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츠하이머 신약은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칼럼] 알츠하이머 신약은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 양현덕 기자
  • 승인 2024.06.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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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구약시대와 신약시대
신약은 구약보다 월등하게 효과가 좋은가?

지난해 7월 미국 FDA(이하 FDA)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Leqembi) 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최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레카네맙의 수입을 허가했다.

알츠하이머 신약 수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산업계는 신약시대의 메시아를 맞이하는 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마치 꿈의 신약이 알츠하이머병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해 줄 것 같은 분위기다.

아밀로이드-PET 영상 등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 분야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관련 분야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계는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제 비용 부담을 줄여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자 건강보험 급여를 추진 중이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을 위해 필요한 뇌척수액검사와 치료 주사제 투여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질병 중증도 분류에서 낮게 분류된 경도인지장애(MCI)와 치매의 중증도를 상향 조정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레켐비로 대표되는 알츠하이머 신약이 정말 획기적인 치료제인지, 그렇다면 실제 어느 정도의 임상 효과를 보이는지, 그리고 도네페질을 중심으로 한 구약에 비해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한 냉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애타게 수십 년간 기다려온 메시아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구약시대와 신약시대

지금으로부터 118년 전인 1906년도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처음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를 학계에 보고하고도 87년이나 흐른 1993년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타크린’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타크린은 간독성 부작용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뒤를 이어 도네페질(1996년), 리바스티그민(1997년), 갈란타민(2000년), 메만틴(2003년)이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메만틴 이후 18년 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여기까지를 도네페질을 중심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역사의 ‘구약시대’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1992년도에 존 하디(John Hardy)와 제럴드 히긴스(Gerald Higgins)가 ‘아밀로이드 증폭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을 제안한 이후, 이 가설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연구의 중추를 맡아오고 있다.

도네페질 중심의 구약시대 약은 알츠하이머치매의 임상 증상만을 일부 개선할 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와 과인산화 타우를 없애지는 못했으므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라고는 할 수 없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아밀로이드 증폭 가설’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나,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이러한 노력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끝에 2021년 6월 7일 FDA가 최초의 근본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아두카누맙(Aducanubmab, 상품명 Aduhelm)의 시판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판 후 조사를 통해 2030년까지 임상 효능을 추가로 입증할 수 있는 임상 4상을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한 것이다. 아두카누맙을 시작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역사의 ‘신약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에자이(Eisai)와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 FDA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을 정식 승인했고 우리나라 식약처도 지난달 24일 레카네맙의 수입을 허가했다. 또한 일라이 릴리(Eli Lilly)도 FDA에 도나네맙(Donanemab)의 시판 허가를 신청했으며, FDA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내달 10일 자문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아두카누맙의 제조사인 바이오젠(Biogen)은 임상 4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급기야 지난 1월 아두카누맙의 후속 임상 연구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신약시대를 연 아두카누맙은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레카네맙에 바톤을 넘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신약들의 임상 효과는 최소 요구 기준을 충족했는가?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그리고 도나네맙으로 이어지는 신약들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단계)에서 아밀로이드베타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데 비해, 인지 증상의 악화를 늦추는 임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 측정 변수의 변화가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라도, 이것이 반드시 임상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임상적 의미를 가지는 최소한의 차이(Minimal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 이하 MCID)’로, 평가변수의 변화 차이(치료제의 효과)를 임상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역치)을 말한다.

먼저, 위 세 가지 신약의 임상 3상 결과를 주요 평가변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기존 연구를 통해 확보된 MCID에 적용해 봤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연구에서는 다양한 평가도구를 활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 Sum of Boxes (CDR-SB)와 integrated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iADRS)이다.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연구는 일차변수로 CDR-SB의 점수 변화를 비교했고, 도나네맙 연구는 iADRS의 점수 변화를 일차변수로 CDR-SB 점수 변화를 이차변수로 정했다.

