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가 영국 보건당국 허가를 받았지만, 낮은 경제성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기관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영국의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키선라의 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영국의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인 위약품위원회(CHM) 회의를 거쳐 내려졌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개발한 키선라는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플라크(Plaques, 덩어리)를 제거하는 Aβ 단백질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다.
임상 3상 연구(TRAILBLAZER-ALZ 2) 결과, 타우(Tau)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환자군에서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ntegrated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iADRS)’를 측정하니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위약군보다 35%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병 진행이 4.4개월 지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투여군에서도 진행이 22%(1.4개월) 느려진 것이 확인됐다.
다만 CHM은 치료 전 ApoE4 유전자 검사를 거쳐 비보인자나 이형접합형(1개)인 성인 환자에만 약물을 사용하도록 했다. 동형접합형(2개)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이 약물의 주요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아리아 ARIA)’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ARIA 발생률은 동형접합형(투여군 58.3%, 위약군 21.3%)보다 비보인자(24.1%, 11.3%)와 이형접합형(37.4%, 13.4%)에서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건강보험 비용 지출을 감독하는 기구인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키선라의 임상 및 비용에 대한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영국의 국민건강보험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 적용 불가를 권고했다.
NICE는 키선라에 대해 “정기 투여와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포함한 비용에 비하면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얼마나 많은 이점을 주고, 치료 중단 이후에도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시험 증거에 따르면 치료와 관련해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며 “투여자의 1/3이 뇌부종, 미세출혈에 따른 ARIA를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헬렌 나이트(Helen Knight) NICE 의약품 평가 책임자는 “이 약을 NHS에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려면 환자에게 추가 혜택을 줘야 한다”며 “간병인에 대한 혜택을 포함해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인지 기능 저하를 4~7개월 늦출 수 있지만 이는 NHS의 추가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용-효과 추정치는 일반적으로 NICE가 NHS 재원의 사용을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5~6배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망스러운 뉴스이겠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의학 분야이고 다른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ICE는 지난 8월 MHRA가 레켐비(Leqembi, 성분명 Lecanemab)를 허가하자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치료제의 이점이 비용을 정당화하기에 너무 작다”라며 건강보험 적용을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