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변비 치료물질, 치매·정신질환약 시장 넘본다
파킨슨병 환자 변비 치료물질, 치매·정신질환약 시장 넘본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1.10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테린 개발 신약 후보물질 'ENT-01' 파킨슨병 변비 개선 확인
'스쿠알라민' 합성유도체 성분 "정신증 및 치매 임상 최종 목표"
출처: 바이오테크 엔테린(Enterin) 홈페이지.

파킨슨병 관련 변비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 성공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장내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의 형성 및 축적을 타깃하는 작용기전으로, 해당 환자군에서 확실한 변비 증상 개선혜택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파킨슨병 환자에 정신증(psychosis) 및 치매 치료 용도로도 신약 개발이 진행된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경구용 변비 치료제 후보물질 'ENT-01(실험물질명)'의 2상임상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결과는 발표와 동시에 국제학술지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은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엔테린(Enterin)이 개발한 것으로, 결과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ENT-01을 경구요법으로 7~25일간 복용한 135명의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로 잡힌 완전 자발적 장운동(Complete spontaneous bowel movement, CSBM) 지표를 주당 평균 0.7에서 3.2로 증가시켰다. 이는 위약군에서 1.2로 늘어난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였다. 

결국 ENT-01 치료군에서는 안전성과 함께 용량의존적으로 장 기능이 빠르게 정상화됐으며, 치료기간 이후에도 몇 주 동안 효과가 지속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연구팀은 "위장관 신경세포에 응집된 알파-시누클레인을 조절하는 전략은 뇌에서 비정상적인 응집체의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 환자에 신경학적 증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고려된다"고 강조했다.

엔테린의 공동설립자인 Denise Barbut 박사는 입장문을 통해 "3상임상을 수행하기에 앞서 ENT-01이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 또는 정신병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또 다른 2상임상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비 뿐만이 아니라 파킨슨병의 모든 비운동성 증상을 치료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비, 초기 파킨슨병 증상관리 주목…스쿠알라민 성분 "정신증 및 치매 임상평가 병행"

통상 파킨슨병 환자에서의 변비 증상은 운동 결손 등과 같은 기타 증상보다 몇 년 일찍 발현되는 일반적이고 흔한 증상으로 파악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위장관 신경계에 분포하는 세포에 결합하고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퍼질 수 있는 알파-시누클레인의 응집체는 파킨슨병 환자의 변비 발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항균 화합물인 '스쿠알라민(squalamine)'의 합성유도체인 ENT-01의 작용 메커니즘에 주목했다. 이는 해당 후보물질이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의 작용해 관여해 장에서 신경 신호전달의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이 완료된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서 상어의 몸속에서 발견되는 스쿠알라민 성분은 파킨슨병에 개선혜택을 가진다는 보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해당 성분을 활용할 경우, 파킨슨병 발생과 연관된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의 형성과 독소의 축적을 억제한다는 일부 결과들이 제시되며 잠재적 치료 후보물질로도 거론된다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이중맹검 방식으로 시행된 임상에는 변비 중증도에 따라 ENT-01의 두 가지 약물 용량(75 mg 또는 150 mg)이 사용됐으며 최대 내약용량으로 250 mg이 평가됐다. 치료기간인 25일 동안 투약용량을 고정했으며, 이후 모든 환자는 2주 동안 위약을 복용한 뒤 4주간의 휴약기를 가졌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ENT-01 치료군에서는 CSBM 지표와 관련해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켰으며 2차 평가변수로 설정된 주간 자발적 배변 및 대변 일관성, 배변 용이성, 완화제 사용 등에 있어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개선혜택이 관찰됐다. 다만, 환자가 보고한 변비 증상 또는 변비-삶의 질 평가 점수를 놓고는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불어 안정성 프로파일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ENT-01 치료군에선 사망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심각한 부작용 보고도 없었다. 그러나, ENT-01 치료군에선 전반적인 이상반응이 61명(65.6%)에서 보고되며, 위약군 27명(47.4%)보다 발생 비율이 높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구역(nausea)으로 ENT-01 치료군 32명(34%), 위약군에서 3명(5.3%)이 경험했다. 뒤이어 설사는 ENT-01 치료군과 위약군 각각 18명(9.4%), 3명(5.3%)에서 관찰됐다.

연구팀은 "치료군에 배정된 93명의 환자 중 24명(25.8%)이 치료가 종료되기 전에 투약을 중단했는데 대부분이 구역과 설사 때문이었다"며 "위약군 환자 57명 중 8명(14.1%)에서 보고된 수치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역과 설사 이상반응은 약물의 점진적인 용량 증량과 항구토제 약물 사용으로 완화될 수 있었다"며 "앞서 50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ENT-01은 위장관에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혈류로 흡수되거나 다른 약물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테린은 치매 또는 정신증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소규모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하위분석 결과, 위약군에 비해 ENT-01을 복용한 환자군에선 증상 개선혜택이 더 크게 확인됐다는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양성증상 평가척도(Scale for the Assessment of Positive Symptoms) 비교와 관련해 정신증을 동반한 파킨슨병 환자 11명 중 ENT-01 치료군(5명)의 경우 6.5점에서 1.8점으로 개선됐으며 위약군에선 6.3점에서 3.4점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28명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시행한 결과, ENT-01 치료군(14명)에서는 치료기간 동안 24.1점에서 26.5점으로 2.4점이 향상됐으며, 위약군(14명)의 경우 24.8점에서 25.7점으로 0.9점이 올랐다.

회사는 "향후 파킨슨병 관련 정신증 및 치매 치료에 대한 ENT-01의 잠재적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