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환자, 보청기 안 끼면 치매 위험 42% 높아
난청 환자, 보청기 안 끼면 치매 위험 42% 높아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5.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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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바이오뱅크 43만7,704명 백인 조사, '보청기' 치매 위험 줄이는 데 효과적

동산 주 中 산둥대학교 교수, “청력에 문제 생기면 보청기 즉시 사용해야”
난청이면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청각장애인은 일반 청각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 높게 나타났다.
난청이면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청각장애인은 일반 청각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 높게 나타났다.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도 피폐하게 만든다. 영혼을 갉아먹는 치매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치매 환자가 5,000만 명이 넘고, 2030년에는 7,800만 명, 2050년에는 1억3,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사정도 암울하기만 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2024년 100만 명, 2038년에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을 정도로 치매 증상은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는데 이렇다 할 치료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서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3상에서 위약군(가짜 약) 대비 인지능력 및 일상생활 능력 감소를 35% 늦춘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는 가운데 난청 환자라도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시선을 끌고 있다. 이는 영국 대규모 바이오뱅크인 'UK바이오뱅크'가 수집한 수십만 명분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영국 중장년의 건강 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UK바이오뱅크에 포함된 백인 43만 7,704명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청 여부, 보청기 사용, 치매 진단 이력 등을 분석했다. UK바이오뱅크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시점의 대상 평균 연령은 56세이며 전체의 54%가 여성이었다. 

실험 참가자의 약 4분의 3인 32만 5,882명은 난청이 없었다. 나머지 4분의 1인 11만 1,822명은 어느 정도 난청이 있었으며, 이들 중 12%인 1만 3,092명은 보청기를 사용했지만 상당수는 난청이면서도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난청이면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청각장애인은 일반 청각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 높게 나타났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서는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난청이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비혈관성 치매를 포함한 모든 원인 치매에 있어서 보청기가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중국 지난성 산둥대학교 동산 주(Dongshan Zhu) 교수는 “청각장애가 중년기 치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일 수 있다는 증거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보청기 사용이 실제로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지는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청기가 치매에 대한 청력 손실의 잠재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비용 대비 효율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청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때 보청기를 조기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난청과 치매와의 잠재적인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보청기 비용 절감을 통한 접근성 향상, 1차 의료종사자의 청각 장애 검사, 보청기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보청기 장착 치료를 위한 지원 강화 등 사회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랜싯 공중 보건지(Lancet Public Health) 최근호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 보고서는 난청이 전 세계 치매 환자의 약 8%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길 리빙스턴 교수와 세르기 코스타프레다 교수는 “보청기가 난청을 가진 사람들의 치매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청각 장애를 치료하는 것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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