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임상 없고 … 사람 임상 두단계면 ‘끝’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 성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3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알약이나 주사약이 아니라 앱, 게임, VR(가상현실) 등을 기반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의료가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기인 디지털 치료제가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데는 기존 의약품과 달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웅범 서울대 교수가 작성한 ‘디지털 헬스의 주도적 지위에 관한 예측’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은 15년, 3조원이 소요되는 데 반해 디지털 치료제는 3.5년~5년 100~200억원에 불과해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단계가 없다. 사람 대상 임상 역시 임상 1상과 2상에 해당하는 탐색임상과 임상 3상에 해당하는 확증임상 두 단계만 거치면 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시장은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시장은 20~30%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2030년 35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직 마켓 리서치는 연평균 31.4%씩 성장해 2030년에는 357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연평균 20.5% 성장해 2025년 86억 5,000만달러(약 10조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26년 96억 4,000만 달러(약 11조 8,500억 원), 미국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연평균 31.4% 성장하면서 2026년 131억 달러(15조 2,091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치료제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제공 초기단계며, 국내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아직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중에서 가장 빨리 실용화된 것은 미국에서 2010년에 인가받은 당뇨병 질병 관리 프로그램이고 일본에서는 2020년 승인받은 니코틴 의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금연 치료 보조 앱이다.
국내업체로는 지난 2월 에임메드가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 '솜즈'를 개발했으며 이는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유일한 제품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실용화까지 첩첩산중이다.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와 수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부담금이 커져서 구매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디지털 치료제 의료보험 수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제도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디지털 치료제를 제도권 의료시장으로 편입하려는 노력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국민 건강권의 보장과 건강 불평등 해소에 있다”면서 “소비자 주도형 의료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