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저자 인터뷰]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6.13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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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치매 환자를 진료해 온 노인병 의사...돌봄 노하우 담아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저자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 이석호 기자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저자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 이석호 기자

 

“제가 바라는 것은 평화, 자유, 소통, 공감이 충족되는 삶입니다. 공감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고 이는 연민으로 이어지지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잦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가치입니다. 치매 노인과 그 가족,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종사자와 늘 마주하면서 다행히도 이러한 가치를 잘 지켰던 것 같아요.”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저자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은 20년간 치매 환자를 진료해 온 노인병 의사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치매 환자 가족과 돌봄 종사자에게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전해왔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 그간 의료 현장에 쏟은 진심과 열정을 온전히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대한요양병원협회 학술위원장과 대한노인병학회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총무이사 등의 다양한 직책을 맡아 분주한 일정 속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한 가 원장을 <디멘시아뉴스>가 만났다.

 

Q1.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에는 ‘치매’와 ‘돌봄’에 대한 저자의 진심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물론 책에 상술되어 있지만,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노인병 의사의 길을 가게 된 계기를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왠지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좋았습니다. 의사가 되고 나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젊은 환자와 달리 노인 특유의 느긋함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어요. 뭐랄까요. 나만 다정하게 다가가면 더 좋아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동기가 사람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흔한 질환들을 본다는 매력 때문이었는데, 노인 환자야말로 가정의 역할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 계기는 대학원 시절 만성통증 관련 연구를 하다가 그 대상인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분들과 접하면서부터였어요. 노인과의 만남이 제 적성에 맞음을 깨달았고, 2007년에 현재 근무 중인 인천은혜요양병원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노인 환자 진료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 당시에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을 위한 마땅한 실무 지침서가 없음을 알게 되었고 2011년에 《요양병원 진료지침서》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을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덕분에 노인병 관련 학회나 대학 강의에도 출강하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2011년 대만에서 처음 개최된 노인의학 수련과정인 제1회 ‘MCA(Master Class of Ageing in Asia)’에 참여하면서 노인의학에 입문했습니다.

Q2. 일반인에게 ‘치매’란 무서운 질환입니다. 일반인이 치매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치매 대표 언론사인 디멘시아뉴스의 이석호 기자께서도 치매를 '무서운 질환'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보니 대부분이 치매에 대해, 치매 환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실은 치매가 무섭다기보다는 치매를 바라보는 내가 치매나 치매 환자에 대해 불안하게 느끼는 것이겠죠.

일반인이 치매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치매가 되면 감정도 사라진다고 믿는 것입니다.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므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나 오히려 반대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이성적 판단과 감정,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 치매가 된다는 건 이성에 의한 인지능력 저하가 오는 것이므로 오히려 감정은 더 도드라지게 되지요. 본능적 감정을 억제하는 것도 대표적인 인지기능 중의 하나이거든요.

그러니 치매가 오면 더 화를 내고 슬퍼하고 통제를 싫어하는 것이겠지요. 일반인의 선입견과 달리 저는 치매 환자가 ‘감정 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실만 알더라도 치매 환자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공감하기가 좀 더 쉬워질 수 있어요.

Q3.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인구 고령화는 치매 노인의 급증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매 환자 100만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노인을 돌보는 가족과 돌봄 종사자들이 치매를 대하는(준비하는) 자세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치매 돌봄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 과제가 됐습니다. 2040년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90세에 가까워진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90세 이상에서는 약 절반 정도가 치매에 걸린다고 합니다. 즉,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치매라는 얘기지요. 이 기자님과 저 둘 중 하나는 치매가 되는 거예요. 기자님은 치매가 되고 싶으신가요? 만일 아니시라면 기자님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되는 겁니다. 즉, 이제 치매라는 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에게 일상이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점차 치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필요하고, 그래야만 내가 치매가 되었을 때 혹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됐을 때 두렵지 않은 삶을 산다고 생각해요.

Q4. 책은 치매 환자를 대하는 돌봄 종사자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치매돌봄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감정적인 소통 기술과 노하우를 자세히 풀어주셨는데요. 치매 환자 가족이나 돌봄 종사자가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제 책 제목에 있는 ‘치매돌봄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문구 속에는 치매돌봄이 매우 힘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간병지옥', '간병살인’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치매돌봄은 현실에서 큰 고통을 수반합니다. 제가 있는 요양병원을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간병 인력 수가 크게 부족합니다.

