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칼럼] 장 건강이 스트레스와 우울에서 벗어나게 한다
[김용성 칼럼] 장 건강이 스트레스와 우울에서 벗어나게 한다
  • 김용성 교수
  • 승인 2024.06.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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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증상까지 개선하는 장내미생물

최근 야간에 우울감이 생기고 수면이 나빠졌다. 의료계의 여러 상황 때문인데 처음에는 스트레스와 분노에서 시작해 무기력감을 거쳐 우울감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바로 우울증 약을 먹거나 상담받기는 애매하다. 그렇게 심한 병적 우울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칼럼들에서 뇌와 장 그리고 장내미생물이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것을 설명했다.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 중 분변이식술은 여러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소개했다. 이런 배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내미생물을 좋아지게 하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나 우울도 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변이식술같이 거창한 방법이 아닌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장내미생물을 좋아지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좋은 음식, 그것도 장내미생물이 좋아하는 섬유소를 많이 먹는 것이다. 관건은 정말 그러냐는 것인데,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과 덜 섭취하는 사람 사이에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적 증상의 차이를 보는 단면 연구 중 최근 것을 찾아보자.

2021년 이란에서는 3,36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섬유질 섭취가 많을수록 우울이 낮은 역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효과가 남성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여성에서만 관찰된 것이 흥미롭다. 여성의 우울증이 흔하지만 변동이 더 심해서일까 아니면 남성에게 우울증이 있는 경우 더 심해서일까? 이런 단면 연구를 18편 모아서 메타 분석한 2023년 연구에서는 섬유소 섭취가 높을수록 우울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이 확인됐고, 용량 의존적인 효과, 즉 많이 섭취할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단면 연구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이 섬유소를 많이 먹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섬유소가 우울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섬유소를 주고 좋아지는지를 확인하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섬유소만을 투여하고 증상개선을 확인한 연구는 많지 않은데, 대개 이런 연구는 약물이나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치료제 개념의 물질로 수행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연구이긴 하지만 2023년 중국에서 이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 효과를 검증했다. 일상적 치료를 그대로 한 8명과 통곡류와 다양한 섬유질 음식을 섭취하게 한 9명을 비교했는데 8주 후에 섬유질 복용군의 혈당과 염증 수치가 개선됐고 동시에 우울 점수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섬유질은 장내미생물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유익균을 늘리게 하는 것이 바로 프리바이오틱스이다.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로 프럭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s, FOS)을 들 수 있다. 2023년 보고된 연구는 위의 당뇨환자 대상 연구보다 좀 더 강력한 근거를 가지고 프리바이오틱스가 스트레스에 의한 감정 변화에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더 강력하다고 한 이유는, 환자가 실제 치료제인지 아닌지 모르게 위약을 이용했고 치료자도 어떤 게 진짜인지 모르는 이중 맹검으로 실험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을 위약으로 사용했다. 5주 후 FOS를 투여한 군이 위약 투여군에 비해 유의하게 장내미생물 중 유익균이 증가했고 우울 점수가 좋아졌다.

식이로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과 장내미생물 중 유익균이 좋아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했는데 역시 관심은 프로바이오틱스이다. 20세기 초에 생균으로 우울감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다양한 전임상 연구를 통해 뇌-장-미생물 축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해 정신 증상을 개선하는 연구가 전임상연구를 거쳐 임상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신 증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발전 / 랄몽(Lallemand)사
정신 증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발전 / 랄몽(Lallemand)사

현재 임상연구로 증명된 프로바이오틱스가 몇 가지 출시됐는데 캐나다 Lallemand사의 Cerebiome, 네덜란드 Winclove사의 Ecologic Barrier, 폴란드 Sanprobi 사의 Sanprobi IBS(균주는 스웨덴 Probi), 이란 Zist Takhmir사의 Familact 등이 있다. 기존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 있는 균으로 적절한 양을 섭취하면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면, 정신 증상에 특화해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에게 건강이익을 주는 살아 있는 균’으로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용어를 2013년에 정의했다. 쉽게 말하면 정신 증상에 효과가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이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서 이런 사이코바이오틱스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특성상 이런 효과가 있는 균과 없는 균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꼭 정신 증상개선에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 섬유소를 많이 먹는 것이나 프리바이오틱스도 정신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런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이코바이오틱스 개념은 2016년 프리바이오틱스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확장됐고 지금은 정신 증상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또는 프리바이오틱스를 모두 사이코바이오틱스라고 부르고 있다. 크게 보면 장내미생물을 좋게 만들어 정신 증상을 개선하는 모든 방식이 포함될 것이다.

 

Caitriona Long-Smith 외. <Annual Review of Pharmacology and Toxicology> 2019.09.02.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우울감이 해결되지 않는데, 우선 점심을 맛있고 섬유질이 풍부한 한식으로 먹고 사이코바이오틱스 한 봉지를 털어 넣어야겠다.

 

 

김용성
소화기내과 전문의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겸임교수
좋은숨김휘정내과 부원장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부편집장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부편집장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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