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섬유화 측정 통해 치매 조기진단 활용

기초과학연구원, “분광학 이용해 치매 지수 정량화”

2020-04-06     조재민 기자

치매의 원인인 단백질 섬유화 정도 측정을 통해 치매를 조기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분광학을 이용해 치매 지수를 정량화 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인데, 상용화 시 치매 조기진단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 연구팀은 분광학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진행 단계를 측정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치매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세포막에서 잘려 나와 세포 밖에 쌓여 독성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를 타깃으로 한 치매신약이 수차례 실패하면서 유력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매 증상 시 문진으로 인지행동능력 검사하고, 방사성 동위원소표지법(PET)으로 단백질  확인하는데 이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서로 뭉쳐 섬유화한 베타-아밀로이드 분자가 배출된다는 점에 착안해 분광법을 이용해 섬유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상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분자는 단량체 수준으로 짧지만, 치매에 걸린 뇌에서는 단량체가 모여 섬유화하면서 중합체를 이룬다.  분자가 섬유화하면 독성을 띠고 분자 내 전하 분포도 달라진다.

연구팀은 테라헤르츠 빛 분광 기법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와 섬유화한 중합체의 전하 분포를 측정에 성공했다. 

테라헤르츠 빛 분광 기법은 적외선보다 파장이 길어 X선처럼 물체 내부를 높은 해상도로 식별할 수 있는 빛을 일컫는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얻은 전하 분포 수치를 섬유화 정도로 변환하고 이를 '치매 지수'(DQ)라 표기했다. 

치매 지수는 독성을 띠지 않는 단량체를 0, 독성을 띠는 섬유화 복합체 상태를 1로 구분했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진행 상태를 0과 1 사이의 수치로 표시한다.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료 용액 내에서 측정할 수 있어 뇌척수액과 혈액 등 체액에서도 절대적인 섬유화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영희 단장은 "지능지수와 감정지수처럼 단백질 섬유화를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치매 지수를 개발했기 때문에 치매 조기 진단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 나노'(ACS Nano) 지난달 13일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