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칼럼] 뇌는 어떻게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가
[김용성 칼럼] 뇌는 어떻게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가
  • 김용성 교수
  • 승인 2024.04.1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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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프고 설사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정신과 약을 처방?

지난 칼럼에서 스트레스가 위장관의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더하여 위장관 내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어떻게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 관계를 설명하려면 우선 장내미생물의 종류와 조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라는 숙주에 공생하는 장내미생물은 필연적으로 숙주인 인간 신체의 다양한 변화로 환경이 바뀌면 그 조성이나 기능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대표적인 인자로 ‘식이’, ‘분만 방식’, ‘수유 방식’, ‘복용하는 약제’,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인자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에 사는 어린이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사는 어린이의 분변을 모아 미생물 조성을 비교했는데 그 조성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생물 분류학상 상위인 문(Phylum) 수준에서 비교해 보면 피렌체 어린이의 분변에는 피르미쿠테스(Firmecutes)과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의 비율이 2.8:1이었다. 이에 반해 부르키나파소 어린이의 경우 이 비율이 0.47:1이었고 하위 분류에서 특히 프레보텔라(Prevotella) 속(genus)이 풍부했다. 이 Prevotella는 고섬유질, 저지방 음식을 먹는 사람에서 풍부한 균으로 풀을 먹는 소와 양에서도 흔하다.

즉, 피렌체 어린이는 피자나 고기 등 서구화된 음식을 주로 소비하는 반면 부르키나파소 어린이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이런 장내미생물 차이의 원인이다. 또 저개발국가인 태국에서 산업화된 미국에 이민한 사람들의 분변 샘플을 모아 장내미생물을 세대에 걸쳐 비교하면 미국에서 거주 기간이 길수록 Bacteroides가 증가해 Bacteroides:Prevotella 비가 증가하는데, 이 변화 역시 식물성 식이의 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육식 섭취는 섬유질보다 장내미생물에 대한 영향이 훨씬 빠르고 큰데, 한 실험에서는 자원자들에게 섬유질 위주 식사와 육식을 각각 먹였을 때 육식의 경우 1~2일 만에 장내미생물이 아주 크게 변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나 섬유질의 경우 이렇게 빠른 변화는 관찰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어린이의 장내미생물 차이 / 김용성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어린이의 장내미생물 차이 / 김용성

이렇게 식이가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주주는 기전을 뇌-장-미생물 축에 적용해보자.

인간은 스트레스나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먹는 것이 달라지므로 뇌에서 느낀 감정적 변화가 식이 패턴에 변화를 주고, 결과적으로 장내미생물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호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시험 보기 전과 시험 기간의 분변을 모아 분석해 봤을 때 스트레스가 많은 시험 기간에서 점진적으로 유익균이 감소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 결과로 스트레스는 장내미생물 중에서 유익균을 감소시킨다라고 해석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결론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그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시험 기간에는 학생들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고 커피를 많이 마시는 등의 식이 패턴의 변화가 컸다는 사실이다. 또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우울과 불안이 있는 환자는 단것을 찾거나 건강한 식품보다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음식을 주로 먹는다. 그러므로 스트레스의 직접적인 영향 외에 이차적인 식이의 변화로 인해 장내미생물이 상당히 큰 영향을 받았다고도 추정할 수 있다.

운동의 정도도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준다. 정신적 어려움으로 집안에 칩거하는 등 신체활동에 변화가 생기면 장내미생물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런 ‘식이’나 ‘운동’을 통한 변화 기전은, 뇌 기능이 인간의 행동 패턴에 영향을 주면서 장내미생물이 노출되는 환경이나 기질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간접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신체의 변화, 즉 생리적 기능이 변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장내미생물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먼저 자율신경계는 위장관 생리의 변화, 즉, 위나 장의 운동성을 변화시킨다든지 위산, 점액, 중탄산염 및 수분의 분비 등을 조절하는데, 이런 변화들이 직접적으로 장내 미생물 무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장의 운동이 달라져 장내 내용물의 이동 속도가 변화되면 분변 내 수분량이나 영양소 이용 그리고 미생물의 배출 정도에 영향을 줘 장내미생물 조성에 큰 영향을 준다. 그 예로 대장 운동이 아주 감소된 변비 환자나 심한 설사 환자는 정상인과 아주 다른 장내미생물 조성을 나타내는 것을 들 수 있다. 앞서 급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 운동이 떨어지고 대장 운동이 증가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는데, 스트레스 시 대장 운동이 증가하면 이런 기전을 통해 결과적으로 장내미생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뇌는 위장관 내 수분이나 다양한 기능성 물질의 분비를 변화시켜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는 파네스세포(Paneth Cell)로부터 감염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α-defensin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켜 미생물에 영향을 준다. 중추신경계는 장내분비세포나 면역세포 외에도 장신경계에서 세로토닌이나 카테콜아민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심한 전신감염과 같이 신체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항상성이 깨진 상태에서는 장점막 교감신경에서 에피네프린과 노에피네프린이 장관 내로 분비되어 퀘럼센싱(Quorum-Sensing) 기전을 통해 병원균의 성장과 독성을 변화시킨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장내미생물 무리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반응해 낮과 밤이 있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숙주인 인간의 다양한 생리적 변화는 직접적으로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조성이나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로 유발된 질병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약제가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인 방식의 기전도 있다. 예를 들면 심한 스트레스로 위염이 발생해 속이 쓰리고 배가 아프면 흔히 위산억제제를 투여하거나 위장운동촉진제 혹은 평활근억제제 등을 처방한다. 이 위산억제제는 위산을 억제하므로 속쓰림을 호전하는 아주 좋은 약제다. 그러나 위산은 강한 산성으로 위 내의 잡균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내미생물 측면에서는 위산억제제를 사용하면 위나 소장에 정상적인 상재균이 아닌 잡균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가끔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면 속쓰림은 호전되는데 배가 더부룩하고, 식중독이나 장염에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약제에 의해 직접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키거나 떨어뜨리면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식의 뇌 기능 변화는 최종적으로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와 연관된 여러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의료진이 이 기전을 이해한다면 스트레스 연관 증상의 개선을 위해 장내미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나 위장관 기능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 외에도 가장 근본 원인인 정신적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잘 설명해 준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배가 아프고 설사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왜 정신과에서 쓰는 약제를 처방하는지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김용성
소화기내과 전문의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겸임교수
좋은숨김휘정내과 부원장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부편집장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부편집장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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