기능개선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이 약사단체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 주장의 골자는 이 약이 효과도 없고, 다른 나라에서는 전문약으로도 쓰이고 있지 않은 성분이라는 것이다.

우선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은 글리아티린은 임상적 유용성이 없어 급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를 보면 이렇다. 글리아티린은 원개발국인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유럽, 북미 선진국 어디에서도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못했으며, 미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약이라는 것이다.

건약은 "글리아티린의 효능을 입증하는 자료들도 그 근거가 미약하기 그지없고, 이미 복지부에서도 2011년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원 넘는 약제비가 투여되는 동안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그 결과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치매예방약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현혹해 지금 이 순간조차도 환자들의 주머니와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건약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약은 2002년 이후 누적약제비가 1조원이 넘는 약으로 국내에서는 가장 팔리는 뇌기능개선제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정말로 10년이 훨씬 넘게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쓸모없는 약일까?

임상 현장에서는 건약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글리아티린은 임상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다가 급여권 내로 들어온 약물이다.

의료계에서는 실제 허가를 거쳐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임상 현장에서 효과가 없다면 자연스레 약 처방을 기피하게 되지만, 글리아티린은 환자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처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 수년간의 걸쳐 이뤄진 임상 결과도 글리아티린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리아티린 임상 연구인 아스코말바(ASCOMALVA) 연구를 주도한 이탈리아 카멜리노대학 아멘타 교수는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쓰이는 도네페질과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주성분인 콜린 알포세레이트 병용투여에 따른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012년부터 4년간 아스코말바 연구를 진행했다.

허혈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를 동반한 59세부터 93세의 환자를 도네페질 단독투여군과 콜린 알포세레이트 병용투여군으로 분류해 인지기능 변화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추적 관찰했다. 또 환자의 이상행동반응 심각도와 환자보호자의 스트레스 정도를 함께 측정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 약물을 병용투여한 환자들은 인지기능 평가지수인 MMSE 점수가 기준치 대비 1점 감소했으며 단독투여군은 4점 감소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악화를 의미하는 'ADAS-cog' 점수는 단독투여군이 10점 가량 상승했지만 병용투여군은 4점 상승에 그쳐 두 가지 평가지수에서 모두 단독투여군 대비 병용투여군의 인지기능이 더 잘 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리아티린이나 제네릭을 보유한 업체들도 허가 절차나 급여의 적정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오리지널인 글리아티린을 보유한 종근당은 "글리아티린은 적법한 허가절차를 거쳐 식약처가 인정한 전문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동일 성분 제품을 보유한 대웅제약은 "​임상자료를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문헌재평가를 통해서도 임상효과를 입증받은 품목"이라며 "정상적인 사람이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처방시에는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으며, 보험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건약은 글리아티린이 건강기능식품 정도의 제품이며, 급여를 해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비슷한 논리를 수 차례에 걸쳐 주장한 바 있다.

건약의 주장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복지부나 식약처 등 정부 부처가 의견을 수용해야 하지만 그동안 정부 입장을 봤을 때는 이번 주장 역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멘시아뉴스 최봉영 기자(bychoi@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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