아두카누맙은 18개월 동안 진행된 두 개의 임상 3상(EMERGE Trial과 ENGAGE Trial) 중 통계적 의미를 보인 EMERGE 연구에서, 대조군에서는 CDR-SB가 1.74점 증가했지만 고용량 치료군은 1.35점 증가해 대조군보다 치료군에서 0.39점(23%)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레카네맙은 임상 3상(CLARITY AD Trial)에서 대조군의 CDR-SB는 1.66점 증가했지만, 치료군의 CDR-SB는 1.21점 증가해 대조군 대비 치료군에서 0.45점(27%)만큼 덜 악화했다.

그리고 도나네맙은 임상 3상(TRAILBLAZER-ALZ2 Trial)을 통해 일차변수인 iADRS 점수 변화가 치료군에서는 10.2점 감소하고 대조군에서는 13.1점 감소해 치료군과 대조군은 2.92점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이차변수인 CDR-SB 점수 변화는 치료군에서 1.72점, 대조군에서 2.42점 증가해 두 군간 차이는 0.7점(29%)이었다.

위와 같은 임상 연구를 통해,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은 대조군과 치료군 간의 평가변수 점수 변화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위의 결과에 MCID의 개념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평가도구와 마찬가지로 CDR-SB과 iADRS도 알츠하이머병의 단계에 따라 MCID 역치(thresholds)가 정해져 있다. CDR-SB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1점, 그리고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단계에서는 2점을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iADRS는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단계에서의 역치를 각각 5점과 9점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 연구 모두 평가변수인 CDR-SB 점수 변화와 iADRS 점수 변화에서 MCID 역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임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치료 효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약이 구약보다 임상효과가 월등한가?

JAMA Intern Med. 2023;183(9)902-903.
JAMA Intern Med. 2023;183(9)902-903.

 

그렇다면 도네페질로 대표되는 구약의 효과는 신약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도네페질은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콜린에스터라제)를 억제해서 뇌의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올리는 증상 완화제이며, 항체 치료제는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해 근본적으로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질환 조절제이다. 치매치료제로서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효과를 간접적으로 비교해 봤다.

코크란 자료 분석(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결과를 보면, 알츠하이머치매 환자가 도네페질을 6개월간 복용했을 때, 치료군의 CDR-SB 점수 변화가 대조군보다 0.53점만큼 적었다. 이 차이는 아두카누맙의 0.39점, 레카네맙의 0.45점보다는 크고 도나네맙의 0.7점보다는 적다. 신약들과 마찬가지로 도네페질도 MCID 역치를 넘지는 못했으며, 신약들과 비교해서 유사한 수준의 임상 효과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도네페질과 신약들을 직접 비교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며 신약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이미 도네페질 등의 구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도네페질은 연구 기간이 6개월이었으나 신약들의 투여 기간은 18개월이라는 점과 도네페질의 6개월 효과가 18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고 있듯이 도네페질이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적인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데 반해,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고가이지만 장기적으로 뇌의 아밀로이드베타 양을 줄여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잠재력을 가진 치료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잠재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의 연장 임상 결과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한다면,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비록 임상 효과가 크지는 않더라도 신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신약의 장기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며, 신약 투여 후에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이하 ARIA)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알츠하이머 신약은 약값만 해도 연간 3,000만 원을 초과한다. 약제 투여 전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을 위해 필요한 아밀로이드-PET 영상과 뇌척수액검사, 그리고 약제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ARIA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MRI를 촬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ARIA는 신약들이 혈관 안에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종이나 출혈을 일컫는다. 항체 신약들의 작용기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약제에 따라 ARIA 발생 빈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0 ~ 50%의 환자에서 확인된다. 대개 증상이 없지만 일부 환자에서 두통, 오심, 어지럼증, 착란, 경련을 일으키며, 드물지만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Do No Harm)

마지막으로, 의학 윤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의사가 환자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신약 투여에 따른 ARIA 부작용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구약에 비해 임상 효과가 월등하지도 않은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위와 같이 신약의 임상 효과, 부작용 발생 그리고 비용 측면 등을 포괄적으로 감안할 때, 신약이 구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역사에서 신약시대가 시작됐을지라도 구약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메시아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다음 칼럼에서는 신약 투여 후에 흔히 발생하는 ARIA의 종류, 발생기전, 약제별 빈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인자, 진단,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References

알츠하이머. 양현덕, 문민호, 박영민. 디멘시아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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