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변장미식(便醬未識) 우매무지(愚昧無知)
[곽용태 칼럼] 변장미식(便醬未識) 우매무지(愚昧無知)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4.07.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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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
의대 교수 지원 범위 넓힌 후 의료 현장 예측

장면1) 정부가 의과대학 교수 채용 시 병원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을 연구실적으로 100% 인정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된 상황에서 의대 교수 지원 자격 범위를 넓혀 대학의 원활한 교수진 확충을 돕겠다는 취지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학교원자격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 2일 입법예고했다. _2024년 7월 4일 “의대교수 지원 범위 넓어지나…현장경력 100% 실적 인정 추진” 中 [뉴시스 정유선 기자]

장면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여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프리카 에스와티니 공화국은 파일럿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엄격한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기존의 2년 교육과 5년 경력 조건을 단 2주간의 집중 교육 과정으로 대체한다. 에스와티니 항공산업부 장관은 “국가 경제 회복과 항공 수요 충족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새로운 파일럿 양성 프로그램은 국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주 교육 과정은 항공 이론, 시뮬레이터 훈련, 기본 비행 기술 실습, 긴급 상황 대응 훈련을 포함한다. 또한 장관은 “시간상의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는 대신, 이론 위주의 교육과 VR(가상 현실)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훈련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에스와티니 정부는 인재가 필요할 경우 민간에서 개별적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 심지어는 드론을 띄우는 사람도 파일럿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항공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_2022년 7월 1일, [음바바네=AP]

1952년 7월 23일 AP통신은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 중앙청에서 백선엽 장군을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주는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 당시 서울이 함락된 뒤 후퇴하던 대한민국 군을 재정비해 공격 태세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제가 이 백선엽 장군에게 주목하는 까닭은 다름이 아닌, 백선엽 장군의 군 경력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직업군인인 대위가 소령으로 진급하는 데 10년에서 12년,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하는 데 4년에서 5년, 중령에서 대령으로 진급하는 데 4년에서 5년 정도 걸립니다. 마지막으로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는 데 4년에서 5년 정도 걸리니, 일반적으로 소위로 임관한 후 준장으로 진급하기까지 22년에서 27년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진급할 확률은 점점 낮아져, 직업군인으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장성이 될 확률은 0.1%에 지나지 않습니다.
 

1949년에 대위로 임관한 백선엽은 1950년에 소령으로 진급했습니다. 6.25 전쟁 발발 후 그해에 중령으로 진급했고, 1951년에는 대령을 거쳐 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특히 전투 지휘력을 인정받아 1952년에는 소장으로 진급했습니다. 백선엽은 전쟁 발발 후 소령에서 소장으로 진급하는 데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군대 역사상 보기 드문 초고속 진급입니다. 그 배경에는 많은 유능한 선배가 전쟁 중에 죽어 나가 장성이 부족한 상황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백선엽 장군과 같은 초고속 진급의 사례가 또 있습니다. 1591년 지방의 변변치 않은 군관으로 있다가 1597년 6년 만에 수군 총사령관으로 진급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원균입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원균은 군 지휘 능력이 없었습니다. 즉, 천재지변이나 전쟁은 기존의 질서와 다른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데,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파괴적인 고통을 수반합니다.

장면1)은 대한민국에 천재지변과 같은 의료 비상사태가 일어나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었고, 이로 인한 의대 교수 지원 자격 범위를 넓혀 대학의 교수진 확충이 원활하도록 돕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 기사입니다. 의과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떤 확률로 등용될까요? 일단 의과대학에 입학해 전문의를 거쳐 수련의, 조교수를 거쳐 정교수가 되는 데 대략 22~28년이 소요됩니다. 각각의 단계의 경쟁률을 살펴보면 의과대학 입학이 10:1에서 50:1, 전공의 과정이 3:1에서 10:1, 펠로우 과정: 2:1에서 5:1, 조교수 임용이 10:1에서 30:1입니다. 게다가 조교수 중 정교수 승진은 10~20%입니다. 이를 모두 계산하면 아주 낮은 확률로 정교수가 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천재지변’이라는 것이 일어났으니 이런 수학적이고 모범적인 답안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도 의대 교수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임상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만 보는 임상의사를 폄하하고 싶지 않습니다. 환자만 열심히 보면 의대 교수가 되는 지난한 과정을 우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평범한 선생님에게 배워서 평범한 환자를 잘 치료하면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환자는 어떻게 하냐고요? 그건 비행기 태워서 어딘가로 보내면 된다고 하니 믿으시면 되겠습니다.

 

곽용태 제공
곽용태 제공

 

장면3) 에스와티니 공화국은 2022년 파일럿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비상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정책 시행 이후 에스와티니 항공업계는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특히 2023년 말과 2024년 초에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들에 연루된 파일럿들은 단 2주간의 교육 과정만 이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불안감은 날로 커가고 있다. 두 건의 사고 이후 많은 국민이 2주 수련 파일럿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 하고, 이에 따라 국가에서는 파일럿 신분을 은폐하는 조처를 했다. 그러나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정보를 선취했고, 심지어는 웃돈을 주고 숙련된 비행사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_2024년 7월 4일, [음바바네(AP)]


장면2)는 2년 전 아프리카에서 코로나가 풀리고 몰려드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비상사태가 벌어져 극단의 대책을 세운 건에 관한 기사입니다. 장면3)은 2년 후 이 문제에 대한 후속 기사입니다. 항공기 조종사의 질은 편하고 편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2년 후 후속 기사를 보면 결국 일이 터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차선책을 선택합니다. 괜찮다고 홍보하고,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정보를 수요자에게 은폐합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이를 우회하는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가 만든 ‘천재지변’에서 생명과 연관된 인력을 배출하는 데 지금까지의 관련 기준을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비자인 국민은 마치 소고기 원산지 표기처럼 의사들의 명찰에 어느 대학 나오고 어떤 수련을 받았는지 길게 늘어뜨린 이력 표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의사들은 외면당해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되고, 국가는 줄어든 의사를 만회하기 위해 의사의 배경을 알아보려는 것을 막고 은폐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우회해 이를 무력화할 것입니다. 변장미식(便醬未識) 우매무지(愚昧無知), 우리는 때로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만 아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너무나도 명백히 보이는데 제가 색안경을 끼어서 그런가요?

덧붙이는 글, 첫 번째 기사는 실제 기사입니다. 다만 장면2)와 장면3)은 실제 기사가 아닙니다. 제가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변장미식(便醬未識) 우매무지(愚昧無知)는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나, 라는 의미인데 사자성어가 없어서 이것도 그냥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기사들과 제가 만든 사자성어는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현 용인효자병원 진료부장, 연세대학교 신경과 외래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동대학 석·박사 취득
2000년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등재
2006년 대통령직속 산업의학 발달위원회 전문위원
저서 《치매 부모님이 드시는 약 이야기》, 《담장 너머 치매》, 《우리 부모님의 이상한 행동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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