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용식품 '수버네이드'에 대한 소고
환자용식품 '수버네이드'에 대한 소고
  • 디멘시아뉴스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18.10.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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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견강부회로 새치가 백발이 되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사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의 수도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반인 뿐만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생소한 치매 환자용식품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한독에서 배포한 수버네이드의 홍보 자료를 보여주며 처장의 견해를 묻자, 류처장은 국민들이 해당 제품을 치매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김의원은 수버네이드에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질환명을 기입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 업체의 요청에 의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요청까지 했다.

이 글에서는 환자용 식품 중의 하나인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 관련해, 홍보 및 판매를 위한 사전 작업, 제품의 출시, 임상 효과에 대한 홍보, 그 내용에 대한 검증, 임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질환명 표기가 가능했던 이유, 전문가 단체의 무관심, 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발생해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배경과 경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12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부칙이 개정돼 특수의료용도등식품에 섭취대상자의 질환명 표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완화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제품으로 등록된 것은 수버네이드가 유일무이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개정의 완화가 시장 요구가 많아서라기 보다 한 업체의 강한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것이다.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관련 규정이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국에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더라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자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도 일부 효능이 있더라도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지 않으면 질환명을 표기할 수 없다. 만일 식품이 ‘특수의료용도식품’의 하나인 환자용식품으로 분류되면,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등 질환명의 표기가 가능하다. 국내 도입을 위해 추가로 요구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큰 장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임상 시험의 경우, 결과를 얻기까지 수년 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만일, 임상시험이 면제된다면 기업은 수입에서 판매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한독은 수년 전 치매 시장에서 철수를 했고, 제네릭 도네페질 판권도 타사에 매각했다. 그러한 회사가 지난 4월 10일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치매센터와 서울특별시 광역치매센터에서 인증하는 ‘치매 극복 선도 기업’으로 지정됐다. 인증을 받기 위해 임직원 900여명이 치매 교육까지 수료했다. 또한, 한독은 6월 20일에 치매 환자를 위한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이동식 카페 '기억다방' 캠페인을 시작했다. 치매국가책임제를 계기로 화두로 떠오른 치매지원을 통한 사회적 가치 제고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잘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25일, 김영진 한독 회장은 본사에서 “다음달 국내 최초로 치매에 효과가 있는 음료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인터뷰 기사 내용에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소비자에게 치매 예방음료를 홍보할 수 없어 우선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러한 기사를 접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치매 예방에 효과가 분명히 있는 제품이지만 규제 때문에 홍보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기에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21일에 한독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질환명을 표기한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국감에서 의원의 질문에 식약처장이 인정한 바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도 마치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에 치료 효과가 있는 의약품으로 충분히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한독의 보도자료를 보고 임상적 효능이 증명됐다고 주장하며 홍보 근거로 제시한 관련 임상시험이 막상 해당 논문의 전문을 확보해 분석해보니, 한독에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임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석 결과는 치매전문매체인 ‘디멘시아뉴스’에 8월 22일 게재됐다.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버네이드 임상 시험 논문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수버네이드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의 효과는 란셋 뉴롤로지(Lancet Neurology) 2017년 12월 호에 발표된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LipiDiDiet)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연구는 유럽의 11개 연구기관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전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 311명을 대상으로 24개월 동안 수버네이드 125 mL를 매일 섭취한 치료군과 수버네이드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신경심리검사의 평균값 변화는 치료군과 대조군에서 차이가 없었다. 다만 부가 변수 분석에서 치료군에서 MRI상 해마 위축 정도와 임상치매척도의 총점의 악화가 상대적으로 경미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연구는 수버네이드를 2년 동안 섭취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료 효과는 증명하지 못했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수버네이드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2010년에 발표된 논문(Souvenir 1)에 의하면, 225명의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를 대상으로 수버네이드를 12주 동안 매일 섭취했을 때,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113명)에서 언어 기억(지연 언어 회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인지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2012년에 발표된 연구(Souvenir 2)에 따르면, 경도 알츠하이머 환자 259명을 대상으로 수버네이드를 24주간 섭취(치료군 130명)한 군에서 기억력과 뇌파 기능 호전이 확인됐다. 그러나 2015년도의 연구(S-connect)에 의하면, 기존의 치매약을 복용하는 경증과 증등도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527명을 대상으로 수버네이드 24주 섭취 효과를 인지기능 평가를 통해 비교했을 때, 치료군(265명)과 대조군(262명) 사이에서 의미 있는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다. Souvenir1과 Souvenir 2 연구에서는 경증의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도네페질 등의 치매약을 복용한 사람은 연구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수버네이드 임상 시험을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치료 시기가 늦어졌다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대부분 도네페질 등의 치매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Souvenir1과 Souvenir 2연구 두 논문은 근거로 제시될 수 없다. 통상의 알츠하이머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S-Connect는 실패한 임상시험이다.

