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치매 책이 정말 많네요”...디멘시아도서관 찾은 日 쓰쿠바대생
“와! 치매 책이 정말 많네요”...디멘시아도서관 찾은 日 쓰쿠바대생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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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학 전공 “일본도 치매 도서관은 단 한 곳뿐...책 400권 정도”
치매 도서관 관련 한일 비교 논문 작성 예정...“‘접근성’이 가장 중요”
(오른쪽부터) 임주남 디멘시아도서관 관장, 시나베 아야네 쓰쿠바대 학생, 김유경 디멘시아도서관 사서,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 송승호 살림터 편집기획 주간 / 이석호 기자
(오른쪽부터) 임주남 디멘시아도서관 관장, 시나베 아야네 쓰쿠바대 학생, 김유경 디멘시아도서관 사서,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 송승호 살림터 편집기획 주간 / 이석호 기자

 

“일본도 치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도서관이 ‘치매(인지증) 라이브러리’라고 전국에서 한 곳뿐인데, 책이 400권 정도여서 이곳보다 규모가 좀 작아요. 일본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한국의 치매 도서관에 이렇게 많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일본 쓰쿠바대 지식정보·도서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시나베 아야네 씨(21세)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디멘시아도서관(링크)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다가 2,800권(정기 간행물 포함)이 넘는 치매 관련 장서 규모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일본에는 공공도서관 내부에 작은 규모로 별도 치매 관련 코너가 마련돼 있어요.”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혔다는 그는 따로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능숙하고 유창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격려와 관심 속에 2021년 2월 처음 문을 연 디멘시아도서관은 치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 민간 도서관이다.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 폭넓은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곳은 일반 도서관과 달리 국내외에서 출간한 치매 관련 장서를 비롯해 간행물과 홍보물, 논문 및 학술 자료 등을 보유·수서 중이며, 치매 환자와 가족 및 돌봄 제공자를 위해 다양한 교육·행사 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서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2022년 기준 노인성 치매 환자 수가 432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지 않으면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고 치매 환자가 급증한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면서 최근에서야 치매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시나베 씨의 전언이다.

원래 장애인 관련 서비스에 관심을 뒀던 그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는 등 주변에 치매를 앓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마음을 바꿨다. 특히 지난해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내한 기회를 얻어 국내 도서관 여러 곳을 들여다봤던 경험이 치매 도서관을 다룬 주제로 일본과의 비교 연구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이 본인의 최근 저서인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와의 20년 소풍》을 시나베 아야네 씨에게 선물하고 있다. / 이석호 기자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이 본인의 최근 저서인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와의 20년 소풍》을 시나베 아야네 씨에게 선물하고 있다. / 이석호 기자

 

이날 시나베 씨는 논문 작성을 위해 디멘시아도서관 임주남 관장과 김유경 사서 등 주요 관계자와 인터뷰하면서 설립 취지와 사명 및 역할, 주요 서비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관계, 이용자 반응 및 요구 사항 등을 물었다.

김 사서는 이용자 반응에 대해 “처음 방문한 분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서 ‘이런 곳을 이제야 알았다’며 고마워하시는 분도 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또 “일반인 이용자는 치매라는 질병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직접 와서 둘러보니 무거운 내용을 다룬 책뿐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았다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 관장은 디멘시아도서관의 사명과 관련된 질문에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미리 대비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든 이용자와 더불어 치매 극복의 그날까지 함께 가는 게 목표이자 존립 이유”라고 답했다.

시나베 씨는 디멘시아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 과제에 대한 관계자의 질문에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디멘시아도서관의 목표는 너무 좋아요.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치매 책을 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나 부산에 사는 사람은 오기 힘든 위치에 있잖아요. 온라인 이용이나 전자책과 같은 부분을 잘 정리하면 목표를 이룰 것 같습니다”

그는 열흘가량 한국에 머물며 국내 치매 관련 도서관 현황을 조사·연구할 예정이다. 특히 디멘시아도서관을 포함해 국내에 있는 ‘치매극복 선도도서관’을 위주로 현장 답사 계획을 잡았다.

치매안심센터가 선정하는 치매극복 선도도서관은 지역민의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해 도입됐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전국의 치매극복 선도도서관 수는 총 490곳에 이른다. 디멘시아도서관은 개관한 해인 2021년 7월에 수지구 1호 치매극복 선도도서관으로 지정됐다.

인터뷰를 마친 시나베 씨는 다음 조사지인 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 서둘러 서울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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