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친화적 공동체 실험, 어디까지 왔나?
치매친화적 공동체 실험, 어디까지 왔나?
  • DementiaNews
  • 승인 2017.05.19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치매행복마을은 국내 최초로 치매친화적인 마을을 표방하면서 2014년부터 시작해 3년간 추진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되었고, 2015년 국가치매관리 워크샵에서 사례로 발표된 바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용인시의 치매행복마을에 이어 경북 봉화군도 특정마을을 ‘치매보듬마을’로 지정하는 등 실험적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용인시 치매행복마을의 출발은 영국이 2013년부터 시작한 사회적 운동 ‘Dementia Friendly’에서 모티브를 찾아볼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2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치매에 우호적인 공동체 조성’이 주요 사업목표 중 하나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현재 영국은 다양한 치매친화적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서부의 항구도시 브리스틀이 ‘치매친화적인 도시(dementia friendly city)’로 불리거나, 런던 히드로 공항이 2016년 ‘치매친화적 공항(dementia friendly airport)’을 표방한 부분이 그 예이다.

용인시 치매행복마을은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다. 용인시는 치매 행복마을사업 이전에도 삼성의 지원을 받아 치매예방관리센터를 2007년에 설립하였는데,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이 위치한 용인에 대해 삼성은 다음과 같은 사업 논리(?)를 동원해 치매사업 지원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제품인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두뇌역할을 하는데, 사람의 핵심은 뇌이기 때문에 뇌관련 질환으로 지원 영역이 압축되었고, 계속적인 증가추세가 예측되었던 질병인 치매관련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용인시 치매행복마을은 2014년 처인구 역삼동과 기흥구 기흥동 등 2개동으로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해 시작되었다가, 2016년 수지구 신봉동으로 확대되었다.

주요프로그램 중 하나인 건강두뇌학교는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노인들이 스스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운동과 영양, 인지, 3 분야에 대해 매년 40회에서 80회 가량의 예방교육이 진행되었다. 기억력 향상 프로그램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런 예방 프로그램들은 일회성 수강이 아닌 동일인이 연속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치매행복마을에서 제공된 이런 프로그램들은 멀리 떨어진 보건소가 아닌, 가까운 동네 주민자치센터나 마을 경로당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는 찾아가기 쉬운 장소이기도 했다. 주민자치센터는 아무래도 보건소보다는 친밀감이 있는 것도 거리 외에 또 다른 이점이 되었다.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 한미영 질병관리 팀장의 얘기이다.

“어르신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배우러 나오시지만, 일단 집에서 나와 주민자치센터에 같이 모여 뭔가 배운다는 것 때문에 더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드러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치매진행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역설적으로 ‘비치매인’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 치매라는 병이다. 치매환자가 음식점에서 침이라도 흘리는 모습을 보이면 배척하는 것이 사람들이다.    

치매행복마을은 치매 환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치매환자가 필요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마을을 표방하였다. 박주현 용인시 치매상담센터 상임팀장의 얘기다.  

“치매친화적(dementia friendly) 마을이라는 개념은 이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점에서 치매어른이 계산을 못하면, 상점주인이 조금만 도와드리면 됩니다. 마을의 버스 운전사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가 상점이나, 다른 곳에도 가서 치매어르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교육도 했습니다.”

용인시 치매행복마을로 선정된 어느 마을에는 삼성전자 봉사팀이 그려준 벽화가 마을 벽면에 그려져 있다. 치매라는 병이 주는 어두운 느낌이 아닌 초록 동산과 파란 하늘, 나무 등, 치매어르신들이 보면서 옛날을 회상하기에 피곤치 않게 분위기를 의도한 것이다.

이런 치매행복마을의 ‘행복한’ 운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치매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선정된 ‘치매리더’라는 역할이다. 치매리더는 치매어르신이 낯설어하지 않는 같은 동네 사람 중에서 선정되었다.

“경증치매 어르신의 경우, 자녀들이 직장에 나가 돌볼 수 없으면,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낯선 사람이 와서 돌봐주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치매 리더는 노인들의 거부감이 덜한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 중 선정되었다. 사실 노인들은 장기 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에도 요양서비스 자기부담금 비용 때문에, 혹은 주간보호서비스의 만족도가 낮아 요양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도 치매리더의 필요성을 시사해주었다.  

하지만 교육을 신청하고 활동을 시작한 치매리더들의 수는 치매노인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 수준의 행동을 하는 치매 노인의 곁에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 부분이나, 치매리더가 낼 수 있는 시간은 월·수·금인데 치매가정에서는 화·목에 와달라고 하거나 나의 봉사를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다는 등..’ 그런 문제들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들일 수밖에 없다. 

그 외 계약직으로 있다보니 치매어르신을 오래 돌보지 못하고 더 나은 직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간호사와 같은 치매전문인력들에 대한 예산 문제도 치매친화적 마을을 만들어가는데는 장애요소일 수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치매행복마을 시작의 모티브가 된 영국이나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의 국가들 또한 현재 치매에 대한 낙인과 싸워가면서 사회 각 영역이 치매친화적 사회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치매행복마을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3년 단위로 올해 초 종료되었지만, 새로운 사업과 연계해서 후속지원이 구상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 치매행복마을 사업을 통해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된 프로그램은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재검토하는 형태로 다음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디멘시아뉴스 dementianews@dementianews.co.kr
<저작권자 ⓒ 디멘시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