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용어 개정 핵심은 치매 전문가 의견 '주목'
치매 용어 개정 핵심은 치매 전문가 의견 '주목'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1.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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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등 전문가 단체의 반대 입장 선회가 '관건'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복지부가 치매 용어 개정을 위한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실패를 반복했던 개정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개정을 위한 핵심 사안은 전문가 단체의 찬성이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 전문단체인 치매학회는 그간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개정을 반대하고 있던 데 따른 것이다. 

16일 복지부는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이하 협의체)' 제1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치매 용어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용어 개정과 이를 토대로 한 인식개선 방안을 논의키 위해 구성됐다. 

이번 협의체는 치매 용어 개정과 관련한 전문가 및 가족단체 등으로 고루 분배됐다. 인원은 의료계, 돌봄·복지 전문가 및 치매환자 가족단체 등 10여 명이다. 제1차 회의는 치매 용어 관련 해외 사례 및 타 병명 개정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추진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렇다면 치매 명칭 개정을 위한 실질적인 필수 요인은 어떻게 될까? 우선 용어 개정에 따른 실효성, 의학적 후속 작업, 해외 사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여기에 환자와 가족, 전문가 단체들의 입장과 견해들을 합쳐 결론을 도출할 전망이다. 

사실 치매 용어 개정은 여러 차례 추진된 바 있다. 모두 실패로 끝난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치매학회 입장, 개정 '핵심' 

가족도 정부도 아닌 치매학회의 입장이 왜 핵심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용어 개정이 진행될 경우 가장 부담감이 큰 곳은 치매학회다. 

일단 치매학회는 명칭변경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용어 개정에 따른 대국민 조사결과에 공감하는 국민이 생각보다 적었고, 투입되는 유무형적 자원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해석했다. 

지난 2021년 복지부가 진행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치매 병명을 변경해야 한다(21.5%)', '유지해야 한다(27.7%)', '상관없음(45%)'로 조사됐다. 

결국 당장의 용어 개정보다는 정책, 제도적 지원확대, 실질적인 인식개선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을 때라는 게 학회 의견의 핵심이다. 

추가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용어 개정으로 인해 필연적인 학회 명칭변경의 부담이다. 2002년 탄생한 치매학회는 지난 2021년 4월께 대한의학회의 정회원인 정식학회로 인정받게 됐다. 수십년 간에 걸친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다. 치매 용어 개정 시 학회의 대국민 홍보 자체를 처음부터 해야 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의학적 후속 작업도 큰 부담이다. 치매는 단순히 인지력 문제 이외에도 수많은 의학적 증상 등이 동반 및 파생된다. 명칭 개정으로 학회는 또 다른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장기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용어 개정 사례로 보는 시사점은? 

국내에도 질병의 명칭 변경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신분열증과 간질이 사회적 부정적 인식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변경에 뒷따르는 후속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신분열증이나 간질이 조현병과 뇌전증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다수다. 조현병과 뇌전증 자체를 모르는 경우는 더욱 많다. 

징신분열증은 2007년 환자 가족 동호회 주관으로 성명서를 대한정신분열병학회로 전달했고, 이후 명칭 공모, 심포지엄, 간담회 등 공청회 과정을 거쳐 4년만에 변경에 성공했다. 간질은 2005년 간질 전문의 등의 주도로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차별 등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고,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과정을 9년에 거쳐 명칭 개정을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학회명은 대한조현병학회, 대한뇌전증학회 학회로 각각 변경됐다. 

◆용어 개정 해외 사례는?

치매 용어는 '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해 '癡呆(어리석다)'라는 의미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 일본에서 전해 받고 해당 한자어를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게 됐다. 

과정만 본다면 이미 일본도 명칭 변경을 진행한 만큼 국내도 타당성은 충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치매 용어가 부정적 인식 확산에 기여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고, 주변 여러 다른 나라에서 용어 개정이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대만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 홍콩과 중국은 2010년 및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병명을 개정한 바 있다.

가까운 일본은 전문가 중심으로 치매 용어 변경에 관한 협의가 시작됐다. 이후 후생노동성주도로 병명 개정 검토위원회가 구성됐고, 최종적으로 국민 의견 수렴 후 병명이 개정됐다. 

미국의 변경 사례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정식 개정은 아니지만, 의학적 용어 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3년 정신질환 분류기준인 DSM-5에서 치매라는 용어를 'Dementia'에서 '주요신경인지장애(major neurocognitive disorders)'로 변경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변경했다. 민간 주도로 2012년 일반 국민 대상 설문 조사 후 '치매 용어 개정 제안서'를 의학용어 심사위원회에 제출했고, 같은 해 '치매증'에서 '뇌퇴화증'으로 개정에 성공했다. 

복지부 김혜영 노인건강과장은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의료계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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