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는 마을 ⑦ 스코틀랜드의 치매 마을, 머더웰
한국에 없는 마을 ⑦ 스코틀랜드의 치매 마을, 머더웰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7.05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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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방치하면 손해 보는 마을
최초로 도심 전체를 치매 친화 지역으로 선언한 곳
치매 안심 마을을 선포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가

선진국들은 현재와 미래 사회에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를 ‘치매’로 두고 있다. 치매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가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를 앓는 사람들을 지원하며, 치매인이 자기 능력과 표현을 촉진하며 살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 사회가 치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치매인이 자신의 질환을 극복하며 활동적인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치매 친화 커뮤니티다.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 실제로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했다. 이러한 소수의 시민이 바꾼 세상에 치매 친화 마을이 존재한다. 이번 해외 치매 마을 편에선 스코틀랜드의 머더웰(Motherwell)을 소개한다. 스코틀랜드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기획한 치매 친화 커뮤니티에 우리 사회가 더 늦기 전에 접목해야 할 핵심 요소들이 있다.

영국은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북아일랜드가 통합된 국가로 각 지방 자치정부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치매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네 개의 지방자치 정부 중 스코틀랜드는 ‘치매 친화 도시’가 되기 위해 선제적 조처를 한 곳이다. 세계 최초로 국가치매전략을 수립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보다 높은 치매 조기 진단율을 보이며, 3년마다 국가치매전략을 세우고 있다. 잉글랜드가 5년 주기이므로 스코틀랜드는 치매 정책에 훨씬 앞서 있다. 또한 영국 내 다른 지방자치 정부에 비해 노인 복지 정책이 잘 구축돼 있으며 유일하게 무료 대인 서비스(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만족시키는 활동)와 무료 간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코틀랜드의 치매 인구는 2023년 기준 약 9만 명으로, 지난 25년간 75%나 급격히 증가한 숫자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치매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국가치매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힘써 왔다. 2010년 1차 국가치매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작년 5월 4차 국가치매전략 ‘Everyone’s Story’를 발표해 시행 중이다.

‘Everyone’s Story’에서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경험하는 삶을 연구했고, 치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는 무엇인지를 포함했으며, 치매 노인의 사회적 변화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하면서 치매 노인의 낙인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머더웰 타운 센터 /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
머더웰 타운 센터 /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

2012년 머더웰은 스코틀랜드 최초로 도심 전체를 치매 친화 지역으로 선언했다. 도시 행정 직원들을 대상으로 치매 인식 개선 교육을 시행한 것을 비롯해 명확하고 간결한 표지판, 탐색 편의성, 적절한 조명, 좌석 구역 및 바닥 유형 개선 등 치매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도시로 계획했다. 머더웰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의 치매 친화 전략에서 우리가 '치매안심마을', '치매보듬마을' 등 이름만 붙여서 선정하는 마을들과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는지, 치매 친화 마을을 세우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머더웰은 '사람 중심 케어'가 핵심이다. 사람 중심 케어 모델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치매 정책의 형성과 이행, 모니터링에 치매인 당사자와 시민단체가 정부와 협업했기 때문이다.

머더웰은 스코틀랜드 노스래너크셔의 도시로, 인구는 3만 311명이다. 머더웰의 치매 친화 요소는 스코틀랜드의 한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전역을 넘어 영국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머더웰은 치매가 사람과 가족, 간병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려 깊게 연구했다. 상점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열고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였으며, 시민 의식과 지역 사회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머더웰 프로젝트는 치매 공존 가치를 바탕으로 치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치매 마을로서의 스토리텔링을 탄생시켰고, 단일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러한 모델을 개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치매 마을 기획 배경

스코틀랜드의 국가치매전략은 2010년 6월에 처음 발표됐다. 치매 돌봄에 관한 획기적인 발전이 담긴 전략이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8가지 주요 조치가 담긴 치매 전략을 세워 전체 시스템을 짜놓고 먼저 치매 환자를 지원하고 돌보는 전문 기관을 파트너로 정했다.

