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페질 효능 삭제한 중앙약심, 지난 회의록 뜯어보니...
도네페질 효능 삭제한 중앙약심, 지난 회의록 뜯어보니...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9.06.1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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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장에서 문제 발생 우려에도 효능 삭제가 중론

치매치료제 성분인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에 대한 효능 삭제가 예정대로라면 내달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회 회의록이 최근 공개됐다.

회의에서 해당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현장에서의 문제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결국은 통계학적으로 효능을 입증 못했다는 임상재평가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데 위원들이 중지를 모았다.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신약-임상평가 소분과위원회' 11명 중 9명이 참석, 2명이 불참했다. 배석자로는 식약처 직원 5명이 있었다.

일단 제출된 임상결과를 보면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2차 평가변수 수치 중 일부가 혈관성 치매 증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위원 대다수는 "임상시험 결과로 판단한다면 혈관성 치매에 대한 효능·효과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상의사로 참여한 한 위원은 현장 경험을 근거로 한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위원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 개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알츠하이머 치매에 사용되는 약들도 제대로 효능·효과를 나타내는지 의문이 제기될 만큼 치매환자들의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환자들이 혼자 생활하시다가 병원에 오시는데 환자들의 기왕력을 구분해서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되면, MRI 상에서 혈관성 병변이 관찰되더라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처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2차 평가변수에서 혈관성치매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효능 삭제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임상재평가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반박했다.

한 위원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되나, 임상시험은 혈관성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능·효과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임상시험 계획 당시 이를 충분히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결과적으로 통계학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효능 삭제에 무게를 실었다.

또 이 날 회의에서는 효능이 삭제될 경우 벌어질 문제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 위원은 "혈관성치매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어서 도네페질에서 혈관성치매 적응증이 삭제된다면 혈관성 치매로 진단하면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처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환자에게는 아닐지라도 일부 개선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다"며 "새로운 치매약이 개발되지 않는 이유도 치매에 대한 임상시험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임상시험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위원들 사이에서 다시 강조됐다.

다른 위원은 "업체가 임상시험 계획 시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서 디자인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고, 식약처에서는 임상시험 결과를 고려해 효능·효과 삭제 등 향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위원은 "치매에 대한 임상시험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시험자 주관이 많이 반영된다"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피험자 수를 늘리면 달라질 수 있고, 실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지는 또 다른 문제며, 이번 임상시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임상시험으로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네페질 재평가에서 실제 진료 기반 데이터(Real-World Data)를 이용한 평가가 가능한 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으나, 현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해당 회의를 주제한 위원장은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도네페질염산염 제제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효능·효과에서 혈관성 치매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으며, 위원들은 이에 동의했다.

결론적으로, 도네페질은 혈관성치매 적응증 삭제에 따른 일부 우려가 있음나 임상재평가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셈이다.

특히 최근 일부 학회를 통해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효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미 중앙약심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한 만큼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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