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에 따라 이탈리아어 대본에 의존하여 작곡했다고 합니다. 오페라에 한해서 당시 독일은 후진국이었습니다.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비로서 독일 특유의 오페라가 탄생합니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멜로디의 아름다움이나 성악에 집중하는 데 반해 독일의 오페라는 극적인 내용 표현과 대본을 중요시하였습니다.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으며, 오페라의 음악도 선율적인 아름다움보다 극적인 표현이 추구되어 정서적인 감동을 더욱 실감 있게 표현하였습니다. 이 오페라는 숲관리원인 청년 막스가 그의 애인 아가데의 아버지 쿠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여 사격 대회에서 우승하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러나 막스는 사격 실력이 부족하여 고민에 빠지는데, 이때 악마인 카스파르가 그에게 어떤 표적도 명중시키는 마탄(마법의 탄환: magic bullet)을 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827년 베토벤이 56세로 사망하였을 때 그의 관을 운구하면서 가장 많은 눈물을 보였던 슈베르트도 1년 후인 1828년 31세 나이로 사망하였습니다. 젊은 슈베르트의 사망 원인은 매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 미국이나 유럽에 살던 사람들에 대한 책이나 기록을 보면, 당시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은 결핵이나 매독과 같은 질병이었습니다. 일반 평민들은 결핵에 의한 사망 기록이 많고, 천재나 예술가들은 매독에 의한 사망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질환이 왜 생기는지 잘 알지 못하였습니다. 대부분은 하나님에 의한 형벌이나 나쁜 공기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일이 통일되기 1년전인 1989 독일 정부는 뒷면에 현미경, 그리고 앞면에 안경 쓴 아저씨를 도안한 새로운 200마르크 화폐를 발행하였습니다. 이 안경 쓴 아저씨가 독일의 의학자인 폴 에를리히(Paul Ehrlich)입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 만큼 독일 국민에게는 자랑스러운 사람이며 의학 발전에 탁월한 기여를 한 학자입니다. 그는 결핵과 매독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이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결핵과 매독이었습니다. 그는 결핵의 원인인 결핵균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결핵에 걸려버렸습니다. 다행히 그는 서서히 회복되었고, 이 경험을 계기로 면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세균을 연구를 하면서 인간과 세균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으며, 이 차이를 이용하여 세균에게만 작용하는 독성물질을 인간에게 투약하면 인간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고 병의 원인인 세균 만을 죽일 수 있는 마법의 탄환 즉 magic bullet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가 생각하였던 이 magic bullet의 첫 대상은 매독이었습니다. 그는 606번의 실험 끝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매독을 완치할 수 있는 Salvarsan이라는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은 치료에 효과가 있었지만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 약의 주성분은 비소 성분이었는데, 비소는 그 물질 특성상 매독균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독성이 매우 높습니다. 즉 magic bullet 이 아닌 magic buckshot(산탄총) 이었습니다. 하지만 폴 에를히리가 꿈꾸었던 인간에게는 해가 없고, 병원균과 같은 해로운 물질에게만 마법처럼 작용해서 병을 치료한다는 생각은 이후 의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 몸에 외부 물질,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항원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를 인식하고 이를 공격하는 단백질인 항체를 만듭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물질의 표면에는 아주 다양한 단백질 구조가 있어 우리 몸은 이런 다양한 구조에 공격(결합)하는 다양한 항체를 만듭니다. 이런 항체를 다클론항체(polyclonal antibody)라고 합니다. 반면 항원의 특정 구조만 결합하는 항체를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라고 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어떤 마을에 침입자가 나타나자 여러 다양한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서 어떤 사람은 다리만 잡고, 어떤 사람은 허리만 잡고, 또 어떤 사람은 목만 잡는 등 각기 다른 역할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다클론항체입니다. 반면 침입자의 다리만 잡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이 사람들이 단클론항체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이를 막기 위해 이 침입자의 몸에 있는 다양한 부위를 공격하는 다양한 항체, 즉 다클론항체들이 만들어집니다. 아무래도 질병 퇴치에 더 효과적입니다. 반면 단클론항체는 아주 특정 부분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체 환경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특이적인 결합성 때문에 검사나 치료에 정밀하게 응용할 수가 있습니다.