노스래너크셔 위원회(North Lanarkshire Council), NHS(국가보건의료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 래너크셔 그리고 Voice of Experience Forum이 파트너에 선정됐다. 치매 환자, 가족, 간병인 및 파트너 기관의 직원들과 광범위한 상담을 한 후, 노스래너크셔가 치매 친화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유럽과 전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사례를 참조했다. 이들은 치매 환자의 지역 사회 참여라는 측면에서 치매 환자의 시민권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스코틀랜드의 치매 정책 방향은 현재와 같은 공식적인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만으로는 수요를 지속해서 충족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통합 정책을 만들었다. ‘같은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 동의했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사람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지역 사회 자산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통합해 중복을 피했고, 효율성을 높여 치매인의 돌봄과 지원을 더 세심히 지원하도록 했다.

이후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요소로 하는 치매 친화 커뮤니티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치매 자선단체인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Alzheimer Scotland)’와 제휴한 노스래너크셔의 치매 시범 사업 대표들이 실무 그룹을 만들었다.

치매 환자, 가족, 간병인들과 지역 사회 구성원은 무엇이, 어디서, 누구에게 중요한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치매 친화적이어야 하는 대상과 우선순위를 정했다. 치매인을 위한 핵심 영역으로 모두가 이용하는 상점, 업체, 서비스를 치매인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도록 구성했고 치매와 공존하는 타운을 계획했다.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

머더웰이 치매 친화 마을에 선정된 이유

머더웰이 치매 친화 마을의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데는 다양한 상점, 기업, 단체, 종교 커뮤니티, 교통수단이 잘 정비된 데다 면적이 비교적 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머더웰에서 운영되는 250개 이상의 상점과 기업 및 단체 가운데 치매인들이 중요하다고 말한 대표적인 20여 개를 치매 친화 장소로 선정했다. 대상 목록에는 슈퍼마켓, 공공 주택, 안경점, 축구 클럽, 스포츠 센터, 도서관, 간병인, 신탁, 노인 단체, 약국, 소방 및 구조 서비스, 경찰, 상담 센터 등이 포함됐다. 사람들은 은행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치매인을 위한 은행 서비스가 계획 중이어서 초기 파일럿 단계에서는 시내 중심가의 은행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대상 기업과 조직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어떻게 이 작업에 참여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치매 친화 커뮤니티 기획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상점, 기업, 단체가 치매 환자가 겪는 일상적인 어려움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러한 상점, 기업, 단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무엇으로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기획자들은 고객 관리 접근 방식에 따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신규 서비스는 고객을 기반으로 하고, 탁월한 고객 관리로 명성을 얻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14년 10월 14일 자에 “치매를 방치하면 손해를 보는 비즈니스”라는 제목으로 “경제 연구 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친화적이지 않은 비즈니스는 고객이 겪은 불편하고 어려운 경험 때문에 더 이상 방문하지 않게 돼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머더웰 By Lairich Rig / wikimedia.org
스코틀랜드 머더웰, By Lairich Rig / wikimedia.org

 

도구와 방법론 연구, 준비가 가장 중요!

첫 번째 단계는 마케팅 전략, 브랜드, 상점과 기업의 성과를 위한한 컨설팅, 전단지, 정보 리플렛을 포함한 지원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치매 친화 네트워크 상점과 단체, 기업들을 치매 선구자로 브랜딩해 스코틀랜드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 USP(Unique Selling Point)였다.

 

로컬 부츠(Local Boots)와 로이드 약국(Lloyds pharmacies)이 치매 문제 해결의 업체로 가장 먼저 지원했다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로컬 부츠(Local Boots)와 로이드 약국(Lloyds pharmacies)이 치매 문제 해결의 업체로 가장 먼저 지원했다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이러한 치매 친화 기획은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결과적으로 머더웰 외부에서도 해당 업체들은 계속 힘을 얻어 오래 지속되고 의미 있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의 최고 경영자 헨리 시몬스에게 연락해 치매 친화 커뮤니티 로고를 개발했고, 여기에 NHS 래너크셔와 노스래너크셔 의회 로고를 추가했다. 로고에 ‘치매 친화 커뮤니티’라는 문구를 넣어 치매에 대한 낙인을 없앴고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일궈냈다.

