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진 “레켐비·키선라, 효과 ‘낮고’ 부작용 ‘빈번’”
英 연구진 “레켐비·키선라, 효과 ‘낮고’ 부작용 ‘빈번’”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8.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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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싯 치매 위원회 보고서 이어 항아밀로이드 한계 지적...“MCID 임계치 못 미쳐”
▲임상 ▲인구 ▲보건 시스템의 관점에서 분석...치매 발병률 줄일지 ‘불명확’
Considering challenges for the new Alzheimer's drugs: Clinical, population, and health system perspectives
Considering challenges for the new Alzheimer's drugs: Clinical, population, and health system perspectives

 

영국과 네덜란드 연구진이 최근 승인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킨 항아밀로이드 항체 신약의 임상적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앞서 랜싯 치매 위원회가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임상적 중요성을 둘러싼 논란(본지 8월 2일자 <랜싯 치매 위원회가 본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논란’>)을 다룬 데 이어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초기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의 시판 허가를 거부했다. EMA의 자문위원회인 의약품위원회(CHMP)는 약물의 위험성에 비해 치료 효능이 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에자이(Eisai)와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 이후 일본, 중국, 한국, 홍콩에서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았지만, 이번 EMA의 결정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번 승인 거부 여파는 지난달 FDA 승인을 얻어낸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의 유럽 진입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개발한 키선라 역시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로, 레켐비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지속적인 논란에 휩싸인 항아밀로이드 항체 신약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morbidity)을 낮추기 위해 ▲임상 ▲인구 ▲보건 시스템의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봤다. 연구 대상 약물은 바이오젠이 개발한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인 아두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을 비롯해 레켐비, 도나네맙이다.

2021년 FDA가 가속승인프로그램(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통해 처음으로 조건부 승인한 아두헬름은 올해 1월 바이오젠이 미국에서 임상·판매를 종료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EMA 로고
EMA 로고

 

먼저 임상적 관점에서 레카네맙·도나네맙의 절대적인 효과 크기가 작고, ‘임상적 의미를 가지는 최소한의 차이(Minimum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 MCID)’에 대한 임계치에 분명히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의 약 80%만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중도 탈락률이 대조군보다 중재군에서 더 높았는데, 이는 95% 이상 참가자가 포함된 임상시험의 수정된 치료 의향 분석을 고려하더라도 중재군에 유리한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발생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다뤘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료군 10명 중 약 3명이 ARIA-E(뇌부종) 및 ARIA-H(뇌출혈)를 경험했다. (레카네맙 21.5%, 도나네맙 36.8%, 위약군 각각 9.5%, 14.9%) 또 부종 증상이 있는 환자 중 4분의 1만이 증상이 있고 대량 출혈은 거의 없었지만, 이 같은 이상 반응의 장기적인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참가자 중 각각 6.9%(레카네맙), 13.1%(도나네맙)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위약은 각각 2.9%, 4.3%) 도나네맙 임상 3상 중에는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레카네맙의 오픈 라벨 연장(OLE) 기간에는 2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한 환자는 허혈성 뇌졸중으로 혈전 용해술을 받은 뒤 실질 내 출혈로 사망했는데, 이는 레카네맙을 투여한 지 4일 만이다. 나머지 환자의 사망 원인은 심각한 아밀로이드 관련 염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 요인인 APOE4 유전자와 관련해 약물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3명 가운데 1명꼴로 이 유전자를 적어도 하나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의 질병 진행 속도도 일반적으로 더 빠르다. 연구팀은 이들 약물의 임상 3상의 하위 그룹 분석 결과 APOE4 보인자에서 치료 반응은 감소하고 부작용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연구팀은 약물들의 임상 기간인 18개월을 넘어서는 장기 효과에 대해 가장 큰 의문을 품었다. 이는 장기간에 걸친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에자이는 지난달 28일부터 8월 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 레켐비가 3년(36개월) 장기 치료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모든 한계에도 일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임상의는 가능한 경우에 이 치료법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는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유 의사 결정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일부 개인에게는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도 “상대적인 효과 크기에 대한 과장된 보고와 ‘6개월 더 운전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더 선택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두 번째로 인구 관점에서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한계점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잠재적 임상시험 대상자 10명 중 각각 7명(레카네맙), 8명(도나네맙)이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자격이 있다고 간주한 대상자들조차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표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메이요 클리닉 노화 연구(MCSA)의 인구 기반 분석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수치가 오른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증 치매 환자의 8%만이 레카네맙의 임상 자격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도 짚었다. MCSA 내 선택 편향으로 임상 코호트의 전체 지역사회 기반 알츠하이머병 환자 인구에 대한 일반화 가능성을 과대평가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랜 치매 위원회 보고서의 분석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나타나는 모집단의 연령 격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임상시험 대상자의 평균 연령이 각각 70세(아두카누맙), 71세(레카네맙), 73세(도나네맙)인 반면, ‘미국 국립 알츠하이머 코디네이팅 센터(NACC)’의 데이터에서는 기억상실성 MCI 진단 시 평균 연령 80세, 알츠하이머병 85세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인구보다 임상 인구의 선택적 특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치매가 다른 신경 병리로 유발되는 경우(특히 노년층)에 아밀로이드 제거로 얻는 이득이 ‘순수한’ 형태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임상 참여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기대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고령층에게는 장기적 이득이 낮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고려 사항을 종합해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은 임상 참여자와 동일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작고,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일라이 릴리 홈페이지
일라이 릴리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의료 시스템 관점에서 논란을 정리했다.

연구팀은 EMA의 레카네맙 시판 허가 거부와 더불어 영국에서 판매 승인도 어둡게 봤다. 영국의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이 곧 레카네맙의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설령 허가하더라도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에서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NICE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해 근거 기반의 비용 대비 가치 판단을 내리는데 현재 제한된 임상 결과만으로는 레카네맙 사용 근거를 뒷받침하지 못하며, 이는 EMA와도 공유하는 견해라는 것이다.

고비용 부담도 국가 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입장이다.

우선 항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일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승인되더라도 적격 그룹을 선별하는 데 필요한 평가에는 훨씬 더 광범위한 대상자가 포함된다.

치료 적격 대상자에게는 약제비 외에도 투약을 위한 병원 방문(레카네맙 격주, 도나네맙 4주 간격),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및 자기공명영상(MRI) 스캔, APOE4 유전자 검사 등 부대 비용이 뒤따른다.

아밀로이드 제거 후 환자가 치료를 중단했더라도 향후 재축적이 될 경우를 대비해 일상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지만, 알츠하이머병 증상이나 신경퇴행성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선별해 적격성을 판단할지도 핵심 과제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이론이 지배하는 분야와 한 표적에 의해 지배되는 임상시험 환경이 있었다"며 "현재의 근거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면역 요법이 대규모로 치매 발병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학술지인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 온라인판에 실렸다.

 

Primary Source

Walsh S, Merrick R, Milne R, Nurock S, Richard E, Brayne C. Considering challenges for the new Alzheimer's drugs: Clinical, population, and health system perspectives. Alzheimer's Dement. 2024; 1-8. https://doi.org/10.1002/alz.1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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