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과 치매설
[칼럼] 대통령과 치매설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19.04.29 09: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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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4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중국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 보도에 이어 국내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뇌졸중’과 이로 인한 ‘혈관성 인지장애’에 대한 추측이 ‘일인 통치’와 후계자가 없는 상태에서의 ‘권력 승계 계획 부재’와 ‘정치적 혼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혈관성 치매’에 대한 건강 이상설도 거론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현 대통령)의 치매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치매설’은 유명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유포됐으며, 유포자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하는 대응도 언급됐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온라인에 해당 후보의 국정 수행 적합성 판단을 위한 건강 검진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와 함께 해당 글을 삭제했다.

‘문재인 치매설’ 보도에 대한 정부 통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동을 건 적도 있다. 하지만, 2018년 11월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경찰의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 및 게시글 삭제 요청’을 심의한 결과 ‘해당 없음’ 또는 ‘각하’ 처리했다.

이 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에 어떠한 내용들이 거론 됐었는지, 과연 치매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굳이 설명을 하고자 한다면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해 치매는 기억력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여러 가지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며, 이로 인해 예전 수준의 정상적인 일상 생활과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길 때 비로소 진단하게 된다. 여기에서 인지 기능은 집중력, 지남력, 기억, 언어, 시공간 능력, 전두엽 집행기능 등을 일컫는다.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고 몇 가지 실수를 했다고 치매라고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력 등 일부 인지 기능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일생 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하게 된다.

치매는 문진, 선별 평가, 신경학적 진찰, 신경인지검사, MRI 등 뇌영상, 그리고 혈액검사 등을 포함해 체계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치매 초기에는 환자 본인은 정작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매를 초기 진단하는 데는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가족과 주변인이 주는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에 관련하여 언론에서 거론된 내용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증상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현상을 치매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순수히 의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에 ‘4월 10일’이라고 쓰는 실수를 했으며, 2016년 ‘10월20일’에는 한국과학기술원 방명록에 ‘11월20일’이라고 썼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실수가 반복돼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전제를 한다면, 이는 인지 기능 중 ‘지남력 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팽목항을 찾던 날,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남긴 것이 논란이 됐다. ‘고맙다’는 말은 전해들은 일부 유가족과 많은 사람들은 울분을 터뜨렸다고 하며,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적절한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를 부적절한 감정의 표현이고 뇌기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전제한다면, ‘전두엽의 일부인 안와 전두 피질’ 및 ‘측두엽의 편도체’의 기능 변화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2017년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나와 본인의 이름을 ‘문재인’이 아닌 ‘문재명’으로 잘못 부른 사실이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실수로 ‘전두엽 언어 중추의 기능 이상’의 하나인 ‘음소 착어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재명’이라 부르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자를 ‘유시민’이라고 부른 것과, 2017년 6월 29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방명록에 ‘대한미국’으로 오기한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경선 토론회 발언 순서를 정하는 ‘사다리 타기’ 게임에서 수 차례 알려줘도 사다리타기를 잘 하지 못하는 모습도 관찰됐는데, 이는 ‘시공간 능력 이상’과 ‘전두엽 집행 기능 장애’의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2018년 9월 1일 포용국가 전략회의가 개최된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예상 밖의 동선에서 길이 막히자 책상을 넘어가는 돌발 행동을 보여 주변을 난감하게 만들었던 일도 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우측 두정엽의 기능인 일시적 시공간 능력 이상’에 해당된다.

2019년 4월 19일에는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던 중 우즈베키스탄 의장대에 인사를 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논란이 됐다. 이 또한 굳이 의학적인 해석을 하자면 ‘전두엽의 기능인 판단력의 저하’로 볼 수도 있겠다.

더불어, 대선 토론과 언론 인터뷰에서 ‘동문서답’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다른 대선 후보들은 각자의 생각을 답한 반면 당시 문 전 대표는 질의와 동떨어진 페미니스트, 성 평등 세상 등에 대한 답변을 했다. 대통령 당선 후인 2017년 7월 6일에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행사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질문에 한중 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동문서답’ 했으며, 같은 해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신 가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 등이 치매 증상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인지 신경학 측면에서 보자면 ‘좌측 측두엽에서 관장하는 언어 이해의 문제’ 또는 ‘전두엽의 작업 기억 및 집중력의 저하’에 해당된다.

부수적으로, 낮잠을 많이 잔다는 것과 치아 손실을 치매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수면 이상이 치매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고 치주염 등 치아 상태가 치매 발병을 높이는 것은 연관이 있지만, 낮잠을 많이 자고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고 치매의 근거로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귓볼주름(Frank’s sign)이 치매 전조 증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귓볼주름이 심혈관 질환이나 뇌경색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에 대해 아직 많은 논란이 있으며 치매의 전조증상이라는 근거는 아직까지는 없다.

인지기능장애평가를 위한 문진표의 하나로 ‘한국판 치매 선별 설문지’라는 것이 있다. 평가 대상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가족이 봤을 때, 1년 전과 비교해 현재 상태에 해당하는 곳에 표시를 하며, 각 항목에 대한 현상이 가끔 보이면 1점, 자주 보이면 2점을 주며, 총 6점 이상이면 치매를 의심한다.

1.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를 모른다.
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 한다.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4.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 본다.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9. 예전에 비해서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10.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12. 예전에 비해 방이나 집안의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 한다.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에 근거로 제시되는 내용을 위의 치매 문진표에 굳이 적용을 하자면 15개 항목 중 3개 정도(1, 6, 7)에 해당해 치매를 의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몇 가지 실수를 했다고 치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실수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일상 생활과 업무 수행에 의미있는 지장을 줄 때 치매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였던 치매를 의심하게 했던 여러 실수 또는 증상이 현재도 반복되고 점진적으로 심하게 보인다는 근거도 현재까지는 없다.

치매의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치매라는 진단은 개인과 가족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직책에 오른 사람의 경우에는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운명이 단지 다른 나라 지도자의 치매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윌슨 대통령과 루즈벨트 대통령의 치매로 인해 우리나라의 일본 식민지배 해방과 남북 분단에 끼친 영향은 부정하기 어렵다.

윌슨 대통령은 임기 중에 치매 증상을 보여 부인이 국정을 운영했으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권 후반 수년간 치매 증상을 구체적으로 보였고 주변에서 이런 변화를 알아차렸으나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이미 인지기능에 문제를 보여,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치매 진단을 어렵게 하는 미묘한 정치적 배경의 존재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역사 속 인물들의 초기 치매 증상을 주변에서 인지를 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 논란으로 인해 당시 일부에서는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치매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으며, 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의 자격요건으로서 건강을 더욱 중시하고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설’ 논란 가운데 ‘치매국가책임제’를 주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에도 그 공약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부디 이 제도가 잘 실현이 돼서 국민 모두가 치매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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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닝 2019-06-09 11:42:37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강건태 2019-06-07 02:31:03
기사가 좋네요.

이지혜 2019-05-14 04:38:12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곽용태 2019-04-29 10:12:49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