머더웰 시민들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치매가 때때로 환자를 매우 취약하고 두려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경험이 인생을 이루는 일부가 되고 세상을 배우는 학습이 되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치매 친화 커뮤니티 기업들은 ‘치매 친화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잠재적 파트너로 활동하기를 원했다. 치매 친화 브랜드가 유능하고 건전한 비즈니스 파트너임을 강조한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머더웰에서는 치매를 비즈니스로 관리하는 세계로 연결하고자 “치매는 모두의 비즈니스”라는 슬로건을 개발했다. 머더웰 프로젝트 실무 그룹은 타깃 상점, 기업과 단체들과 대화를 나눌 때 “누구나 치매 환자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치매에 대해 부담없는 대화가 오고 감을 통해 매장, 기업, 단체의 문이 열렸을 뿐만 아니라 머더웰 시민들의 마음도 함께 열렸다. 대화를 나눈 모든 사람이 치매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물론 치매 친화 상점들의 모든 제품은 품질이 좋아야 했고, 상점과 사업체를 위한 각각의 브랜드 컬러를 제공해 차별화했다. 치매 친화 커뮤니티 계획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업체들은 각자의 역량 내에서 약속을 지키도록 요청받았다. 모든 직원은 치매 고객을 이해하고 치매인의 존엄성을 지켜 줄 수 있도록 교육받았다.

이러한 교육은 해당 비즈니스의 가치 기반에 큰 의미가 부여됐고, 단순히 치매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매장, 기업 및 단체들은 상호 유익한 관계를 맺으며 협력했고 연결했다. 그 결과 치매 친화 커뮤니티로서의 구성이 완성됐다.

 

치매 친화 커뮤니티를 기획한 더 펄스 NHS 래너크셔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치매 친화 커뮤니티를 기획한, 더 펄스 NHS 래너크셔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머더웰이 치매 친화 마을로 출범한 날

2012년 9월 21일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계기로 머더웰의 치매 친화 커뮤니티가 시작됐다. 머더웰 타운 센터에 참가 상점들과 기업 및 단체의 대표들이 이 계획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또한 다른 타운 센터의 업체들이 정보를 얻고 참여할 기회도 마련했으며 지역 언론에서 유의 깊게 취재했다.

 

치매 교육의 중요성

계획 세션에 이어 구현 단계로 넘어간 단계에서 중점을 둔 몇 가지가 있다. 치매 친화 커뮤니티 실행의 핵심 요소는 서명자들의 요청에 따라 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인식 개선 교육이다. 교육 세션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 치매에 대한 지식과 치매가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고, 추론, 행동 및 이해에 미치는 영향
• 치매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참여와 상호 작용을 위해 직원이 치매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대화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
• 일부 치매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행동 변화의 이해와 직원이 올바르게 개입하는 방법

이 작업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매장 환경이 치매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다. 간단한 환경 감사를 통해 직원들이 치매 고객을 초대하는 환경을 이해하도록 격려했다. 치매 친화적인 표지판이 불러오는 변화, 유용한 고객 서비스 상호 작용에 대한 팁, 치매 환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방법 등의 주제를 다뤘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치매 환자가 직면하는 문제는 공공 주택에서 직면하는 문제와 분명히 다를 수 있으므로 인식 개선 교육과 환경 감사 및 피드백은 해당 비즈니스에 맞게 구성했다.

