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국] 당신의 뇌는 ‘안녕하십니까?’
[임정국] 당신의 뇌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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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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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는 안녕하십니까?

                                                                                                                  임정국

신경과 전문의, MD/Ph.D

  고령화 사회, 가장 중요한 것은 '뇌 건강'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생활 환경과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평균 수명이 증가하며 우리 사회의 고령화(population aging)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약 20억 이상의 세계인구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곧 인구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됨을 뜻한다.
60세 이상 인구의 5-7%가 치매(Dementia), 1.5-2%가 파킨슨병(Parkinson disease)을 가지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뇌 건강' 이다.
뇌 건강이 사람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60세 이상 '노년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뇌(brain)'라는 장기는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 운동 능력(motor function)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능력을 사람의 각 신체 부위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우리 몸의 각각의 신체 부위의 건강상태와 직결된다. 따라서 노년기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뇌의 건강을 유지 및 증진하는 방법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일은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는 첫걸음 이라고 할 수 있다.

 노화란

그렇다면 늙는다는 것, 즉 '노화'란 무엇일까.
"노화란 문명화 과정에서 생겨난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이는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권위 있는 연구기관인 '미 국립노화연구소(NIA)'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레오나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 박사의 말이다.
문명이 발달해가면서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의학적 문제들은 앞으로 우리가 꼭 풀어나가야 할 큰 숙제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201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3.8%인 708만명에 이다. 그러나 50년 뒤인 2065년에는 1,82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2.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고령화 사회가 가파르게 진행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 산다는 것은 과연 인류의 축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인류의 염원 '무병장수'…영원한 탐구 주제

옛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열 가지 장수물인 십장생을 그려 무병장수를 염원하였다.
십장생 가운데 대표적인 거북이는 도대체 사람들보다 왜 오래 사는 걸까? 왜 인간은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없는 것일까? 인류는 오랜 세월 이 같은 의문을 품어 왔다.
때문에 '노화'는 많은 연구가들의 탐구 주제가 되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에 대한 연구는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헤이플릭 박사는 '노화가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1965년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발표된 유명한 학설인 '헤이플릭의 한계(Hayflick limit)'가 바로 그것이다.

 헤이플릭의 한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혈관에는 혈액세포가, 입으로부터 위, 소장, 대장 및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관에는 소화기 상피세포가, 우리의 신경계엔 여러 가지 신경세포와 이를 유지해주는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 각 장기의 세포들은 때론 손상을 받거나 또는 늙어서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 대비하여 세포는 보통, 자기 스스로를 사멸시킬 기능을 유지하고 또한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세포는 세포분열이라는 매우 놀라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하여 제 기능을 유지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수명을 연장해 나가게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세포가 끓임 없이 세포분열을 하여 스스로를 복제해 나갈 수 있게 된다면 개체는 늙지 않고 영원히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실제로 이러한 경우는 일어나지 않는다.
헤이플릭 박사가 제시한 이론에 의하면 개체를 구성하는 각 세포가 스스로 분열하여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즉, 각 세포가 스스로 분열할 수 있는 최대의 횟수는 세포가 처음 만들어 질 때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세포의 분열 및 자기복제의 최대 횟수는 고유의 종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이 개념, 즉 "개체의 세포분열 최대 한계 횟수는 유한하다"라고 하는 것이 곧 "헤이플릭의 법칙"으로 흔히 "헤이플릭의 한계(Hayflick limit)"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헤이플릭의 한계에 의하면 약 200년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다거북의 경우 그 한계가 90인데 반해, 인간의 경우 약 50정도이다. 이에 맞춰 계산해 보면 사람의 최대 수명은 이론상 120년 정도인 셈이다.

노화의 텔로미어 이론
헤이플릭의 한계와 더불어 또 하나의 유명한 노화 학설 중의 하나는 바로 노화의 텔로미어(telomere) 이론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포는 고유의 유전정보를 포함한 염색체(chromosome)라는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다. 텔로미어란 다름아닌 세포 내 염색체의 말단에 붙어있는 염색체의 특정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연구에 의하면 매우 흥미롭게도 세포가 세포분열을 통해 자기복제를 하는 경우, 분열 횟수를 거듭할 때마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종국에 이 텔로미어의 양이 고갈되면 세포는 자연사하게 된다고 한다. 즉 타고날 때 물려 받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다면 그 개체는 장수를 누리게 되며 그렇지 않고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면 반대로 단명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평균기대수명 vs. 건강기대수명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야 말로 인류 모두의 소망 중의 하나일 것이다. 건강하게 늙어가며 은퇴 후 노년의 삶을 남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수명만을 오래 연명한다는 것보다 더욱 의미있고 값진 일임에 틀림없다.
흔히 수명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평균기대수명(life expectancy)'과 '건강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을 이야기 한다.
2016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기대수명이 82.3세, 그리고 기대건강수명이 73.2세라고 한다. 즉 앞으로는 사람이 죽기 전 9.1년 정도는 질병으로 고생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말년에 나타나는 질병의 상당수는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질환(degenerative disease)이 주를 차지할 것이다. 통계 숫자가 제시하듯이 우리가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노인 인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뇌의 퇴행성 질환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매(Alzheimer dementia)이다.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association)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65세 이상의 인구의 약 6%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가지고 있고, 65세 이후 이 숫자는 매 5년간 두 배로 증가해, 85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50%이상에서 치매를 앓게 된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치매와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신경계 퇴행성 질환들의 경우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많은 연구 결과들을 각 개인에 맞게 삶에 적용하여, 철저히 관리를 해나간다면, 노화는 물론 뇌의 퇴행성 변화도 어느 정도 둔화·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 비결과 뇌건강 유지 노하우

