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부모님 이야기 4
[곽용태] 알츠하이머병,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부모님 이야기 4
  • DementiaNews
  • 승인 2017.05.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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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https://www.dementianews.co.kr/wp-admin/edit.php프로메테우스가 인도한 길은 어디일까?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여러분은 세계적인 대기업인 구글의 수익 기반은 몇 차 산업이라고 생각합니까?” 가끔 강의를 할 때 제가 던지는 질문 중에 하나 입니다. 대부분 3차 산업이라고 이야기 하고 좀더 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4차 산업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면 농담 반 진담반으로 “구글은 1차 산업으로 먹고 삽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눈을 쫑긋이 뜨고 아니라는 표정을 짓지요. 물론 제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구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국내 포탈과는 달리 아무런 광고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짜로 주는 것이 무지무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과연 이 회사는 무엇으로 먹고 살까?” 라고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과연 구글은 무얼 먹고 살까요? 구글이 하고 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구글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으로 먹고 삽니다. 우리말로 직역한다면 데이터 채굴(혹은 데이터 광산업), 즉 광산업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우스개 소리로 구글의 주력 업종은 1차 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글은 땅속에서 무엇인가를 캐는 광산업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파 먹고 사는 회사이지요.

데이터 마이닝은 아주 큰 데이터를 이용하여서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찾아내는 것입니다. 별로 유용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데이터(흙)에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적합한 정보(유용한 광물)를 추출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좀더 진화되면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지요. 구글은 어마어마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공짜로 제공하지만, 제공된 혜택의 수십 배 이상을 제공자인 우리에게 (몰래?) 받아가고 있지요. 구글의 수많은 지식 혁신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되는 것입니다.

201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히트작인 에일리언의 프리퀄(prequel: 영화의 이야기 진행이 전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얘기를 다루는 것)로 그 의미를 축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창조주와 피창조주는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것 중에 하나는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 외계행성으로 가서 착륙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행성, 거의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행성, 지구의 기본적인 물리학적 법칙 마저도 적용될지 알 수 없는 행성의 대기권에 우주선이 진입하기 시작합니다.

우주선이 이 행성에 진입함과 동시에 컴퓨터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컴퓨터는 필사적으로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모으고 분석하고 스스로 지식을 형성합니다. 즉 어떤 사전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본적인 현상(데이터)을 모아 그 안에서 지식체계를 추론, 형성하는 과정이지요.

아직도 뇌의 복잡한 고도기능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미지의 행성에 착륙한 우주인들이 맞닥뜨려진 낯선 환경 같은 것이지요.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사물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지과정은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은 것을 분류하는 것과 연관 됩니다.

이것은 아주 단순해 보이고 초보적이지만 사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것을 통계적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 중 하나가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입니다. 이 분석은 어떤 복잡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을 비슷한 것으로 정의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알고리즘은 넣어줄 수 있지요. 이것을 통해서 단순히 반복적인 작업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거나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좀더 복잡하고 정교한 회로를 가지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주 단순한 군집(clustering)을 여러 방면으로 무한 반복함으로써 지식체계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스스로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고 유용성이 높은 수학적 방법입니다. 군집분석을 이용하면 그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dendrogram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형상화 할 수도 있습니다.

라틴어로 dendro가 tree이고 gram은 draw라고 생각하면 나무모양그림 정도로 해석이 될까요? 즉 수학적으로 가까운 데이터 군을 가깝게 하위에 모으고 위로 올라가면서 좀더 대분류가 되는 것이지요. 유사한 그림을 계통수라고 생물학에서 배운 바가 있습니다. 밑에 있을수록 동질적인 소분류가 되고 위로 올라가면 더 큰 것을 포함하는 대분류가 되는 것이지요.

자, 인간의 이상 정신행동 증상이 뇌의 어느 부위와 연관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 이러한 증상을 기존의 뇌의 병변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증상과의 군집분석을 통하여 생각해보면 좀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요?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모든 이상 정신행동 증상을 열거하고 군집분석이라는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실지로 어떤 증상들이 수학적으로 가까운지(비슷한지, 혹은 동질적인지) 이들 사이에 비슷한 것들을 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만약 군집분석이라는 수학적 분석에 의해서 아주 이상한 환시 증상이 이해하기 쉬운 우측마비와 동질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우측마비와 환시는 해부학적인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요? 단 여기에는 되도록이면 다른 복잡하고 인위적인 요소가 배제되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들이 처방하는 여러가지 약들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약을 복용한 적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이상 정신행동증상을 군집분석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1. 복잡한 수치는 우리 모두 싫어하는 것이므로 dendrogram 만 보겠습니다.

이 분석 방법은 답을 가르쳐 주지도 않고 왜?라는 것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즉 유의하다, 이 정도면 의의가 있다, 아마도 그 원인은 무엇일 것이다 등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참고로 우리가 인위적으로 어떤 조작적인 규정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보는 사람이 좀더 창의적 사고(혹은 주관적인 편견?)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 몇 가지만 지적하고 갑니다.

Aggression; 공격성, Motor; 비정상적인 반복행동Delusion; 망상 Irritability; 화를 잘냄 Disinhibition; 충동조정능력감소, Hallucination; 환각 Night; 수면장애, Depression; 우울증, Apathy; 무감동 Eating; 식습관변화, Anxiety; 불안, Euphoria; 지나친 행복감.

우선 제가 인위적으로 이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잘라서 분석했습니다(왜 이 위치냐 하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제 마음입니다 ㅋㅋ). 망상과 환각은 전통적인 정신과 개념에서는 매우 동질적인(아주 흔하게 같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이 화살표 방향의 아래에 있는 증상들을 보니 망상과 환각이 우울증보다는 더 동질적이지만 망상이 환각보다는 공격성, 비정상적인 운동증상과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즉 적어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증상학적으로는(아마도 생리해부학적으로는) 망상이 환각보다는, 공격성, 이상운동 증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요.

또한 재미있는 것은 화살표 아래 그림을 보면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우울증과 무감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행복감과 불행이 매우 밀접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패턴은 매우 특이한 발견입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서 이질적이라고 생각된 증상들이 상호 특이한 연관성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이해를 줄 수가 있습니다(일상적으로 잘 지각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성을 보이거나 배회하는 환자에게서 항정신병 약물이 유용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요(실제로도 많이 사용하구요).

다만 이런 분석이 좀더 정확하고 유용해지려면 증상 자체가 신뢰성 있게 정의될 수 있어야 하며 무지 무지 많은 데이터(빅데이터)들이 모아져야 하고, 혼란변수는 좀더 배제되어야겠지요.

저는 이 dendrogram을 가끔 쳐다봅니다. 특히 dendrogram 맨 우측을 보면 지나친 행복감과 불안이 매우 가깝게 위치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이 두 증상이 매우 동질적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거듭 말하지만 왜? 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숨겨둔 숙제일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행복하다는 것은 항상 불안을 등에 앉고 있는 거구나, 다시 말하면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고, 또 항상 불안할 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 우리는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호를 타고 미지의 뇌라고 불리우는 행성에 왔습니다, 이 곳이 재미와 흥분이 가득한 행성인지, 묵시록에서 묘사한 세상인지는 모릅니다. 이 행성에 내리실 준비가 되어 있는지요?

Reference

Kwak YT, Yang Y, Kwak SG. Clinical characteristics of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in patients with drug-naïve Alzheimer’s disease. Dement Neurocogn Disord 2012;11:8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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