만일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해마 위축과 임상치매척도 총점의 변화,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억력의 일부 개선과 뇌파 기능의 개선을 가지고 해당 임상 시험이 성공하여 임상 효능이 검증됐다고 주장을 한다면, 이는 마치 ‘새치’ 하나를 보고 그 새치의 주인이 ‘백발’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수 많은 연구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실패했다고 발표한 임상 시험도 그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연구마다 일부의 효과는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부수적인 변수에서 통계학적인 의미가 관찰됐더라도, 일차 연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그 임상 시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하거나, 해당 질환에 효과가 증명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수버네이드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해당 제품에 특정 질환명을 표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후반부에 언급하겠지만, 질환명 표기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라면 더욱 안될 일이다.
  
8월 27일, 위와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의 광고가 의약품 오인 가능성이 있어 적합성 검토를 요청하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9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관은 한독의 ‘수버네이드’는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서 과장되거나 오인 또는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고 답변했다. 추후 사이버조사관과 유선으로 민원의 취지를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으로 재답변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장 답변과 정반대의 해석을 하게 된 셈이다.

과연 수버네이드의 수입과 허가 과정에서 어떠한 자료를 검토해 수입 허가를 해주고, 질환명 표기의 적합성 여부를 어떠한 근거와 과정을 통해 판단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9월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버네이드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요청을 했다. 그 결과 식약처와 서울지방식약청 사이에서 이관을 반복하더니, 10월 2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별다른 설명조차 없이 관련 자료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국민신문고 민원과 정보공개 청구를 위해 여러 명의 담당자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매우 황당하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그 내용은 추가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개정된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에 질환명을 표기할 수 있지만, 허가제가 아닌 단지 ‘신고제’로 등록이 되며, 질환명 표기의 적합성 판단을 위해서 근거 자료 제출 등의 검토 과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관련 전문가 단체의 공식적인 견해를 듣고자, 대한치매학회 등 다수의 치매 관련 학술 단체에 수버네이드 관련 임상 시험 결과 해석 등에 대해 의견 개진을 요청했으나, 모든 학회는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치매 관련 여러 명의 전문가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의견을 취합했으며, 본지의 분석과 일치하는 답변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답변을 거절한 치매 관련 학술단체 보수교육에서 참석자들에게 수버네이드를 소개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 되던 중에도, 한독은 9월 18일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 서베이’를 통해 전국 4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치매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면서 수버네이드 제품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10월 4일에는 한 언론 매체를 통하여 수버네이드가 "의학적으로 손색이 없는 제품”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한독은 ‘치매와 약국의 역할’에 대한 약국 홍보용 기사를 모 매체에 개제했는데, 국정감사 이후에 해당 기사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라던 김회장의 발언과는 달리, 약국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월 11일,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인 ‘수버네이드’와 관련해 위에 언급된 여러 가지 문제점(질환명 표기의 적합성 검토 과정 부재, 임상 시험 결과의 왜곡, 오인 소지의 과장 광고 등)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리된 관련 자료 일체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에 국정감사 자료로 제보했다.

드디어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과장 광고, 질환명 표기가 가능하도록 개정되기까지 정책 결정 과정, 그리고 단일 업체의 요청에 의하여 특혜성 규제 완화 가능성 등에 대해 지적을 하고 감사를 통한 파악을 요청했다.

앞으로 이번 국정 감사에서 지적된 위의 문제점들이 올바르게 수정돼 처음 도입된 특수의료용도식품 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근거도 없이 질환명을 표기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지금에서라도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양현덕

現 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現 디멘시아뉴스 발행인
現 대한의원협회 학술이사
現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조정실장

前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前 Sidney R. Baer Fellow in behavioral neurology & neuropsychiatry, Department of Neurology, McLean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前 Clinical fellow, Department of Psychiatry, Harvard Medica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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