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항체치료제 시대 개막…치매 치료 '대변화' 예고
2세대 항체치료제 시대 개막…치매 치료 '대변화' 예고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1.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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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치료제 활용 기대, 바이오마커 통한 치료군 선별도 
출처.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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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헬름이 열어젖힌 2세대 항체치료제 시대가 레카네맙으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2세대 항체치료제는 치매 치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레카네맙1(Lecanemab)을 필두로 2세대 항체치료제의 활용이 임박하면서 치매 치료에 대한 많은 변화가 유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치매는 근원적 치료제의 부재로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큰 질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 항체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흥행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기존 치매 치료제의 경우 이미 치매에 걸린 대상군에 대한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한 반면, 2세대 항체치료제는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의 근원적 치료를 목표로 한다. 

앞서 아두헬름(Aduhelm)이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치매 치료제로 미국 FDA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증상 완화가 아닌 발병기전을 중재하는 최초의 근본적 치료제(Disease modifying drug)인 것이다. 

하지만 2세대 항체치료제의 개막을 알린 아두헬름은 높은 가격과 부작용, 승인과정 등 잡음을 일으키며 유럽 등 각국에서 승인 거절의 굴욕을 겪었다. 이후 사실상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사장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2세대 항체치료제가 수년 내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레카네맙에 의해 현재까지 약물치료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치료 가능성이 생기는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치매환자는 67만 3,872명으로 집계된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이를 상회하는 254만 7,432명을 넘어섰다. 결국 치매 치료제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치료 대상이 되는 적절한 환자 선별을 위한 혈액 및 영상검사 등 바이오마커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또 항체치료에 따른 부작용 배제와 타깃 선별을 위한 전문화된 진료 스킬도 요구될 전망이다.

항체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영상 비정상 소견(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등으로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레카네맙이 긍정적 지표로 2세대 항체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 커지면서 국내외 유관 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제 알츠하이머협회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 레카네맙 치료는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호평했다.

알츠하이머병 약물발견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인 Howard Fillit 박사는 성명서를 통해 "주요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수치가 감소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켰다는 임상데이터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전 세계 5,700만 명의 환자들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치매학회도 이미 2세대 항체치료제의 활용을 위한 정책적 토대 마련과 진료 환경의 급변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의 전망과 동일하게 치매 신약이 향후 수년 내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치료 전략이 항체치료제의 개발로 송두리째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매학회는 최근 개최했던 학회 20주년 간담회를 통해 2세대 항체치료제의 활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혈액진단을 통한 중년기의 검진을 고도화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발병에 대비하는 전문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항체치료와 관련한 진료지침과 정책, 제도까지 모두 포함된다. 

치매학회 임재성 홍보이사는 "현재 개발되는 2세대 항체치료제들은 증상 완화가 아닌 병을 근본부터 치료하는 약으로 기대가 크다"며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를 주요 치료군으로 하는 만큼 전문적인 진료를 토대로 치료군을 판별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건강보험과 의료전달체계로는 2세대 항체치료제를 온전히 감당할 수 없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발맞춰 혈액, 영상 진단 관련 업체들도 마케팅을 강화하며 항체치료제 활용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은 피플바이오, 뷰노, 뉴로핏 등이 있다. 

승인 앞둔 레카네맙, 성공 관건은 역시 '가격'

레카네맙은 미국FDA의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에 따라 오는 2023년 1월 6일 내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다.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는 2세대 항체치료제가 보유한 리스크 대비 이익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레카네맙이 아두헬름과 비교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보여주긴 했으나, 한계점 역시도 분명하다는 입장에 의해서다.

주요 쟁점은 ARIA 부작용과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에 따른 인지기능 개선의 상관관계다. 다만 앞서 아두헬름의 승인 사례에 비춰 레카네맙의 승인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ICER는 레카네맙의 적정 약가(2일 환율 기준)를 1,081만원에서 2,620만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두헬름의 최종 승인된 가격인 2,645만원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레카네맙 승인 시 국내 출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만큼 약가 책정이 레카네맙의 흥행에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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