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맞아 ‘품격있는 죽음’ 원해 … 100세시대 현실
초고령화 사회 맞아 ‘품격있는 죽음’ 원해 … 100세시대 현실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3.2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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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 ‘치매’ 포함시켜야 … 경제적 부담 완화

30년 넘게 남편 ‘동혁’(선동혁)과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아내 ‘연희’(정아미). 국악인으로 전국을 떠돌며 음악에 매진해왔지만 정작 가정에는 소홀했던 ‘동혁’은 아내의 부탁에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다. 행복한 전원생활도 잠시, ‘동혁’은 ‘연희’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 ‘연희’와 그런 아내를 돌보는 남편 ‘동혁’,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병으로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잃는 ‘연희’와 가족들의 마지막 순간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시종일관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치매라는 공통분모를 다루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 환자 100만 명이라는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시해 주고 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2021년 현재 여자의 기대수명은 86.6세, 남자는 80.6세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또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0년 86만3542명, 2021년 91만726명, 2022년 95만351명으로 2024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와 함께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는게 ‘준비된 죽음’인 웰다잉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죽음의 질적 수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 나은 죽음’,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미시행·중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사전에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현장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임종시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임종 과정을 지연시키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가족뿐만 아니라 대리인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심폐소생술 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 없이 죽음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지금까지 연명의료 역할은 호스피스나 요양병원, 요양원이 담당해왔다. 그러나 이들 노인요양기관은 수많은 노인이 말기에 연명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하는 데에만 의미를 둘 뿐 결국 ‘삶의 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이 암과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간경변증 등 4개 질환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맞춰 2023년까지 치매, 파킨슨병, 심혈관 질환 등 13개 질환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우리와는 달리, 아시아 임종의 질 1위(세계 4위)인 대만은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을 치매 등 노년기 및 초로기 정신이상 상태이거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말기질환까지 포함하고 있다. 

영국은 질환 제한 없이 호스피스와 유사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일본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임종판단 환자에게 1인실 임종실 급여제공을 하는 터미널케어를 실시 중이다. 터미널케어는 모든 노인성 질환이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치매는 물론 말기 암 및 심혈관, 호흡질환, 뇌졸중 환자 등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웰다잉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역할을 재정립한 의료요양원이 설립돼야 한다”면서 “특히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을 치매 등 13개 질환으로 확대해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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