 

머더웰의 상점에 있는 Dementia Friendly Community (DFC) 로고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머더웰의 상점에 있는 Dementia Friendly Community (DFC) 로고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치매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첫 번째 단계로 파일럿 20개 상점과 기업 및 단체가 치매 친화적인 지역 사회를 위한 실행 계획을 이행한 후, 두 번째 단계에 착수했다. 이 단계에는 머더웰 보건소와 협력해 보건소가 치매 환자를 더 잘 지원하는 방법을 포함시켰다. 치매 환자들은 담당 주치의와 보건소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건소 측에 전달했다. 머더웰 보건소는 치매 친화 프로젝트와 협력해 치매 친화 환경 조성이라는 개념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머더웰 보건소 직원들 / 더 펄스 NHS 래너크셔
머더웰 보건소 직원들 / 더 펄스 NHS 래너크셔

머더웰 보건소는 소규모 환경 감사를 완료했다. 치매 환자에게 맞는 조명, 표지판 사용, 명확하고 유용한 정보, 보건소 내 공중화장실 공간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환경 감사가 완료된 후 직원들과 결과를 논의하고 보건소를 치매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수행해야 할 개선 사항을 다루었다.

보건소 직원들 모두 치매 바로 알기 교육에 참석했고, 보건 및 사회복지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이 알아야 할 치매 기본 지식을 배웠다. 교육 세션에서 많은 직원이 치매 환자를 지원한 개인 경험을 이야기하고 공유하기도 했다.

 

파트너십이 중요
이 작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

치매 친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는 파트너십을 잘 맺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파트너에는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 NHS 및 지방 당국, 치매 환자와 가족 간병인, 노인 및 간병인과 함께 치매 관련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파트너 기관들이 포함됐다. 모든 파트너 기관의 헌신을 확인하고 치매 친화 커뮤니티 활동과 정책, 전략 및 공동 활동을 연결했다. 주요 파트너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고 팀원들이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자질, 지식, 기술 및 특성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했다.

머더웰의 경찰관은 “치매 교육은 매우 유용하고 유익한 정보를 배우는 자리다. 더 많은 사람이 매일 업무에서 치매 친화 인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매 친화적인 지역 사회 활동은 사람에 달려 있다. 머더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전문적인 의사 소통자로서 열정적이고 매력적이며 활기찬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녔다. 협상 능력이 뛰어나고 유연한 방식으로 일하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치매 파트너는 치매 친화 지역 사회 활동을 뒷받침하는 핵심 메시지를 이해하고 유창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 사회 개발, 자산 기반 접근 방식 및 지역 사회 역량 강화에 지식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치매 지원팀에 선구자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부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고 프로젝트 작업의 실용적인 면을 즐기는 실무자는 치매 친화 커뮤니티의 얼굴이다.

 

머더웰 역을 관할하는 스코틀랜드 소방 구조대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머더웰 역을 관할하는 스코틀랜드 소방 구조대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스코틀랜드 소방관과 경찰관은 지역 사회의 치매 환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지내도록 빈틈없이 살핀다. 이들은 스코틀랜드의 여러 지역의 치매 지원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모든 기업은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에게 치매 분야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그들에게 치매 환자는 중요한 고객이다. 머더웰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치매는 모두의 비즈니스”라는 문구는 큰 효과를 일으켰고, “우리는 누구나 치매 환자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머더웰 시민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머더웰은 치매인과 공존하며 살아가면서 상점들은 모두 치매와 윈윈하고 있다.

머더웰의 상점들은 치매 환자가 방문할 때 더 자신감 있고 편안하도록 고민하며 치매인을 위한 환경으로 좀 더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작은 것 하나까지 고심한다. 화장실 변기에 색깔을 달리해 구분하기 쉽게 했고, 교통 신호등은 눈높이에 맞춰 명확하고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식물이나 사진 표시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출입구 조명은 자연광을 사용해 밝고 접근하기 쉽게 설치했다. 바닥과 계단은 미끄럽지 않고 대비되는 색상으로 낙상 사고를 예방했다. 영화관은 치매 환자를 위해 조명을 조정하고 음량은 조금 낮췄다. 업체 관계자들은 치매를 돌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르웨이 남부의 해안 마을 모스의 타게 페테르센 시장은 머더웰을 방문 후 “이번 방문에서 수집한 정보를 머더웰을 모델로 삼은 노르웨이의 치매 친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체 활동, 예술의 날 미술·공예 활동, 산책 프로그램 / 스코틀랜드 알츠하이머
신체 활동, 예술의 날 미술·공예 활동, 산책 프로그램 / 알츠하이머 스코틀랜드

