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양원 대신 돌봄농장으로
[기고] 요양원 대신 돌봄농장으로
  • 강동규 박사
  • 승인 2024.04.15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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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거주형 돌봄농장 확산 추세

지난해 독일의 돌봄농장과 관련된 토론회에서 한 요양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요양원에 있는 여러 사람이 ‘사회적 고립’과 ‘고독’ 때문에 ’안락사’(Sterbehilfe)에 대해 질문한다.”

이 말을 통해 요양원장은 ‘사회적 고립’과 ‘고독’이 자신의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으며, 이것이 얼마나 큰 과업인지 참석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수많은 학술 연구도 존재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사회적 고립·고독과 사망률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사회적 고립과 고독은 우리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스포츠나 음식처럼 영향을 미친다’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고립’에 처한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32%가 높으며, ‘고독’의 경우는 약 12%가 높다고 한다. 또한 암이나 심장질환 발생률도 각각 22%, 9% 높다고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독일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주형 돌봄농장’이 노인들에게 요양원 대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노인들은 요양원에 가면 구속되는 생활을 해야 하고, 자존감과 존재감은 낮아지며, 대인관계도 약해진다. 그래서 독일에서도 노인들이 요양원은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에 돌봄농장에서는 작은 공동체로서 규율이 있지만, 요양원보다 훨씬 자유롭게 살며 긴밀한 대인관계도 유지하고 자연과 동식물을 가까이할 수 있다.

또한 돌봄농장에서는 각자 능력에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매일 계란 모으기’, ‘점심 식사 준비 돕기’, ‘농장 내 수리할 일 하기’, ‘텃밭과 정원 관련 일’ 등 여러 할 일들이 있다. 여기서 각자 자기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의 구성원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돌봄농장은 농장 카페나 식당, 거실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교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돌봄농장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을 훨씬 행복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생활로 여긴다.

예를 들어, 2023년에 한 할머니는 농장에서 제공하는 ‘거주형 돌봄농장’에 들어가려고 1년이나 기다렸다가 실현했다. 그런데 이 돌봄농장은 할머니가 살던 곳에서 300km나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다른 노인을 친구로 사귀고 고양이나 염소와 같은 동물을 가까이하고, 힘들지 않은 범위에서 선택적으로 농장 일을 하는 생활에 매우 만족해했다. 무엇보다 혼자 살 때는 외롭고 해야 할 일도 없는데, 돌봄농장에 와서 대인관계도 생기고, 정기적으로 하고 싶은 여러 일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새끼 염소에게 젖 주는 일이라고 했다.

 

독일 거주형 돌봄 농장 / 강동규
독일 거주형 돌봄 농장 / 강동규

이처럼 거주자들의 높은 만족도 때문에 독일은 전국적으로 거주형 돌봄농장에 입주하려는 대기자도 많아졌고, 이런 농장을 시작하려고 의뢰하는 농장도 제법 생겨나고 있다.

‘거주형 돌봄농장’을 개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필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필수교육은 독일의 주(州)마다 조금씩 다르나 북부의 한 주에서는 12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며, 동시에 농장 분석, 경제성 분석, 사업계획 작성 등을 반드시 해야 하고, 시설은 ‘그린케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진입장벽의 특성상 거주형 돌봄농장을 시작하는 농장들은 대부분 ‘소득 다각화’를 추구하는 ‘부업농’이다. 이들에게는 여러 형태의 공공기관 지원이 있다.

요약하면 독일에서 돌봄농장 이용자는 본인이 원한 삶의 질을 유지하고 만족스러운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농장은 ‘돌봄농장’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부가적인 소득을 창출한다. 국가적으로 볼 때는 노인들이 요양원에 가는 것보다 돌봄농장에 가는 경우가 복지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거주형 돌봄농장은 이용자(노인), 농장(공급자, 농업인), 국가까지 세 주체가 모두 만족하는 일석삼조의 사업이 되고 있다.

이런 시대가 농업인들에게 올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통계적 변화와 농업환경의 변화, 삶의 질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농업과 복지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농장’(2024년부터 ‘돌봄농장’으로 명칭 변경)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마을 어르신과 사회적약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농촌은 초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로 의료·복지·사회서비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거주형 돌봄농장’을 참조해 우리 현실에 맞는 복지·사회서비스 문제의 해법을 고민할 때다.

 

참고 자료
외로움과 죽음의 위험에 관한 연구
https://taz.de/Studie-zu-Einsamkeit-und-Sterberisiko/!5941475

 

강동규
한국건강농업연구소 대표
한국사회적농업협회 회장
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회장
치유농업사 양성기관 교수위원, 산림치유지도사, 독일 괴팅겐대학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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