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암 표적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 병증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뇌연구원은 인공지능기반 뇌발달질환 디지털의료기기 실증지원사업단 허향숙 단장 연구팀이 폐암 표적 치료제인 타쎄바(Tarceva, 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특징인 타우(Tau) 및 아밀로이드 베타(Aβ)과 뇌 염증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높여 병증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로슈(Roche)가 경구용으로 개발한 타쎄바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비소세포폐암(non-small-cell lung cancer, NSCLC)과 췌장암 등의 치료에 쓰인다.
우리 몸에 있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는 혈관 생성에 관여해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인자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Aβ 수용체로도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아직 EGFR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효과적인 EGFR 저해제가 병증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타쎄바의 주성분인 엘로티닙이 알츠하이머 병증 조절 및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타우가 과발현된 알츠하이머병 생쥐에 엘로티닙을 투여하자 과인산화 및 피브릴(fibril) 형성 등 타우 병증이 억제되고, 이를 유발하는 효소인 타우 키나아제의 발현도 저해된 것이 확인됐다.
또 해마 의존적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해마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성상교세포(별세포, Astrocytes) 과활성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상교세포가 과활성화되면 Aβ와 같은 단백질과 반응해 ‘반응성 성상교세포’로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억제하고 신경 퇴행을 유도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Aβ가 과발현된 알츠하이머병 생쥐에 엘로티닙을 투여한 결과에서도 같은 결과가 발견됐다. 이와 함께 Aβ 플라크(Plaques, 덩어리) 축적과 타우 과인산화 현상이 줄어들고 뇌 염증도 저해됐다.
허 단장은 “이번 연구는 EGFR 저해제가 항암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병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향후 뇌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은 물론 실증사업단에서 지역 기업과 협업해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와 EGFR 저해제의 병용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 최신호에 <Erlotinib regulates short-term memory, tau/Aβ pathology, and astrogliosis in mouse models of AD>의 제목으로 최종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