또한 간병직군의 여성 편향성으로 인해 남성 노인 돌봄으로 인한 성적 문제나 노인 인권 문제 등이 파생되고, 대부분의 간병 가족이나 간병 종사자 연령이 노령화됨으로써 간병의 질에도 우려가 높습니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초고령화 시대에 가장 늘려야 할 분야가 치매돌봄 인력 확보입니다.

마침 요양병원에서도 올해부터 간병 수가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간병인력에 대한 여러 제도나 수가가 신설됨으로써 간병의 양과 질이 동시에 향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저자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 이석호 기자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 저자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장 / 이석호 기자

 

Q5. 책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은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20가지 습관’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를 6가지 아이콘으로 표현했는데요.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배경과 돌봄 현장에서 적용했을 때 기대 효과는 무엇일까요?

10여 년 전부터 치매 노인 돌봄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이, 제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받으면 강의를 들을 때에는 치매 환자와 공감하고 좀 더 나은 자세로 치매돌봄을 실천해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돌봄 현장에 가게 되면 배운 대로 실천이 잘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또 치매돌봄처럼 ‘사람을 타는’ 분야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치매돌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치매돌봄의 질이 결정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선 사람을 타지 않는 기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치매돌봄의 단계에서 돌봄자라면 수행해야 할 행위들을 쉬운 기호로 만들어 누구나 쉽게 치매돌봄 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기호를 착안했습니다.

이렇게 20가지의 기법을 직관적 기호로 만들어 보았는데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20가지 기법을 6개의 영역으로 나눈 후 6개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만든 20가지 기법과 6개의 아이콘을 어떻게 여러 사람에게 전파해 볼까 해서 착안한 게 바로 '팔찌'입니다. 팔찌는 현재 네이버쇼핑에서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팔찌’로 검색하시면 구매 가능합니다.

돌봄 현장에서 팔찌 착용했을 때 적용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팔찌에 새겨진 기호를 보면서 치매돌봄을 하는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기본 돌봄 기법을 치매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플라시보(placebo) 효과, 즉 '나는 치매돌봄 팔찌를 차고 있으므로 좋은 돌봄을 할 것이다'라는 자기최면을 걸 수 있는 것이지요.

Q6.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가장 힘들거나 보람 있던 적은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요양병원에 보호자의 방문이 차단되다시피 하면서 입원환자들의 외로움뿐 아니라 치매증상 그리고 근력저하도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 환자 중 부축을 받아서 걸을 수 있는 분을 침대에서 내려오게 해서 함께 걷는 활동을 지속했고, 그러한 장면을 영상에 담아 보호자분과 공유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환자뿐 아니라 많은 보호자분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습관이 지금도 남아서 회진시간에는 어떻게든 환자들과 함께 걸으려고 합니다. 다만 간병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 여건에서 어쩔 수 없이 신체억제대나 약물을 통해 치매 환자의 신체활동을 제약해야 하는 사례들을 겪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Q7.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치매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를 큰 숙제로 안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일까요? 기존 정책 중 활성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앞서 이미 말씀드렸지만, 역시 힘든 치매간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간병인력 유인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간병인력의 수뿐 아니라 양질의 간병기술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요양병원의 간병수가 제도 시범사업이 제대로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Q8.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일까요?

총 7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2·3장은 주로 제 경험과 최근 환경변화를 통해 노인과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1·2·3장이 치매환자의 관점이라면 4장과 5장은 치매돌봄자 관점에서 어떻게 치매의 어려운 증상에 대해 대처할 것인지 다뤘습니다. 6·7장에서는 제 책 제목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6개의 아이콘’의 구체적인 의미와 팔찌에 대한 설명이 담겼어요. 특히 2개의 부록이 있는데, 하나는 치매돌봄 시 필요한 20가지 기법을 한 페이지에 요약해서 자가 점검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두 번째 부록은 치매돌봄 20가지 기법, 6개 아이콘을 명함 크기로 만들어 현장에서 가지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9. 마지막으로 원장님의 꿈은 무엇일까요?

나이 오십이 넘으면서 근력뿐 아니라 기억력도 확연히 떨어지는 저를 느낍니다. 언젠가 저도 남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순간이 오겠지요. 그때 누군가가 제가 만든 ‘치매돌봄이 즐거워지는 팔찌’를 차고 나타나서 다정한 표정과 손길로 저를 돌봐주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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