1973년 생물학과에서 단클론항체에 대한 연구 후 졸업한 독일 청년 게오르게스 쾰러(Georges Kohler)는 충분한 양의 단클론항체를 구할 수 없어서 고생하던 중이었습니다. 특정 단클론항체를 분비하는 세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그 세포를 구해도 아주 소량의 단클론항체를 생산 후 세포가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한편 영국 캠브리지에서는 세자르 밀스테인(César Milstein)은 항체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량의 항체를 구할 필요가 있었고, 그를 위해서 죽지 않고 항체를 만드는 세포인 골수종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골수종에서 특정 항체만을 선별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골수종의 배양 및 골수종 사이의 세포 융합 등에 대한 상당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쾰러는 우연히 밀스타인의 강의를 듣고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즉석에서 밀스타인과의 긴 토론 끝에 그는(그의 말에 의하면) “미친 생각(crazy idea)”이 떠올랐습니다. 즉 쾰러는 그가 연구하는 단클론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를 밀스타인의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증식하는 골수종과 융합하는 것입니다. 그는 밀스타인에게 그의 생각을 설득하였고 이들은 곧 의기 투합하였습니다. 그들은 결국 쥐에서 얻어진 특정 항체 세포를 골수종과 용합시켜 혼성세포(hybridoma)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즉 그들은 죽지 않고 왕성하게 분열하는 골수종의 특징과 특정 항체만을 분비하는 형질세포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인간이 오랫동안 상상하였던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이종 생명체를 세포수준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단백질의 어떤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는 단클론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연구는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돈이 많이 들었으며, 단백질 구조에 대한 낮은 이해와 그에 따라 만들 수 있는 항체의 제한성 등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였습니다. 당사자들 역시 이 기술이 기초연구 혹은 더 이용한다면 진단적 목적 정도로만 이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지 이것이 다양한 질병의 치료로 확대되는 것은 꿈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밝힐 수 있고 이 구조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 수준까지 진행하면서, 그 적용 범위는 매우 넓은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구 10년 후 이 공로를 인정받아 쾰러와 밀스테인은 1984년 노벨 의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1995년에 Köhler가 4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였을 때, 이 단클론항체를 이용한 시장은 몇 백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진단, 치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천억달러를 넘어서는 엄청난 시장이 되었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이상 단백질의 침착이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부검하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이 두드러집니다. 많은 연구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면 이 병을 치료하거나 최소한 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을 시사합니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미 만들어진 이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세균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우리 몸과 아주 다른 이물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 필요하여 만들어진 단백질이 이상 단백질화 한 것입니다. 즉 우리 몸의 정상적인 단백질과 아주 다른 단백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상 단백질에만 작용하는 물질은 아주 정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야 말로 magic bullet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특정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배출을 쉽게 하기 위해서 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항원으로 하는 단클론항체를 디자인하여 이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법인 수동면역법(passive immunization)이 최근 가장 많이 연구 되어지고 있습니다. 수동면역법은 환자가 항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만들어진 특정 항체를 주사하여 환자의 몸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코로나의 특징적인 구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격하는 토실리주맙과 베텔로비맙과 같은 항체 치료제가 수동 면역법에 해당합니다. 이 방법은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노인 등의 환자에게 유용하며 비교적 부작용이 적습니다. 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주입을 멈추면 더 심해지지 않을 수 있어 관리가 쉽습니다. 반면, 비용이 매우 비싸고 자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20년 동안 무슨무슨 맙(-mab; -monoclonal antibody)이라고 불리는 수 많은 물질이 실험되어졌는데 이-맙이라는 물질이 바로 단클론항체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중 대부분의 약이 실제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감소함을 보여주었지만 동반되는 심각한 부작용이나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해서 실패합니다. 오랜 실패 끝에 단클론항체인 아두카누맙(Aducanumab)과 레카네맙이 2021년, 2023년 각각 미국 FDA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신약으로 허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몇몇 맙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임상실험 중이며 상당히 유망해 보입니다. 이전에 사용되었던 알츠하이머병 약과 달리, 이번에 승인된 약은 증상만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거나 유발할 수 있다는 뇌의 때(?)를 아주 많이 제거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우리는 진짜로 magic bullet을 손에 넣었을까요?
다시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돌아가봅니다. 연인을 얻고 싶은 마음에 막스는 마탄을 받았지만 거기에는 그가 모르는 이면약속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곱 발의 마탄 중 여섯 발은 막스가 원하는 대로 날아가지만, 마지막 한 발은 멋대로 날아가 막스의 연인인 아가테를 죽일 것이다” 입니다. 과연 우리가 손에 넣은 이 마법의 탄환은 진짜로 마법같이 과녁에 맞을까요, 또 7발 모두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