인류의 소망인 '건강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세계 최고령 기록을 가진 프랑스 사람 '잔 루이즈 깔망(Jeanne L. Calment) 할머니'의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식기록으로 이 할머니는 1875년 2월 21일에 프랑스의 아를르에서 태어나서 1997년 8월 4일에 사망했으니, 무려 122년 164일을 산 셈이다. 이 프랑스 할머니는 생전에 테니스, 스케이트 및 사냥을 매우 즐겨했고, 85세에 펜싱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무려100세가 되던 때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사망 직전까지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할머니는 생전 또는 사망 후까지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굉장한 주목을 받았으며.  신경과학(neuroscience)을 전공한 필자의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에서도 자주 신경생물학 (neurobiology) 관점의 토론 주제가 되곤 했다.
자주 회자되는 잔 깔망 여사에 얽힌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100주기 기념 행사에 출연한 할머니의 인터뷰다.
인터뷰 중 고흐와 관련한 할머니의 회상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잔 깔망 할머니는 고흐와 동시대의 사람으로 그녀의 생전에 고흐가 그림 재료인 캔버스를 사러 그녀 삼촌의 화방에 들렀을 때 서로 만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때 할머니는 고흐에게 그림 재료를 팔았다고 한다.
매우 재미있게도, 오늘날 우리들 대부분에게 매우 순수하고 위대한 영혼으로 알려진 화가 고흐를 그녀는 "매우 추하고(very ugly), 교양이 없고(ungracious), 무례하고(impolite), 구역질 나는(sick)"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나는 그를 용서한다(but I forgive him)"라고 말한 것은 할머니 특유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할머니의 이 의미심장한 마지막 한마디야 말로 그녀의 매우 '낙천적인 생활관'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왜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머니는 생전에 항상 "네가 만약 어떤 것에 대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절대로 그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누누이 말했다고 한다.
많은 노화 연구가들이 이러한 할머니의 사고방식, 생활태도 등을 통해 할머니의 장수비결을 분석해봤다.

역겨운 사람도 포용하면 스트레스 ↓
첫 번째로 꼽은 이 프랑스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다름아닌 이렇듯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immune to stress)" 성격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우리이게도 매우 추하고, 교양이 없고, 무례하고, 역겨운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들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대인배와 같은 삶의 태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122세로 생애를 마칠 때까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왕성한 활력을 유지하며, 많은 노화 분야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 최고령 할머니의 장수 비결 및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은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매우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왕성할 활동이 최고 장수비결!
노년까지도 왕성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할머니의 또 다른 비결은 항상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며  "풍부한 여가 생활(leisured lifestyle) 또는 여가 활동들"을 즐기는 것이었다.
매우 부럽게도 쟌 깔망 할머니의 남편인 페르난드 깔망(Fernand N. Calment)은 굉장한 부자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할머니는 평생 일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 대신에 다양한 여가 생활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테니스, 사냥, 스케이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매우 즐겼으며, 심지어는 85세가 되던 해엔 펜싱에 입문, 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한 피아노 연주와 오페라 감상 등도 취미생활의 일부였다. 100세까지도 자전거 타기를 매우 즐겼으며, 할머니의 100세 생일에도 이웃집들을 오가며 직접 생일 축하를 받았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활동이 왕성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많은 노화 연구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쟌 깔망 할머니와 같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꾸준히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장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체·정신적 자극이 '뇌 노화' 늦춘다!
1964년 권위 있는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에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실험이 발표되었다. 실험을 주도한 당사자는 현재까지 88세의 나이로 버클리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신경과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리안 다이아몬드 박사(Marian C. Diamond)였다.
그녀는 또한 세기의 위대한 천재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뇌 조직의 일부를 직접 자르고 관찰, 기술할 수 있었던 연구자 중의 한 명 이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실험에서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매우 비탄력적 환경(impoverished cage)에서, 다른 그룹은 매우 풍요로운 환경(enrichment cage)을 조성하여 키워나갔다.
비탄력적 환경 그룹에선 쥐들이 말 그대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을 반복할 수 있는, 마치 수감생활과도 같은 생활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반면 풍요로운 환경 그룹에서는 이와 달리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난감들과 놀이기구와 때로는 미로를 헤쳐 나오도록 하는 등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일정 시간 후, 박사 팀은 쥐의 뇌를 잘라 육안 및 현미경적으로 관찰 비교 하였는데,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비탄력적 환경에서 자라난 그룹의 쥐의 뇌는 평생 왕성한 활동을 유지해온 다른 그룹의 쥐의 뇌에 비해 매우 작아져 있었다. 또한 뇌세포의 수도 매우 감소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신경과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실험을 통해 다이아몬드 박사는 꾸준한 신체 및 정신적 자극이 얼마나 뇌의 퇴행성 변화를 늦출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또한 뇌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신경계의 가소성(plasticity)'논리를 증명하기도 하였다.
요약컨데 장수의 비결은 다름아닌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며, 뇌 건강을 유지하려면 바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활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날마다 자신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고, 정신을 새롭게 단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육체 노동을 통해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장수 비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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