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엉터리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중단하라"
"계속되는 엉터리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중단하라"
  • 조재민 기자
  • 승인 2018.05.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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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부산광역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중단 촉구

바른의료연구소가 지난 2016년에 이어 진행된 2017년도 부산광역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에 대한 오류점을 지적하고 사업 전면중단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관련 사안에 대한 오류가 수정되지 않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부산광역시가 진행중인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2017년도 한방치매예방사업 결과보고서를 통해 분석됐다.

부산광역시는 16개 보건소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와 협약 체결을 통해 2017년도에 2억 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시 한방치매 관리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 목적은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약, 침 및 약침 등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조기에 효율적인 치매예방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참여자로는 2016년도 사업 참여자 중 희망자(기존 참여군)와 2017년도 신규 참여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했고 인지기능 변화 평가지표로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 두 가지를 사용했다.

기존 참여군은 2016년 4월에서 10월까지, 그리고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부산시 관내 지정한의원에서 치매예방 목적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총 사업 종료인원은 97명이다.

2년 사이에 기존 참여군 전체에서 MMSE 점수는 25.05점에서 26.47점으로 1.42점 상승하고, MoCA는 20.93점에서 24.11점으로 3.18점 상승하여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신규 참여군은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6개월간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총 인원은 109명이며, 이중 22명이 탈락하여 최종 완료된 인원은 87명이었다.

신규 참여군에서 MMSE는 25.61점에서 26.90점으로 1.29점 상승하고 MoCA는 20.58점에서 23.57점으로 2.99점 상승해 통계적인 유의성는 주장이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이를 근거로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도 한방치매예방사업 보고서 분석결과 지난 2016년도 사업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거의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대상자 선정의 문제= MoCA 검사에서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초기 치매일 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 주관적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를 구별하려면, 정밀 신경인지기능검사와 더불어 일상생활능력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엄밀한 진단기준이 아니라 인지장애 유무를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부산시 사업 대상자에 경도인지장애 외에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가 혼재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지적이다. 정상 노인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낙인 찍혀 장기간 한방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초기 치매 환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예방효과에 대한 결과가 없는 치매예방사업= 일반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5% 정도는 치매로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매예방 효과를 주장하려면, 치매로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학적 분석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 사업에서는 치매 진행 여부나 이행률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이 단지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만 인지기능 개선을 평가했다. 이는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초 선별검사점수의 호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평가였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는 셈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이용한 임상연구=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산시 사업은 2016년도에 이어 2017년도에도 여전히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이용한 임상연구를 시행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 참여자 중 1명에서 환각 증상이, 다른 1명에서 가슴통증, 피로, 다한증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환각과 가슴통증 등의 부작용은 한방치료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는 것이다.

사업 대상자의 대부분은 고령이기 때문에 한방치료의 부작용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수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 건강보호에는 무관심하다는 비난이다.

◆허가된 면허 외의 의료행위= 부산시 사업에서는 이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지기능 선별검사인 MMSE와 MoCA 등을 지정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시행했다. 해당 항목은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한의사들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의과행위의 침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률전문가 의견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2017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일반 한의사의 치매진단 참여가 불가하다는 것을 밝히며 향후 객관적이고 과학화된 한방 치매진단법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도 부산시가 MMSE와 MoCA 등의 의학 검사법 사용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지적이다.

◆본인부담금 면제는 의료법 위반 소지= 사업 참여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토록 한 것은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사업에서는 대상자 1인당 60회 정도 시행하는 침구치료 비용 중 공단부담금은 심평원에 청구하면서도 대상자가 납부해야 할 본인부담금은 한의원이 지원하는 것으로 하여 전액 무료로했다.

이는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저적이다.

의료법 제27조제3항에는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사항으로 '환자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가 있지만, 이 조항은 한방치매예방사업에 적용할 수는 없는 해석이다.

결국 환자에게는 전액 무료라고 사업 참여를 유인하고 침구치료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는 건강보험공단을 사업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은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과정의 부재 등 총체적인 부실로 인해 치매예방사업이 아니라 인지점수 올리기 사업으로 전락는 게 바른의료연구소 결론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방치료 치매예방 효과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방치료를 시행했다는 점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는 지자체 사업결과를 근거로 한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처럼 주장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한의계가 지자체 사업을 한방치매 예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결국 부산시는 한방치매 예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해주고 막대한 혈세까지 투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본 연구소는 효과와 안전성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혈세를 낭비하는 한방치매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부산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디멘시아뉴스 조재민 기자(jjm5352@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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