국제적 인정

머더웰 프로젝트는 스코틀랜드와 영국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와 프로젝트를 공유했으며, 독일, 아일랜드 공화국, 노르웨이에서도 이 기획을 공유했다. 몰타에서 열린 2013 알츠하이머 유럽 콘퍼런스에서 머더웰 사례가 발표됐다. 같은 해 스코틀랜드 치매 어워드에서 최우수 치매 친화 커뮤니티 이니셔티브를 수상했다.

2014년에는 유럽 치매 재단(European Foundations’ Initiative on Dementia, EFID) 상을 수상함으로써 치매 환자들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든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이 상은 흑인 및 소수 민족의 인권에 앞장선 단체와 종교 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하며, 치매 친화 커뮤니티 개발 지원 보조금도 수여했다.

브뤼셀에서 열린 EFID 시상식에서 프로젝트 리더 폴 캘러한(Paul Callaghan)은 “이 프로젝트는 상점 및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물리적인 입구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마음까지 열어 주었다. 우리 모두가 치매를 이해하며, 치매가 환자, 가족, 보호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됐고, 치매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라고 연설했다.

 

2013년 스코틀랜드 치매 어워드 시상식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2013년 스코틀랜드 치매 어워드 시상식 / Scotland's first dementia friendly community

 


머더웰이 이러한 치매 친화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코틀랜드의 사회보장제도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출범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 정부는 1998년 사회 서비스에 관한 개혁을 단행했다. 1999년 서덜랜드를 위원장으로 한 장기요양보호에 관한 왕립위원회(The Royal Commission on Long-Term Care)는 노인 돌봄 비용을 생활비, 주거비용 및 개인 간병비로 구분해야 하며, 특히 간병비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하고, 세금으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영국 정부가 암을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를 통해 무료로 치료하는 것처럼 치매 환자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 의회는 무료 대인 서비스와 간호 서비스 도입 제안을 거부했으나, 스코틀랜드 의회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2001년 「지역사회관리 및 건강법」(Community Care and Health (Scotland) Act)을 도입했고, 2002년부터 무료 대인·간호 서비스(Free Personal and Nursing Care)를 시행했다. 이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와 달리 무료 대인 서비스와 간호 서비스를 통해 사회 서비스 접근에 허들을 없앴다.

서두에서 밝힌 스코틀랜드 4차 국가치매전략 ‘Everyone’s Story’은 다음의 다섯 가지 핵심을 제시하고 있다.

• 치매는 공중보건과 실무영역에서 사람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치는 뇌질환이다.
• 정책 입안자, 지원 및 서비스 제공자,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치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예방 및 조기 발견의 중요성 포함).
• 치매 환자와 보호자, 돌봄 종사자에게 항시 고품질의 의료 정보 및 조언, 근거 기반 치료, 관리 및 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 형평성을 보장한다.
•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은 질병 기간 내내 보장한다.
• 치매 환자는 치매 전문가와 교육 및 훈련으로 숙련된 돌봄 인력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게 한다.

2000년 초부터 노인장기요양과 치매 관리, 의료비와 돌봄 인력 문제 등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한 스코틀랜드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스코틀랜드는 머더웰 외에도 에버펠디(Aberfeldy) 등 치매 친화 마을이 계속 생기고 있다. 우리는 치매 환자 선별과 요양시설 중심의 정책 외에 치매인 당사자를 위한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현재 치매 정책들은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머더웰처럼 탄탄한 콘텐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초고령사회가 코앞이다. 그 빠른 속도에 비해 준비와 대처는 민망할 정도로 부재하다. 치매안심마을, 치매보듬마을 등의 이름을 붙여 지정하기 전에 머더웰 프로젝트를 눈여겨보며, 마을 구성원 모두가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인과 공존하는 교육과 비즈니스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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