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칼럼] 장내미생물이 뇌에게 말하는 방식
[김용성 칼럼] 장내미생물이 뇌에게 말하는 방식
  • 김용성 교수
  • 승인 2024.05.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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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잖아 장내미생물 기반 뇌질환 치료법 등장할 것

뇌가 장에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준다는 뇌-장-미생물 축 이론은 일방통행으로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아니라 미생물-장-뇌 축으로도 작용하는 양방향 소통인 것이 최근 다양한 연구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에서 과잉행동증후군과 같은 발달성 뇌질환이나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장내미생물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우선 장내미생물이 뇌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출생 후 장내미생물이 발달하는 시기는 뇌와 위장관 기능이 발달하는 시기와 부분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장내미생물과 두 기관의 발달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장내미생물 유무에 따라 어떻게 뇌 발달이 영향을 받는지는 출생 시부터 체내에 균이 전혀 없는 상태로 성장한 무균 쥐를 관찰하면 알 수 있다. 무균 쥐 연구를 통해 장내미생물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뇌신경 발생, 수초화(Mylineated, 미엘린 수초가 뉴런의 축삭돌기에 감기어, 자극의 전달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현상) 및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같은 정상 뇌 발달 과정과 뇌혈관장벽의 형성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무균 쥐는 정상적 뇌 발달이 안되므로 정상 쥐에게서는 관찰되지 않는 불안 반응, 비정상적인 움직임, 스트레스 반응 강화, 기억력 장애 등 행동장애가 나타나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이상을 보인다. 인간을 대상으로는 이런 연구가 불가능하지만, 일부 인구집단 관찰 연구에서 유아기의 항생제 노출은 인지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됐다.

이렇게 장내미생물은 인생의 초기에 일어나는 뇌의 발달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말기에 뇌 기능이 퇴행하는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색질에 있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역학연구에서는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10여 년 전부터 변비 증상이 생긴다고 알려졌고 최근 장내미생물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미생물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또 파킨슨병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 조작 파킨슨병 모델 쥐를 장내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 상태로 키우면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운동장애와 병리 소견이 아주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이 파킨슨병 모델 쥐에 파킨슨병 환자의 대변을 이식하면 훨씬 더 심한 운동장애와 병리 소견이 나타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장내의 어떤 변화가 먼저 생긴 후 뇌의 퇴행성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치매에서도 치주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균이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이 균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장내미생물은 어떻게 멀리 떨어진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연구에서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를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알려졌다.

신경을 통한 소통에는 미주신경이 중요하다. 미주신경은 척추동물에서 가장 긴 신경으로 장과 뇌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주요 신경이고, 장에서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구심성 섬유와 뇌에서 장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원심성 섬유가 80:20의 비율로 구성된다. 즉, 미주신경을 통해서 뇌에서 장으로 보내는 신호보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장에서 뇌로 전달되는 것이다. 장내미생물이 생산하는 단쇄지방산, 세포벽의 펩티도글리칸 혹은 지질다당류 같은 미생물 연관 분자 패턴이 장점막이나 점막하 구심성 신경에 직접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신경 자극 외에도 장내미생물이 장 상피에 존재하는 내분비세포를 자극해 세로토닌을 분비시키고, 이 세로토닌이 신경을 자극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부 장내분비세포가 직접 미주신경 말단과 시냅스를 형성해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발견해 Neuropod 세포라고 명명했는데, 이 세포를 장내미생물이 자극하면 마치 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것처럼 구심성 신경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장내미생물은 면역을 자극하는 원인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서 면역계 활성화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능하다. 장내미생물 구조의 다양한 인간의 면역세포, 특히 대식세포, 호중구, 수지상 세포와 같은 선천 면역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렇게 활성화된 면역세포들에서 분비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신경에 영향을 준다. 내독소로 알려진 지질다당류는 그 자체가 직접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장은 거대한 내분비기관이기 때문에 내분비적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장내미생물이 장내분비세포를 자극해 신경에 간접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과 자극된 장내분비세포가 생산한 신호전달물질, 즉 장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뇌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인간의 위장관에는 최소 12가지 종류의 장내분비세포가 존재하면서 음식 성분의 종류나 양, 감염, 화학적 자극 등 위장관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에 반응해 20가지 이상의 장 호르몬을 방출한다. 우리가 공복감을 느끼거나 식후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장 호르몬에 의한 신호전달 때문이다.

요즘 초미의 관심을 받는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살 빼는 주사제가 바로 이 장 호르몬에 작용하는 약제다. 위장관계 호르몬은 소화 기능뿐만 아니라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데도 역할을 한다. 장내미생물은 대사체를 생산하거나 담즙을 변화시켜 장내분비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 흥미롭게도 장내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 에피네프린과 노에피네프린, γ-아미노뷰티르산, 아세틸콜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신경전달물질은 분자량이 많아서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 - 예를 들면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 - 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장내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 대사나 생산을 조절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뇌-장-미생물 축의 신호전달 기전(이아영 등. 대한소화기기능학회 BGA연구회 설명서, 대한소화기학회지 2023;81:145-153)
뇌-장-미생물 축의 신호전달 기전(이아영 등. 대한소화기기능학회 BGA연구회 설명서, 대한소화기학회지 2023;81:145-153)

뇌-장-미생물 축 개념에서는 뇌에서 미생물 쪽뿐만 아니라 미생물에서 뇌 쪽으로 ‘양방향’ 소통을 하기에 뇌와 장 건강을 모두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뇌의 발달이나 퇴행에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생리적 혹은 병리적 역할을 하는 증거가 쌓이면서 병적인 장내미생물을 교정해 발달성 혹은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전통적인 치료법보다 효과적인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법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성
소화기내과 전문의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겸임교수
좋은숨김휘정내과 부원장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부편집장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부편집장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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